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의 또 다른 이름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오던 명태(明太)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호칭되는 생선은 흔치 않으리라. 지역과 상태 그리고 포획 방법 따위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까닭은 우리 생활에 그만큼 친숙한 먹거리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먼저 지역에 따라 강원도와 경기도 이남에서는 북어(北魚), 동해연안에서는 동태(凍太)라고도 부른다. 한편, 갓 잡아 자연 그대로의 싱싱한 상태의 명태를 생태(生太) 혹은 선태(鮮太), 주낙으로 잡은 명태를 조태(釣太), 낚시로 잡은 명태를 ‘낚시태’, 유자망(流刺網)으로 잡은 명태를 ‘그물태’ 혹은 망태(網太)로 호칭된다.
또한 명태의 새끼를 ‘노가리’ 혹은 ‘앵치’라고 한다. 이 처럼 성어와 새끼의 이름이 다른 몇 가지 예이다. 숭어 새끼를 ‘모쟁이’, 가오리 새끼를 ‘간자미’, 농어 새끼를 ‘껄떼기’, 갈치 새끼를 ‘풀치’, 방어 새끼를 ‘마래미’,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 , 전어 새끼를 ‘전어사리’라고 부른다.
명태가 잡힌 계절을 기준으로 겨울에 잡는 명태를 동태(凍太), 봄(3-4월)에 잡히는 명태를 춘태(春太), 가을에 잡은 명태를 추태(秋太), 산란하여 살이 별로 없어 뼈만 앙상한 명태를 ‘꺾태’, 산란 전에 알을 밴 상태로 잡은 명태를 난태(卵太)로 부른다. 그리고 명태를 어느 달에 잡히느냐에 따라 일태(一太), 이태(二太), 삼태(三太), 사태(四太), 오태(五太), 동지받이, 섣달받이 등으로 이름이 부여된다. 명태의 크기에 따라서 대태(大太), 중태(中太), 소태(小太), 왜태(倭太), 아기태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명태가 금처럼 귀하다는 뜻에서 금태(金太), 원양과 동해안 명태를 구분하기 위해서 진태(眞太), 머리를 잘라내고 몸통만 건조시킨 명태를 무두태(無頭太)라고 부른다.
또 다른 관점에서 명태의 구분이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명태를 생태, 잡아서 꽁꽁 얼린 명태는 동태이다. 그리고 반쯤 말린 명태를 코다리, 바닷가에서 완전히 말린 명태를 북어, 명태 새끼를 말린 것을 노가리, 북어와 달리 높은 대관령이나 한계령 고갯마루나 고랭지 벌판에서 겨우내 말린 명태는 황태(黃太)가 된다.
명태를 황태로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덕장의 기후조건이 완벽해야 특급 품질의 황태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명태를 건조시키는 덕장의 환경 조건이 부적합 하거나 관리 상태가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불량 제품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 불량품의 유형을 대강 다음과 같이 나뉘어 부른다.
명태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바람이 많이 불어오면 육질이 흐물흐물해진 ‘찐태’, 기온이 높은 날이 오래 지속되면 검게 변하는 ‘먹태’, 기온이 높아 충분히 얼부풀기가 반복되지 않고 곧바로 건조되면 딱딱한 ‘깡태’, 속살이 딱딱하여 부드럽지 못하면 ‘골태(骨太)’, 건조과정에서 지나치게 추워지면 꽁꽁 얼어붙어 결국 ‘백태(白太)’,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건조시키면 ‘통태(統太)’, 건조과정에서 몸통에 흠집이 생기면 ‘파태(破太)’, 부주의나 관리 부실로 건조시키다가 땅에 떨어지면 ‘낙태(落太)’ 등이 그들이다.
이들 외에도 해안지방에서 바람과 햇볕으로 빨리 건조시키는 바닥태(바람태), 공장에서 기계로 급속히 얼부풀게 만들어 푸석푸석한 냉동진공태(백태)가 있다. 또한 강원도 간성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를 간태(杆太), 육지에서 먼큰 바다에서 잡힌 명태를 원양태(遠洋太), 얼려 말린 최상품질의 명태를 북훙어(北薨魚)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북한에서는 소금에 절인 명태를 간명태(염태(鹽太)),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고 소금에 절여서 넓적하게 말린 명태를 ‘짝태’라고 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초겨울에 도루묵 떼를 쫓는 명태를 ‘은어바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이다. 조선 중엽 함북 명천군(明天郡)에 살던 태모(太)씨가 낚시로 잡았다고 해서 명태(明太)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우리 바다에 살았던 것으로 짐작되지만 1530년 신동국여지승람(新東國輿地勝覽)에 ‘무태어(無泰魚)’라는 이름으로 함경도 경성(鏡城)과 명천(明天) 토산물이라고 적시하고 있다는 보고이다. 원래 명태는 예전부터 강원도 연안에서 많이 잡혔다. 그러나 무명어(無名魚)는 먹지 않는다는 미신 때문에 기피했었다. 그런데 함경도에서 이 생선이 잡히면서 명태라는 이름이 붙여진 다음부터 식용으로 널리 보급되었다는 얘기이다.
명태는 그 다양한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우선 생태와 동태, 절반쯤 건조된 코다리와 완전히 건조된 북어를 비롯하여 황태 등은 용도에 맞춰서 생태찌개, 북어국, 김치소, 황태국, 명태찜, 북어포로 쓰인다. 그런가하면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머리는 귀세미젓, 아가미는 서거리젓을 담는다. 우리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다양한 이름을 가진 명태가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점차 우리 바다에서 사라져 간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2014년 12월 1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