[국립암센터·농민신문 공동기획] 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21)·끝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인터뷰
국립암센터 첫 여성 원장
지난해 7월 본지에 연재 시작 암에 대한 경각심 알린 계기 “기사 잘 읽었다” 연락 많이 받아
암 생존자 리셋 캠페인 등 진행 치료뿐 아니라 공익 활동 활발
“경제·심리적 어려움 겪는 환자 암센터 통해 통합지원하고파”
“신장암에 대해 인터뷰한 선생님에게 진단받고 싶어요.”
“국립암센터 전화번호는 어떻게 되나요?”
<농민신문>과 국립암센터가 공동으로 기획한 ‘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2017년 7월 연재를 시작한 이후 많은 독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본지에 나온 전문의의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잇따랐고, 온라인에선 기사를 잘 읽었다는 댓글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흔한 암인 위암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담도·담낭암까지 모두 19가지 암에 대한 증상과 치료법·예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소개했다. 연재를 마치며 암 관련 정보 제공에 큰 도움을 준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을 만나 공동기획에 대한 소감과 암센터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40만 <농민신문> 독자들에게 암 정보를 제공하게 돼 기쁩니다.”
2017년 11월 취임한 이은숙 원장(56). 그간 이 원장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 병원 내부에선 업무 효율성 제고를, 외부에선 암 관련 기관 및 병원과의 협력을 꾀하고 있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이 원장인 만큼 <농민신문> 지면을 통한 독자들과의 소통은 더욱 반가웠을 터. 그는 고령화사회가 되고 서구식 식습관이 늘어남에 따라 암 발생률이 덩달아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에게 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예방과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대부터는 각종 암 발생 가능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농민신문>을 통해 암에 대한 경각심을 알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장은 환자, 환자의 가족, 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쓰면서 암센터의 역할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암 환자 치료에 그치지 않고 암 생존자를 지원하는 부분까지 암센터의 몫으로 자처한 것이다. 여기서 암 생존자란 암 진단 후 완치를 목적으로 초기 치료(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마친 암 환자와 암이 완치된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는 161만명의 암 생존자가 있다.
“암 생존자는 치료 후 재발, 후유증, 재발에 대한 불안, 경제적 곤란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문제는 특정 전문분야 의술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 등 의료적 접근과 심리와 사회복지 영역까지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2017년 국립암센터 생존자지원과를 신설한 데 이어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이다. 최근엔 대한암협회와 ‘암 생존자를 위한 리셋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암 생존자들에 대한 지속적 관리·지원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설 계획이다.
암 생존자 지원과 더불어 이 원장이 정성을 쏟는 분야가 또 있다. 희귀난치암 치료·연구다. 그는 민간 의료기관에선 수익성이나 위험도를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 희귀난치암에 대해 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3월 첫 삽을 뜬 부속병원 증축 공사는 그 일환이다. 이 원장은 부속병원 증축을 통해 호스피스 완화 의료와 소아·여성암 병상 확충 등 암센터의 공익적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꾀하는 것도 이 원장이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항이다. 5월 열린 한·중 국립암센터 학술교류,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와의 회의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6월15일엔 국내외 희귀난치암 최고 전문가를 초청해 암 동향 정보를 주고받는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취임 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는 그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최초’라는 말이다. 최초 고려대 의대 출신 여성 외과전문의, 최초 대한외과학회 여성 이사, 최초 국립암센터 여성 원장 등이 그것이다. 이런 ‘여성 관련’ 타이틀을 안고 의술을 펼치면서 난관에 부딪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주변의 관심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단다.
“여성으로서 처음 도전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지켜보는 눈들도 많았고요. 이런 관심이 부담스럽다기보단 격려가 될 때가 많았습니다. 또 ‘내가 잘못하면 다음 이 길을 걸어갈 다른 여성 전문의들이 힘들 수 있겠구나’ 하며 의지도 다졌고요.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최초’의 무게를 기꺼이 견디며 늘 ‘최선’을 다하는 이 원장. 그가 3년이란 임기 내에 이루고픈 목표는 다양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립암센터를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고, 나아가 암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란다.
암 걱정 없는 국가를 만들려면 발생률을 낮추는 것이 지상 과제일 터. 그렇다면 암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 원장이 말하는 암 예방법은 무엇일까.
“뻔한 대답 같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암의 3분의 1은 예방할 수 있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하면 완치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도 적절한 치료가 뒷받침되면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세요.”
고양=최문희 기자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전공의를 거친 후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이후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융합기술연구부장·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2017년 11월 제7대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취임했다.
사진=김덕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