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품 1 - ‘ #봉황도 ’, 19세기.
먼저 상상의 동물을 구경해볼까요? <작품 1>을 보세요. 어떤 새인가요? 가만 보니 여러 가지 새가 섞여 있는 것 같네요. 닭처럼 생긴 머리에 공작의 꼬리를 하고 있잖아요. 더욱 흥미로운 것은 눈의 생김새예요. 새의 눈은 보통 동그랗고 눈의 흰자위가 겉으로 안 보이는데, 이 새는 마치 사람처럼 옆으로 눈이 길쭉하고 까만 눈동자까지 있군요. 사람의 눈을 가진 이 독특한 새가 바로 평안하고 좋은 시절에만 나타난다는 상상 속의 새, ' #봉황 (鳳凰)'이랍니다. 붉은 해가 떠 있는 곳을 배경으로 봉황 가족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때 묻지 않은 흰색을 고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색동의 즐거움도 실컷 누렸답니다. 선비들이 흰 종이 위에 검은 먹으로 그린 수묵화에서는 곧고 깨끗하며 여유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지만, 서민들이 다양한 색으로 그린 민화를 보면 뛰어난 유머 감각과 흥취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요. 요즘 우리는 흰색이든 색동이든 각각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지만, 과거에는 선비들의 취향에 더 높은 점수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조선은 #신분 과 #나이 와 #성 에 따른 #차별 이 있는 나라였거든요. 양반·어르신·남자의 취향은 주로 흑백이었어요. 여러 색깔은 일반 대중이나 어린이, 여자가 평소에 즐겼고요. 오늘날은 대중, 어린이, 그리고 여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화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진 것 같아요.
▲ 작품 2 - ‘ #기린도 ’, 19세기 후반.
<작품 2>를 볼까요? 왼쪽 위에는 하얀 구름 사이로 새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있고, 오른쪽에는 그것과 반대로 파란 바위 사이 하얀 물이 흘러내리네요. 이 아름다운 장소에 어떤 동물이 눈에 띄나요? 얼굴은 용처럼 생겼고, 머리 가운데엔 서양의 유니콘처럼 뿔이 솟아있으며, 발굽은 말의 것처럼 보이고, 몸통은 파랑과 노랑 등 원색으로 칠해져 있어요. 이 역시 봉황처럼 길상 동물이에요. 바로 ' #기린 (麒麟)'이랍니다. 동물원에서 본, 목이 긴 기린을 떠올리면 안 돼요. 상상의 동물인 기린이랍니다.
기린 가족이 복숭아나무 밑으로 오순도순 즐거운 나들이를 왔나 봐요. 여기 이 복숭아도 보통의 것일 리가 없지요. 3000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는, 그래서 3000년 넘게 사는 신선만 먹을 수 있다는 복숭아랍니다. 어휴, 3000년이라니 과장이 좀 심한가요? 하지만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함께 생각해봐요]
오늘 ‘미술관에 갔어요’에 소개된 그림 외에도 많은 소재와 다양한 의미를 담은 민화가 있답니다. 꽃과 새, 동물 등을 그린 민화를 찾아보고, 그림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또 마음에 드는 민화를 골라 여러분의 솜씨로 새롭게 그려 보세요.
이주은 교수 | 성신여대(미술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