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안전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작년 4월 16일 오전 승객 475명을 태우고 제주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군 병풍도 해상에서 좌초하여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다. 최악의 해난사고로 기록될 재난이었다.
TV 방송을 시청하던 국민들은 피해자 가족의 심정으로 하루하루 가슴 조이며, 한 사람이라도 빨리 구조해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생 324명이 승선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왜 우리는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 늘 불안 불안해야만 하는지……. 사고해역은 선박의 변칙점이었다. 제주행 여객선이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돌려서 가는 곳으로, 물살이 드세어 마의 맹골수로로 이름이 난 곳이다. 완만하게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데 운전대를 꺾다가 선체가 기울면서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다. 지나친 화물의 탑재와 평형수의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속속 드러났다. 갓 승선한 젊은 여자 삼등 항해사와 나이 많은 남자 조타수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침몰과정에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신속한 조치를 취하여 승객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했는데도 최악의 수준이었다. 자기들만 살려고 비상통로를 이용하여 제일 먼저 탈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선내 방송은 대기하라는 주문이었고, 이를 믿은 학생들의 희생이 컸다고 한다. 295명이 희생되고 9명의 실종자를 남겨둔 참사였다.
2013년 7월에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해양캠프에 참가한 공주 모 고등학교 학생 다섯 명이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는 참변이 발생했었다.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막았을 수상 사고였다.
부안 해양수련원에 근무할 때 나는 유능한 실습강사를 채용하려고 널리 수소문하였다. 해군 UDT 부대 출신으로 수영과 응급처치 그리고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을 갖춘 P씨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와 협력 수업으로 해양안전 및 응급처치 과목을 지도했다. 나는 주로 강의를 하고 P씨는 실습을 맡았다.
바다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닥을 모르는 깊은 물과 끝없이 오고 가는 파도, 조류, 해풍 등 한 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겁 없는 청소년들은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들뜬 기분에 하지 말라는 행동을 골라 했고, 교관들의 눈을 피하여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고무보트 시간이었다. FRP 보트에 십여 명의 수련생이 타고 일사불란하게 노를 저어야 했다. 십여 대가 넘는 고무보트가 서로 경쟁하면서 달리므로 잘못하면 부딪쳐 전복될 우려가 있었다. 바깥쪽으로 가는 보트는 조류에 휩쓸려 멀리 곰소항까지 흘러간 일도 있었다.
해양활동을 하는데 우선 챙겨야 할 것은 구명조끼다. 구명조끼는 한 사람의 생명을 능히 지켜준다. 50대 교관들의 수영 실력은 개천의 개헤엄 정도였지만, 구명조끼 하나로 거친 파도를 이겨낼 수 있었다. 세월호의 사망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탈출하라’는 연락을 기다리다 끝내 아까운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여름철 수상사고는 대학생 등 성인에게서도 많이 일어난다. 물을 우습게 알고 음주 후 준비운동 없이 물에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학생 때 여러 친구가 한강에 나가 물놀이를 했다. 1960년대만 해도 한강은 깨끗했다. 둔치에 나와 바라보니 H가 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지만 뭔가 수상하여, 몇이서 물에 뛰어들었다. H는 영락없는 맥주병이었고 혼이 반쯤 나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서를 소장한 하버드 대학 와이드너 도서관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이 도서관은 타이타닉호를 타고 여행하다가 죽은 졸업생 해리 와이드너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300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억만장자였던 와이드너 부자는 희귀 인쇄본 구텐베르그 성경을 유럽에서 구해오던 중 사망했다. 와이드너의 모친은 350만 달러를 기부하여 1915년 도서관이 완공되었다. 기부조건 중에 모든 하버드 대학 학생들은 졸업 전에 반드시 30m 수영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전설일 뿐이다. 많은 대학에서 수영 테스트를 실시한 것은 세계1차대전 시기에 적십자사가 모든 국민에게 수영을 가르치자는 운동을 한 것과 관련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찾아오고 더위에 시달릴 것이다. 사람들은 물을 가까이하게 되고 강이나 바다를 찾을 것이다. 기본적인 수상 안전사항을 숙지하여 어려운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손쉬운 장비로는 대나무 장대와 긴 밧줄, 나일론 줄을 생각할 수 있다. 페트병 두세 개를 묶으면 한 사람쯤 능히 띄울 수도 있다.
세월호 해난사고에서 수상안전을 위한 조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꼼꼼히 따져 교훈으로 삼아야 하려니 싶다.
(2015. 4. 30.)
첫댓글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수상 안전사고를 치루어야 여름이 지나가 걱정이 되는데. 국민 모두 이글을 읽고 안잔한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정석곤
수상안전교육과 수영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잘 쓰셔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