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
여래장사상의 내재불적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것은 <열반경>의 유명한 '일체중생실유불성설(一切衆生悉有佛性說)'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일체중생실유불성, 여래장(Sarvasattvās buddha-dhātu tathāgata garbha)'라는 명제는 <열반경> 특유의 설이라기보다는 동경(同經) 스스로가
'여래장경에 이르되 일체중생이 이 모두 불성이 있으니, 몸 가운데 무량번뇌를 모두 소멸해 버리면 그 가운데에서 문득 부처나 나타난다고 했다. 다만 일천제(一闡提)만은 제외로 하고……'
라 밝히고 있듯이 <여래장경>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이는 여래장계경전의 공통설(共通說)임과 동시에 그의 가장 중심문제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여래장경>만 하여도 모든 중생에게 여래장이 본구되어 있음을 9종의 비유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성불의 가능성을 중생 스스로의 마음 가운데에서 찾을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 9종의 비유란 위에서 언급한 ①미부연화(未敷蓮華)를 비롯하여 ②암수중유순밀유(岩樹中有淳蜜喩) ③경량미리피괴유(挭糧未離皮糩喩) ④진금타부정처유(眞金墮不淨處喩) ⑤빈가유진보장유(貧家有珍寶藏喩) ⑥암라과내실불괴유(菴羅果內實不壞喩) ⑦유인지진금상유(有人持眞金像喩) ⑧빈천추루여회귀자유(貧賤醜陋女懷貴子喩) ⑨주사주금상유(鑄師鑄金像喩)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제 ⑧빈천추루여회귀자유(貧賤醜陋女懷貴子喩)의 설명가운데
'여래께서 일체 중생을 관찰하시니 그들이 생사고해에 유정하고 있으나 그들 중생신 중에는 여래의 보물이 갊아 있지 않음이 없다.'
라고 비유한다.
특히 제 ①미부연화(未敷蓮華)의 게(偈)에서
'부처께서 중생을 관하시니
모두에게 여래장이 있도다.
무량번뇌에 덮여 있음이
마치 더러움이 꽃을 물들임과 같도다.'
라고 하여 <열반경>의 '일체중생실유불성'과 거의 흡사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증불감경>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여래와 중생계가 1계(界)로서 증감이 없다.'
라는 경제(經題)에서 뿐 아니라
'사리불아, 중생계에 법신이 있으며 법신을 떠나 중생계가 있지 않으니 중생계가 곧 법신이며 법신이 곧 중생계이다. 사리불아, 이 양계는 뜻은 하나요 이름은 다른 것이다.'
라고 하여 중생계 그 자체에 여래법신이 있다고 역설한다. 결국 양자는 현상적 명칭이 다를 뿐 본래는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반경>에서는 이러한 <여래장경> 등의 '일체중생유여래장설'을 계승하여 본격적으로 '일체중생실유불성설'을 전개하고 있는바 이러한 설명은 동경(同經)의 도처에 산설되어 있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여래성품] 제4에 주로 강조되어 있다.
즉 동품에서는 일체중생이 모두 불성을 본구하여 있으나 다만 무량번뇌에 덮여 있어 중생들이 보지 못할 뿐이라 한다. 그것은 마치 빈녀(貧女)가 자기집에 순금이 묻혀 있는데도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과 같이 중생들도 스스로 불성을 갊아 있으면서도 그 불성이 번뇌에 가리워져 있어 그 불성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러므로 여래가 온갖 방편을 통해 그들에게 본각성(本覺性)이 갊아 있음을 보여주나니 그것이 바로 불성이라 한다.
이로써 볼 때 불성은 모든 중생에게다 있는 것으로서 이를 여래장이라고도 하고, 아(我, 불타여래)라고도 한다. 다만 그것이 번뇌에 덮여 있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여기서 여래장이란 번뇌망상의 미계(迷界)에 복장되어 있는 여래법신이라는 뜻이며, 아(我) 또한 망집의 아(我)가 아닌 진여본성으로서의 진아(眞我)를 말하는 것이다.
더욱이 동경(同經) 권34 [가섭보살품] 12 등에서는
'사중금(四重禁)을 범한 자, 일천제, 방등경을 비방한 자, 또는 오역죄인까지도 모두 불성이 있다. 이와 같은 중생들은 선법(善法)이 조금도 없으나 그 불성은 선한 것이다.……(중략)……중생이 곧 불성이다. 왜냐하면 중생을 떠나서는 무상정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하여 선법이 조금도 없는 극악중생들에게도 성불의 근거인 불성이 있다 한다.
이와 같이 <열반경>을 비롯하여 모든 중생에게 성불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여래장계경전의 실유불성[여래장]사상은 위에서 언급한 <법화경>의 일불승사상을 계승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법화경>에서는 2승을 비롯한 제바달다 내지 용녀에게까지 성불의 별기(莂記)를 주어 모든 중생의 성불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법화경>의 일승동교(一乘同敎)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성문승, 즉 처음부터 불타의 가르침에 신순(信順)하는 불제자들임에 비해, <열반경>에서는 이러한 <법화경>의 일불승사상을 계승하면서도 더 나아가 불성을 비방파괴하는 일천제, 즉 단선근(斷善根)의 극악인에게 까지도 불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불타관의 연구/ 원광대 대학원 노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