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학 수업 중 토론 관련하여 글 올립니다. (내용 수정)

[문의배]

이번 토론 수업에 참여 하게 되었는데요, 글에 적은 것처럼 저는 무신론측과 변증론측 양쪽을 다 비판하는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제 의견을 아래의 글과 같이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변증학 수업 들으시는 분들에게 도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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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과 유신론에 대한 질문과 새로운 제안들

문의배 (defunct@hanmail.net)

■ 들어가며

이번 2013년 변증학 수업 중 계획된 토론 시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무신론이던, 유신론이던 어느 한쪽 역할을 맡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해 보려던 저에게, 교수님은 양쪽을 다 비판하라는 주문을 주셨습니다. (제가 몸이 아파 뒤늦게 참여해서 그렇지요.) 그래서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책과 변증론자들의 책을 조금씩 읽어 보았습니다. 참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사실 책을 읽어서라기 보다 평소 이 두 문제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들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발언 시간이 길지 않을 것 같아 뭔가 페이퍼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글이 길어서 죄송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길게 적지 않고 핵심만 얘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두루 양해하시면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무신론자들에게 :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

무신론자들을 비난하는 유신론자들의 반론 내용 중 중요한 하나는 무신론이 예의 바른 학자들의 입장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통상적인 종교인의 태도를 취하지 않고 매우 공격적이며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무신론자들이 그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 태생적인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보인다.

무신론자들은 통상적인 “온건한 무신론자”와 최근,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등장과 더불어 촉발된 “새로운 무신론자”들로 분류할 수 있는데, 보통의 온건한 무신론자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으며 기독교에 대해서도 역시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기독교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이다. 그것은 그들의 태생 자체가 “현존하는 기독교”와 “기독교 역사가 걸어 온 길” 그리고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해하는 기독교는 배타적이며, 타종교인들과 전쟁을 불사하는 맹목적인 광신적 성향을 지니고 있고 폭력적이다.

그들이 보아온 기독교의 역사는 이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으며, 종교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때때로 처형의 대상으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까닭 없이 무고한 부녀자와 수많은 유대인들의 재산과 생명을 약탈해 온 악한 역사였다. 또한 그들이 신으로 인정할 수 없는 기독교의 하나님은 죄를 지을 것을 알면서도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주고, 그 자유 의지로 유한한 시간대에 유한한 죄를 짓게 되면 비록 그렇게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시간대 극심한 고통 속으로 인간을 밀어 넣는 악한 개념의 신이다.

자신들을 “Bright”라고 부르는 이들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불교나 이슬람교를 대항해서 책을 쓰거나 혹은 집단적인 반대 움직임을 형성하지 않았다. 즉 그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신이 존재하는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독교의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좋은가, 혹은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현재 우리 인류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바람직한가의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이 기독교의 신은 악한 신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짐에 있어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예정론에 있어 이슬람교는 최초부터 극단적인 예정론과 극단적인 심판을 그 종교 안에 품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포괄적인 신의 존재나 혹은 신의 개념이 문제가 되었다면 기독교보다 이슬람교의 신이 더욱 더 적합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슬람교 보다는 기독교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교나 이슬람교 등의 타 종교가 기독교에 비해 덜 배타적이고 역사적으로 덜 공격적이었던 것이, 그리고 현재도 공격적인 포교 활동이나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공격의 발톱을 세울 동인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즉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각각 개인적으로 공격적인 무신론으로 나아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기독교인들, 혹은 기독교의 역사와 또 기독교인들에 의해 주장되고 있는 기독교의 신 하나님에 대해 어떤 개인적 계기로 인해 반감을 갖게 된 것이 결국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게 된 첫걸음이었을 것이라고 우리는 추정할 수 있다. 즉 그들의 첫 출발은 반 기독교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반기독교적 사상에 대한 강력한 무기로 취한 것은 기독교의 신의 개념이나 기독교의 역사, 혹은 현재의 기독교인들의 모습에 대한 반발이 아니고 신 자체가 없다는 사상이다. 이것은 성공만 한다면 궁극적으로 기독교의 신을 도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으나 사실은 쉽지 않은 전략이다. 리차드 도킨스가 첫 출발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 흐름 자체가 그렇게 이어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도킨스도 깨달았겠지만 이성과 과학의 이름으로 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그런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만 보다 더 기독교의 약한 곳에 머무르면서 그 부분을 공략한다면 실제적인 성과도 얻을 수 있고 또 지성인들의 더 많은 참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더 오래 머무르면서 끝까지 변증론자들과 싸워야 할 논쟁 거리는 아래의 세 가지 이다.

(1)   현재 기독교의 태도 :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배타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죽어가는 중동의 수많은 전쟁들은 현존하는 기독교가 여전히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또한 “전도폭발훈련”이 보여 주듯 “죽으면 천국 갈 수 있느냐”고 묻는 극단적인 파스칼의 질문에 의지하는 기독교의 전도 방식은 믿음을 강요하며 믿음이 없으면 지옥이 기다린다는 권위적, 배타적 태도를 보여 줌으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2)   기독교의 역사 : 기독교는 로마 제국 주의 시대부터 선교의 수단으로 고문과 폭력을 당연시 하였으며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인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분쟁을 인류에게 야기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마녀 사냥, 교리 다툼에 뒤이은 처형, 30년 전쟁을 비롯한 종교 전쟁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적 착취 구조 속에 자행된 노예 사냥과 무역, 그리고 2차 대전의 600만명에 이르는 유태인 학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과 살인의 배경에 기독교가 연루되어 왔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에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처럼, 기독교 내에서 지나간 과거에 대한 진정한 사과의 모습은 지금도 요원하다. 선진국들의 도덕적이며 약자를 배려하는 선진화된 사회 구조는 지금도 과거 식민지로 약탈당 했던 국가들이 여전히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가로 지탱되고 있는 측면이 크며, 그런데도 남미 신학자들의 해방 신학에 대해서 이론적인 정초가 약하고 대화가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고 유럽과 북미 신학자들은 대화의 노력을 이어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서 전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서 후발 국가들의 환경 파괴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근본적인 경제 불평등에 대한 역사적 문제 의식은 없는 상태에서 현 단계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표피적 비난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모든 기독교 역사의 뒤안길은 반성과 비난, 그리고 사과와 더 나아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사안들이다. 이곳에 머무르는 것은 아직 촉발되지 않은 후진국 들에서의 “새로운 무신론자”들의 스카우트에 매우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다.

(3)   기독교의 신 개념 : 기독교의 신 개념은 이중적이다. 사랑의 하나님이면서 유대 민족을 위한 배타적인 전쟁의 신이 하나님이다. 구원을 말하지만 구원에서 제외된 대상에게는 무서우면서도 영원한 형벌이 있다. 그런데 심지어 기독교인들 중 일부는 그러한 심판이 나기 전부터 예정되어 있다고 믿는다. 구원의 방식도 명확하지 않으며 추상적이다.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예수 탄생 이전의 이방인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구원의 여부를 설명하지 못하며, 예수를 믿는 믿음이 무엇인지도 불명확하다. 그 불명확성은 곧 교리의 다툼을 낳았고 수많은 학살과 전쟁의 원인이 되었으며 지금도 기독교는 분열되어 서로 싸우고 있다. 기독교 내부의 다툼의 경험은 곧 타종교에 대한 극단적인 배타성의 원인이 되었음이 분명하며, 또 교리의 불분명은 폭력과 전쟁의 원인에도 깊이 관여 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구약의 하나님은 배타적일 뿐만 아니라 율법적이다. 그런데 신약의 예수는 사랑의 하나님을 말하며 율법을 부정하고 만민 구원의 길을 제시한다. 구약 속에서 내러티브적으로는 사랑의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으나 이방인에 대한 배타성과 동해보복법, 피의 제사법들이 중심이 된 율법 안에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 모든 문제들은 기독교에 대한 반감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무신론자들이 이곳에 더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더 강력한 무기들을 많이 장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무신론자들에게 제안하는 새로운 전략은 신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성급하게 과학과 이성에 호소하기 전에 역사적이며 실증적인, 그리고 현세적인 시각으로도 기독교를 내외적으로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 개념에 대해서는 기독교 내부에서도 극심하게 상반된 이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기독교 자체의 취약함, 즉 분열과 극단적 배타성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무신론”에 동조하는 세력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아마 도킨스가 최초 신 존재 부정을 시도했을 당시 도킨스는 과학이 충분히 신의 존재를 지워줄 수 있는 힘이 있으리라고 믿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세 조정”이론과 “지적 설계”라는 두 개의 이론은 과학적으로 논의를 유지할 힘이 있지만 기독교가 과거 수백년 이상 의지해 왔던 ‘존재론적 증명’, ‘우주론적 증명’등 여타의 철학적, 관념적인 방식의 신 존재 증명 이론들은 현대에 와서 크게 주목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도킨스는 승리를 자신하며 과학으로 뛰어 들었고 (실제 그의 전문 분야는 신학이 아닌 과학이 아닌가?) 그 뒤를 조롱하는 몇몇의 무리들이 가세하여 섣부른 승리의 개가를 부르는 일군의 무리를 형성하게 된 것이 현재의 “새로운 무신론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도킨스가 과학으로 이동하지 않고 조금 더 기독교의 역사와 윤리적 문제들, 신 개념과 교리 속의 모순들에 머물렀더라면, 그 면들에 대해서 조금 더 치밀하게 논증을 지속했더라면, 그리고 미성숙한 비아냥과 청중을 즐겁게 하는 위트들에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너무 성급하게 몰입하지 않았더라면, 기독교인들과 변증론자들은 더 많이 괴롭고 더 깊이 심각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역사를 움직이는데 꼭 증명된 진실이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히틀러의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하라. 계속 반복하라. 그러면 대중들은 믿는다”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리차드 도킨스와 그의 후예들은 학문적으로 기독교를 비판하고자 했지만 그들을 추종하여 모여든 “BRIGHT”들은 과학적 이론들을 깊이 이해하여 신이 없음을 믿는 사람들만의 모임은 아니다. 그들은 권위적인 것, 그들을 저주하는 것,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 조롱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모여든 ANTI 기독교 세력들인 것이다. 진리는 힘이 있다. 그러나 증명하기 어려운 진리보다는 선전과 선동이 힘있는 무리를 형성하고 그들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깊이 있는 모든 내용을 다 동원하여 전면전을 하는 것은 미련한 행위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고 자신의 강점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약점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미 드러나 있고 대중이 그것에 대해 명확하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그 이슈들에서 떠나 증명하기 어렵고 대중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비약하는 것은 결국 그들에게 논점을 흐리고 새로운 이슈로 화제를 돌리도록 하는 결과만 빚은 것은 아닌가?

이러한 측면을 볼 때 한국의 안티 기독교도들은 보다 더 효과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조직화 되어 하나의 거대한 집단으로 결성되지 않아서 아직 그들의 전략이 세상이 주목할만한 단일한 목소리가 되지 않고 있음은 서구의 새로운 무신론에 비해 매우 취약한 것이지만, 그들은 신 존재의 없음에 주목하기 보다는 한국 기독교의 윤리적인 문제들을 끊임없이 문제 삼음ㅇ로써 대중들을 선동하면서 신 개념 속의 모순, 지옥에 대한 문제 등 이해하기 쉽고 대번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슈들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물론 그들 가운데 도킨스처럼 종교 전체를 상대로 하여 전쟁을 시작할 만한 과학의 대가가 없는 것이 어쩌면 그들이 진정한 무신론까지 도약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변증론자들을 위한 새로운 전략

기독교 변증론자들은 무신론자들이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따라서 샛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변증론자들은 대중이 왜 무신론에 반응하는가, 왜 그들이 무시할 수 없는 어떤 세력으로 형성되고 또 영향력 있는 단체로 부상하는가 등의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무신론자들의 뒤를 따라 가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하염없이 걷고 있는 것이다.

맥그래스(Alister MGrath)의 “Bright”에 대한 비난은 타당하다. 그들은 감정에 휩싸여 실질적으로 나서지는 않으면서 인터넷 댓글 놀이에 빠져 자신들의 감정을 쏟아 내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런데 그러한 맥그래스의 비난은 결국 기독교 변증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은 과거 기독교인들이 해 왔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다 더 합법적이며 인정된 정당성을 부여 받았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제한적이긴 하지만 기독교인들이 무신론으로 빠져 드는 것을 막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즉 이론적인 측면에서의 효용성은 적어도 실질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을 수 있는 주장들이라고도 하겠다.)

그들이 왜 모였으며 무엇 때문에 흥분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리스(Sam Harris)와 히친스(Christpher Hitchens), 대닛(Daniel C. Dennet)이 얼마나 예의없이 비아냥 거리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읽지 못 하고 드러난 말만 보는 것이다. 아마 도킨스를 비롯하여 그들 대다수가 기독교인들, 혹은 기독교의 역사와 기독교의 신 개념에 대한 상처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 주변의 기독교인들, 혹은 현존하는 전쟁과 폭력들이 그들의 마음을 일차적으로 움직였을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들 마음 속에서는 기독교의 신에 대한 분노가 생성되었을 것이다. 플루(Antony Flew)가 자신이 무신론자가 된 것은 2차 대전 어간의 “반 유대주의와 전체주의”였다고 기록한 것을 우리는 유념해서 봐야 한다. 그들이 인도의 빈민가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테레사 수녀에 의해 가까스로 생명을 부지하였다면 어쩌면 기독교에 대해 그들은 다른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변증론자들은 “지적 설계”나 “미세 조정” 등의 과학적 신 존재 증명에 지나치게 몰입할 필요는 없다. 우선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아니 끌 수 있는 불을 먼저 끄고 그 다음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사과하는 신학 : 어느 백인 신학자가 채찍질 가운데 죽어간 1억명의 흑인 노예들에게 사과 했는가? 선교사와 그들을 따라 온 군대에게 온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마저 메스티조와 삼보로 뒤바뀌어 버린 남미인들에게, 지금도 영속적인 가난 속에서 신학마저 경제적 이슈에 매몰되어 투쟁적 신학으로 변해 버린 남미의 신학자들에게, 어느 저명한 기독교 신학자가 그들의 아픈 역사를 잘 정리하고 그것에 진심으로 사과한 사람이 있었던가? 십자군 전쟁의 참혹상은 다들 흥미로워 하면서도 이슬람 민족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 선교하려고는 해도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보상하겠다 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 산업 혁명으로 부를 축적한 저 제국주의의 나라들은 여전히 후진국들의 가난의 토대 위에 그들의 부와 발전의 체계를 이룩했으면서도, 그 나라들에게 환경 문제를 등한시한 경제 발전은 안 된다고 말한다. 한국의 신학자들도 결국은 민중 신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송별해 버리고 어쩌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라고는 할 망정, 기독교인으로서 지나간 2000년 기독교 죄악사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사과하여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사람이 없다.

서구 선진국들은 그들의 부와 복지가 과거 그들이 지구를 망쳐버린 대가로 오늘날 그들의 재산이 된 것임을 깨닫고 그들의 돈으로 후진국들에게 친환경 산업시설들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남미의 몰락과 아시아의 착취, 그리고 흑인 노예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을 깊이 반성하고 그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제도적인 노력을 실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뒷짐 지고 외면하면 안 된다. 아직도 미국의 흑인들은 성인 남자 10명중 6명이 전과자가 된다는 무서운 통계가 그 후예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대변해 준다. 과거의 폭력과 불평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지금의 후예들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시도하도록, 정말 그렇게 하도록 신학자들이 글을 써줘야 할 노릇이다. 사과 조차 하지 않으니 보상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신대원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할 학우들이여, 사과하는 신학이 21세기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신학이다.

(2)   신 개념에 대한 보정 : 현재의 기독교가 배타성을 버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들 수 있는 어떤 계기가 있다면, 그리고 또한 동시에 하나님은 너무나 폭력적이고 배타적이라고 비난하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에게 그 비난을 누그러뜨리는 효과적인 전략을 찾는다면, 그것은 우리 기독교의 신학 내에서 변증이 가능한 새로운 신 개념의 여지를 열어 두는 것이 될 것이다. 지면과 지식의 한계로 이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간단히 적으면 이런 생각도 가능하지 않은가 제안하고 싶다.

기독교 내에서도 구약과 신약의 하나님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군데 군데 만민의 하나님의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구약을 관통하는 하나님은 택한 백성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며 그들을 위해 메시아를 보내실 분이다. 그러나 오신 예수님은 만민의 구원자이며 구약의 율법적 체계를 허물고 사랑의 하나님을 전하신다. 그런데 신구약을 통틀어 무신론자들에게 비난 받는 것은 구약의 폭력적 하나님의 모습, 배타적 구원관, 유한한 죄에 대한 무한한 형벌 교리 등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성경 내적인 이해의 시각만 달리 하면 어느 정도 해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구약을 읽어 보면 전체적인 내러티브로는 신약의 사랑의 하나님의 모습이 여전히 큰 흐름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엄격한 율법과 그것을 어긴 자들에 대한 처벌의 모습에는 사랑의 하나님을 말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신약의 예수님은 율법적 모습을 완화 시키고 사랑의 하나님을 전한다. 이것은 분명 구약의 어떤 부분들을 뒤집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이 드러난 모순을 우리는 없는 듯, 혹은 못 본 듯 하려고 애를 쓴다.

지난 학기 장영일 전 총장님의 수업을 통해 구약이 기록된 시기, 즉 바벨론 포로기 시대 이후의 이스라엘 사람들의 근본적 딜레마는 택함 받은 백성이 왜 이렇게 가혹한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문제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하나님께 버림받지 않기 위하여 성전을 재건했고 율법을 붙들었다. 성전을 유지하는 한 하나님의 택하심은 그들 가운데 머무를 것이다 라고 그들은 믿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고난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제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설명은 그들이 율법을 등한시 하여 축복을 약속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혹한 고통을 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약 성경에 율법이 자세하게 기록되고 율법을 어겼을 때 임하는 형벌은 가혹하도록 기록된 것은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선하심을 그들의 고통 가운데서도 믿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설명이다. 즉 하나님의 선하심과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 당함이 공존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님의 법은 엄격하게 하고 그것을 어긴 대가는 가혹하도록 이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것은 상당한 타당성이 있을 뿐 아니라 “구약의 하나님은 율법적이고 가혹했지만 신약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다” 라고 주장하는 저 마르시오니즘 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이 될 것이다. 이것을 단정적인 결론으로 확증하기는 어려워도 사랑의 하나님의 모습이 이스라엘의 민족적 시각 속에서 변증적인 의도를 담아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서는 엄격하고 폭력적이기도 한 가혹한 하나님의 모습으로 조금 변형되어 기록되었을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변증은 성경의 완벽성을 주장하여 그것을 관철시키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또 진화론을 무너뜨리는 창조론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며 진화론이건 창조론이건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실제적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도 율법에 의한 구원에서 예수님을 통한 구원으로 새로운 구원의 길을 열어 두신 것 아닌가? 구약을 온전히 보전하면서 예수님께서 인류의 구원자로 등장하실 길은 없다.

(3)   고통의 신학 : 최근 들어 바르트와 몰트만 등 엄중한 지옥 심판에서 벗어나 만유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신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과정 신학자, 만유 재신론 등 예정론 일변에서 벗어난 신학들이 많아 지고 있으며 성공회는 지옥의 교리를 1995년에 포기하기도 했다. 즉 인간의 구원의 문제를 이해할 때, 영원 형벌에 대비하는 영원 천국이 존재한다고 이해하는 것은 하나님의 성품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신학계와 교계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세력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라는 사실 하나만이라도 변증에 상당히 유리한 발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러한 구원의 문제를 생각할 때 단순한 결과론이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천국이냐, 지옥이냐의 문제는 결과론이며 인간의 고통을 도외시한 설명이다. 즉 일정한 시기를 지나 종말의 시점에는 지옥불에 들어가 있는 죄인들을 비롯하여 만유가 구원될 것이라는 이론도 마찬가지이다. 영원에 비하면 잠시 동안이겠지만 머무는 동안에는 영원처럼 느껴질 그 지옥의 고통을 우리는 소흘하게 볼 수 없다. 최근 들어 피조물의 고통을 주목하는 신학자들이 늘고 있는데, 사실 오래 동안 승리의 기독교는 결과론에 매여 고통의 문제를 등한시 했다. 그러나 이 세계와 이 세계 너머의 고통에 대해서 되돌아 볼 때 우리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의 마음을 위로할 해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고통스럽다. 그들에게는 고통을 주는 기독교가 참다운 종교일 수 없으며 인류에게 끊임없는 전쟁과 학살을 야기했던 신의 존재를 믿는 기독교가 곧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마음에는 고통이 있다. 그들의 바라보는 곳에는 고통이 있다. 이 세계에서건, 저 세계에서건. 그러나 우리는 예수를 믿으면 구원 받으니 우리는 그 고통과 상관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지옥이 있다고 믿는 자들은 지금 지옥에 있는 자들이나 앞으로 지옥에 들어갈 자들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다. 허리 디스크 파열로 고통스러워 할 때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가 참 야속했는데, 그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세계의 고통 받는 자들, 그리고 저 세계의 고통 받는 자들을 돌아 보며, 만약 하나님께서 저 세계에 영원한 형벌을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으셨다고 하더라도, 하나님, 그들에게 지옥이 너무 고통스러우니 지옥을 없애 주십시오, 기도하는 것이 우리가 할일 아닌가 생각된다. (이 발언이 이단스럽다고 생각되지 않았으면 하는데….)

위의 세 항목은 첨예하게 전선이 벌어진 과학의 영역에서는 한참 떨어진 주제들이지만, 그 전선보다도 더욱 본질적이며 또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신학을 공부하고 성경을 가르치는 우리가 해야 할 무언가가 제시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들 중 일부라도 이런 부분을 신경 쓴다면, 이것은 결과적으로 변증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논리로 다투는 것은 논쟁은 이길 수 있지만 그들의 마음은 얻지 못한다. 논쟁 이전에 왜 그들이 분노하는지를 헤아리고 우리 스스로의 모습 속에서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 보아야 한다.

■ 지적 설계론, 미세 조정, 다중 우주에 대한 요약 설명

다중 우주론이 나오게 된 것은 지적 설계와 미세 조정이라는 이론이 기존의 무신론자들이 의지했던 진화론을 부정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저등한 것에서부터 고등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물리 법칙에도 어긋나고 그것에 반하는 많은 증거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진화가 실제로 일어 났다고 하면 그것은 지적 설계에 의한 것일 것이다. 이런 주장은 결과적으로 진화론 마저도 신의 존재에 의한 다스림 속에 포함시켜 버린다. 그런데 이것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부분적으로 진화론이 타당한 과학적 증거들도 많이 있다. 발생학적 증거에 따라 인류가 기어서 생활하기에 적합한 척추와 내장 구조를 가졌다는 것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필자는 허리 디스크로 치료를 받느라 등교도 몇 주 하지 못했는데, 만약 하나님께서 인간을 진화의 과정을 통해 창조하시지 않았다면 왜 직립 보행에 적합한 허리를 주시지 않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진화를 신이 진두 지휘 했다고 하므로 결과적으로 그들이 아무리 진화론을 주장해도 기독교의 신 개념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지적 설계 주체가 없어도 이 세계는 존재할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무한한 확률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이다. 이 우주 안에서 지구와 같이 적절하게 태양 둘레를 돌 수 있는, 즉 골디락스 존 안에 머무르는 별이 존재할 확률이 10억분의 일밖에 안 된다고 하면 이 우주 안의 별의 수는 10억의 10억배만큼 많으므로 그 골디락스는 이 우주 안에 10억개나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미세 조정 이론이 다시 뒤집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우주는 핵과 전자 사이의 강력이 0.007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통째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힘, 강력, 중력, 전자기력, 하다 못해 마찰력, 장력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들이 지구가 존재할 수 있고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이루어 진 것은 도대체 무슨 확률이라는 것인가? 그래서 도킨스는 다중 우주 이론을 인용하여 이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다. 이 우주 안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주가 수없이 겹쳐서 존재할 수 있고 우리 우주는 어쩌면 그 속에서 10억분의 일, 혹은 그 이상의 확률로 자연 선택된 것일 것이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다중 이론은 변증론자들의 대답으로부터 비록 불확실하고 미약하나마 조금은 도피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 다중 우주론(Multiverse)을 고려한 양측에 대한 제안

앞서 설명한 것처럼 변증론자들이 “미세 조정”과 “지적 설계”를 말할 때 도킨스가 그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제시한 것이 “다중 우주”이다. 도킨스의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도킨스가 제시한 예를 사용해 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겠다. 우리 우주의 가장 1차적인 물질은 수소인데, 수소는 한 개의 핵의 주변을 한 개의 전자가 돌고 있다. 이 크기를 비유하면 핵은 축구장에 축구공 하나가 놓여 있는 것과 비슷하고 전자는 그 축구장 둘레로 아주 작은 먼지 하나가 쏜살같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동방신학의 에너지 신학, 판넨버그의 장 이론이 들어올 여지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핵이 전자를 일정한 힘으로 붙들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것을 붙드는 힘이 이 온 우주를 생성할 수 있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강력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구는 수소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종류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원인이 바로 이 적정 수준의 강력에 있다는 것이다.

수소 원자는 엄청나게 큰 별의 내부에서 융합하여 여러 가지 다른 원자들로 산출되고 그 별이 폭발하면서 이 수많은 다양한 원자들은 우주로 흩어지게 된다. 그 덕분에 지구가 탄생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별인 태양은 가벼운 원자인 수소와 헬륨 정도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강력이 약하면 온 우주는 파편화된 수소 원자 이상의 물질을 갖지 못할 것이고 만약 강력이 조금만 강하면 원자들이 응축되어 무거운 원자들만 존재하게 되고 그 결과 수소는 물론 물도 존재할 수 없게 되어 지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이 살 수 있는 지구가 존재하기 위해서 온 우주 안의 강력이 딱 맞는 정도로 조절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우주가 단 하나의 정답을 우연히 취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지적 설계”의 존재를 인정하게 하고 또 그것의 결과로 이 우주는 프레드 호일이 주장한 “정교한 조율”에 의한 “미세 조정”의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킨스는 이러한 미세 조정에 대해 다중 우주(Multiverse)로 맞선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미세 조정의 우주이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다른 차원의 우주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확률과 진화론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다중우주론은 아주 초기적인 단계의 이론이고 신 존재에 대한 증명과 만나기 어려운 이론이라고 생각된다. 이 다중우주론을 받아 들이게 되면 수많은 다중 우주를 만든 제 1원인자가 그 모든 다중 우주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신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제1 원인자에 불과한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 우주의 신은 그 여러 다중 우주 중 하나인 우리 우주를 다스리는 제 2원인자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제 2원인자가 여전히 미세 조정의 창조자이며 그것을 지금도 지탱하게 하고 있다면, 그것이 이신론의 기계적인 신이던, 아니면 지금도 계속해서 미세 조정을 하면서 우주를 운영하고 있는 신이던 상관 없이, 그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신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다중 우주론은 기독교의 신 개념을 부정하는 데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어도 신 개념 자체를 약화시키는 데는 상당히 취약점이 있다. 우선 다중 우주의 제 1원인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다윈이 자신의 진화론을 출간하면서 자신의 진화론은 생명의 창조를 담지 않으며 스스로 성장, 복제하는 능력을 갖춘 생명체로부터 출발함을 전제하였던 것처럼, 어쩌면 다중 우주의 첫 출발을 설명하지 못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다중 우주로부터 10억분의 1의 확률로 골디락스(Goldilocks zone)에 속하는 한 우주를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다중우주가 제 1원자 없이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 하며 만약 스스로 생성되었다면 그 생성의 근본 원인은 제 1원인자가 아닌지, 물론 그것이 이신론적 신의 개념인지, 아니면 그냥 자연 법칙에 불과한지, 그것은 그 다음 문제일지라도, 우리는 질문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다중 우주 이론에 대해서 기독교 변증론자들도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우리는 기독교의 인격신의 개념으로 변증론을 펼친다. 그런데 그 인격신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존하는 우리 세계에 가두어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하나님에 대한 제한적인 사고일 수 있음을 한편으로는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우리의 하나님이 다중 우주를 지으신 분이시라면, 그 분이 인격신이지만 인격신의 속성을 제한하시고 무능력한 모습으로 이 우주를 다소 느슨하게 통치하신다면, 만약 그런 여지를 남겨 둔다면 신정론의 문제에 대해서 초월의 너머의 초월에 계신 하나님은 자신의 일에 관심이 있고 인간은 죄로 인해 심판 받아 마땅하다는 바르트의 로마서 강해 1편 같은 답변이나, (결국 하나님의 사랑을 약화시켜 신정론에 답변함) 혹은 하나님께 대적하는 사탄의 세력아래 떨어진 지구는 죄로 인해 왜곡되고 타락되었기에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하나님은 무능하고 제약적인 신), 혹은 인간은 자유 의지로 인해 죄로 인해 하나님으로부터 단절되어 이 세상의 악과 고통은 인간의 탓(창조자 하나님은 죄를 지을 인간을 창조하셨으므로 죄에 대한 하나님의 책임은 여전히 남음) 등의 설명들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무능한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그들이 죄를 짓고 지옥에 가도 어쩔 수 없는 하나님의 모습으로 보는 것 보다는 우주의 통치 방식을 그렇게 설정하신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된다. 선풍기를 만들 때 매번 사람이 1,2,3 단계를 지정해서 바람의 세기를 바꾸지 않아도 미풍에서 강풍까지 자동으로 변화하는 자연풍이 있는 것처럼, 어떤 부분은 이신론적으로 자동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면서도 어떤 부분은 세밀하게 관여하기도 하는, 그래서 우리의 모든 부분에 다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하나님인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은 비만 많이 와도 정부를 탓하고 사고만 많아도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 민족의 특성일 뿐이다. 필자가 만난 독일의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불행이 자신의 잘못이나 혹은 불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하나님께서 죄의 대가로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좋은 일이 있어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2차 대전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기독교를 떠나지 않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이론에 필자가 깊이 공감하는 것도 아니고 주장할 마음도 없다. 말하고 싶은 것은 성경에 기록된 세계관, 우리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세계관의 틀 안에서 하나님에 대해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만으로 변증을 하려고 하는 것에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겠는가 반문하는 것이다. 생각 외로 벌써 양자물리학과 천문학만 해도 성경의 세계관을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 앞에서 너무 오만하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자칫하면 하나님 앞에서 오만한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무신론자들에게 제안한다. 왜 모든 신을 대상으로 하여 싸우는가?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기독교의 신을 대상으로 무신론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이슬람교에서 반박하거나 불교에서 반박하지 않는다. 그들의 적이 전체 유신론자들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세상의 모든 신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하는가?

신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신의 개념이 또한 여러 가지 다른 생각들을 다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티(Terry Miethe)가 주장하는 제 1원인자 같은 모호한 신개념은 기독교의 인격신과는 상관이 없다. 물론 이제는 별다른 매력이 없는 안셀름 이하 중세의 존재론적 증명에 의해 증명되는 신도 지금 무신론자들이 대상으로 하여 다투고 있는 전선에서는 별로 의미 없다. 그들이 말하는 신은 막연한 신이며 기독교의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무신론자들에게 문제를 기독교로 좁혀서 인격신의 존재를 두고, 그것도 선한 창조자, 다스리는 자, 선한 종말을 가져올 자로서의 하나님을 대상으로 하여 공략하는 것이 훨씬 더 유효하다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기독교의 신 개념은 다른 신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그 신은 이기적인 본성을 가졌으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인간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고통의 세상에서 살게 하며 그 안에서 죄를 지으면 지옥에 집어 넣는, 그러면서도 자신을 찬양하기 위해 피조물을 지은 것을 보면 이기적이라는 말은 과히 잘못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세계적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제국주의 사상의 단초를 제공했고 (유대교의 선민사상은 곧 침략을 옹호 했고 예수님의 선교 명령은 경제적 착취를 위한 심리적 보상을 제공했다.), 지금까지도 끊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폭력 속에 고통 당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 911 사건이 없었다면 도킨스와 해리스, 히친스 등의 무리가 그렇게 빠르게 대중의 관심을 받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한편 911 사건으로 미국에서 교회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아이러니칼 하다.

한편 ‘도덕이 있으므로 신도 있다’는 루이스의 개념은 어쩌면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하나님의 도덕이 무엇인가? 왜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전쟁을 일삼는가? 하나님을 믿는 국가들은 영원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식민지에 대해서 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가? 점점 확산되어 가는 정보 격차와 가난의 영속성에 대해서 왜 신학은 침묵하며 국제 사회 속 혜택을 누리는 기독교 국가들은 왜 자국 이기주의를 강화시켜 가는가?

하나님의 다스림이 임하고 있는 현실 세계는 지극히 비도덕적이다. 우리 내면만 돌아 보면서 나와 하나님만 바라보면 놓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이다. 결국 하나님이 선하지 않던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선하지 않던가 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어느 쪽을 취해도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답변일 것이다.

하나님이 선하지 않다고 인정하면, 혹은 (인간의 눈으로 판단할 때) 하나님은 선하게 행동하실 때도 있고 악하게 행동하실 때고 있다고 대답하면, 전능하며 사랑이 많으신 불변의 하나님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하나님은 선하시지만 기독교인들은 선하지 않다고 대답하면 에토스의 치명적 결함으로 인해 더 이상 논쟁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국은 “너나 잘 하세요”라는 비아냥 속에서 침묵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좋을 수가 있긴 하겠지만…)

그러므로 무신론자들은 세상의 모든 신을 향해 그들이 없다라고 굳이 말할 필요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른 신들은 부차적 문제 아닌가?

한편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제 1원인자인 신, 그 신의 존재를 굳이 부정할 필요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 신이 기독교의 신처럼 인격신이고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판단하고 심판하는 신이 아닌, 그냥 세상을 만들었으며 우리의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신이라고 하면 그 신은 있던지 없던지 별 상관 없는 신 아닌가? 그러니 제 1원인자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것은 어떤가? 제 1원인자 뿐만 아니라 이신론의 하나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신이 영생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이신론의 신 정도는 지금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도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신이 있고 그 신이 우리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칫하면 영원한 고통 속에 누군가를, 그 사랑하는 그들을 집어 넣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진짜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공격의 대상을 신 존재 증명에서 벗어나 기독교의 신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제안하고자 한다.

■    변증론자들에게 제안한다. 무덤에 더 머물라.

김도훈 교수님께서 플루가 왜 부활 문제에 대해서 강하게 반박하지 않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을 몇 차례 들었다. 우연찮게 플루와 하버마스(Gary Harbermas)의 토론 전문이 기록된 책을 구하게 되어 꼼꼼하게 읽어 봤다. 사실 플루가 전향한 것은 인격신 하나님에 대한 긍정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부활에 대해서 기독교가 말하는 방식대로 믿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그는 “계시를 믿는 류”의 신자가 된 것은 아니라고 2004년에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가 무신론자로 남아 있던 2003년, 그는 하버마스의 부활에 대한 설명 앞에 강하게 부활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한 말은 “내가 옳다고 긍정할 수는 없어도 당신의 말이 타당하여 그것을 뒤집지는 못 한다” 였다. 물론 신학자에 따라 판넨버그처럼 부활보다는 성육신에 더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여전히 부활 사건만큼은 성경의 내용 중 명확하게 과학적, 심리학적, 통계적 방식으로 증명이 가능한, 적어도 무신론자들의 비아냥 거림을 그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하버마스처럼 부활의 문제를 파고 드는 학자도 있지만 그에 반해 많은 학자들이 도킨스에 맞서 진화론의 약점을 파고 드는 것은 다소 승산 없는, 그리고 증명 불가한 문제들에 너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처음에 적었던 것처럼 이 싸움의 본질은 무신론자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에 있다. 그것은 성경에서 출발하며 우주에 대한 과학 이론으로 마감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들이 그쪽으로 간다고 우리도 우르르 몰려 가서는 끝 없는 논쟁만 가득할 것이다. 물론 학자들이야 그렇게 해야 책도 내고 학문적 성과도 계속 축적할 수 있으니 굳이 나쁠 것은 없지만, 이것이 일반 평신도와 교회들에게 그 에너지만큼 유효한 성과를 내고 있는가, 질문하고 싶다. 사실 무신론자 진영에서도 그들이 하는 어려운 과학적 이론들을 다 이해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이성적인 그들이 그렇게 감성적이며 수준 낮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무신론자들에게 우주를 넘어서 다중 우주까지, 그리고 쪼개고 쪼개어 원자 속 핵과 전자 사이의 힘까지 들여다 보면서 신이 있네 없네 하는 것이 정말 의미 없는 논쟁 아닌가 주장하면서 그들의 적은 일차적으로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인격신임을 분명히 할 것을 제안한 만큼, 이번에는 변증론자들에게 잘 알기도 어렵고 대중에게 설득력도 약한 과학에만 에너지를 다 쓰지 말고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찾아 보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사실 “플루”의 입장에서도 부활에 대해 논쟁을 거듭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뒤엎을만한 강력한 무엇인가는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에게 무신론의 입장을 더 취약하게 하는 결과만 빚게 되리라는 것이 자명했을 것 같다. 즉 그가 그것에 대해 논리적인 대응을 하고 뒤집으려고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무신론의 기반을 일반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약화 시키는 결과만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그 부분에 대해 반론을 재기할 필요를 깊이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즉 믿어지지도 않고 믿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은 강력하게 반박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차라리 더 무신론 진영에 그나마 유리한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루의 예를 보아서도 우리는 “부활”에 대해서 조금 더 주목하여 무신론과 맞설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편 필자는 성경 속에서 부활 이외의 다른 것으로 무신론자들에게 맞설 적절한 무기를 발견하지는 못 했다. 그 점이 아쉽기는 하다. 무엇인가 더 논리적으로 증명할 만한 부가적인 내용이 있다면 힘이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또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과학적으로 신의 존재를 자꾸 부정하는데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그것은 완벽한 패배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공격도 무의미하거나 무효한 공격은 아니며 그것에 대한 방어도 무의미하고 무효한 방어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와서, 그 공격도 초점이 잘못 되었으며 그 방어도 기독교의 참다운 변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신자들에게는 확신을 주며 비신자들에게는 설득의 실마리를 주는 그 무엇인가를, 비록 필자는 찾아 내지 못 했지만, 다른 분들이 성경에서 더 많이 찾아내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이 성경의 문자주의적 해석을 붙드는 것이 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또한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 증명을 찾는다는 것은 성경의 기록 속에 왜곡되었을 수 있는 하나님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 민족의 처참한 고통 속에 잉태된 선민사상은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우주적 사랑을 편협한 민족주의로 이해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교회는 그것에 편승해 보수적 신학을 당연시 하였고 그 결과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간 갈등은 교회 내외로 팽배해 있다.

이스라엘 민족의 상처를 위안하는 율법에 대한 강조, 성전에 대한 중시는 한국 교회의 수직적 위계 질서와 권위적 소통 체계, 건축과 성장을 지원하는 변형된 신학이 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가리고 권위적이며 명령하고 심판하는 위계적 하나님의 모습만 비신자들의 마음 속에 각인시켜 놓았다. 그들에게 참다운 하나님의 모습이 사랑이며 이러한 잘못된 신앙을 예수님께서 꾸짖으셨음을 잘 설명해야 한다. (물론 예수님께서 지옥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셨던 것이 기록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 한국의 변증론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이쯤에서 한국의 변증론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다. 본 수업을 통해 미세 조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부활에 대한 주목이 정답이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큰 소득이지만, 만약 조그마한 첨언을 할 기회가 있다면 미국과 서방의 무신론자들 외 한국의 안티 기독교인들을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한국의 안티 기독교인들은 도킨스의 과학적 이론 까지는 달려 가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성경을 가지고 공격한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축자적으로 이해하는 총신 신학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성경을 믿는 사람들의 고백이라고 믿는 다수 신학자들의 이론을 배웠어도 강단에서는 그런 내용은 쏙 빼고 문제 없는 안전한 말씀만 전하는 우리 통합측 목회자들이 있기에, 말씀이 제약된 강단을 통해 상처 입은 안티 기독교인들이 위안을 얻을 곳은 없다. 그들은 이미 출판되어 우리 신학교에서 공공연하게 가르쳐 지고 있는 모든 내용들을 기독교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감추어진 비밀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고 그것을 인용해서 기독교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이들에게 신학을 열어야 한다. 무엇이 진리라고 절대적인 확언을 하지는 못 한다고 하더라도, 축자영감적인 성경 이해 외의 다양한 성경 이해가 있음을 말해 줘야 한다. 곧 적나라하게, 그리고 공공연하게 일반 신자들에게 알려질 내용들이다. 그것을 우리가 막는다고 막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도외시하며 우리의 목회적 안녕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행동이 될 수 있다.

둘째로 한국의 안티 기독교인들은 신 존재 증명보다는 기독교의 윤리 문제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수많은 군소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목회자들이 전국에 난립하면서, 물론 장신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지만, 자신들의 이기적 욕망이나 혹은 생존을 위해서 목회를 하고자 하는 자들이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말씀을 전하는 선포자는 또한 그들을 섬기는 사명이 있음을 망각하고 그들 위에 군림하여 상처를 준다. 예수님의 성찬식은 그 후 실제로 십자가에서 자신의 몸과 피를 쏟을 것을 미리 아시고 제자들의 발을 닦아 준 후 거행된 낮아짐, 섬김의 예식인데 교회는 그것을 구원의 통로로 전유하면서 성도들 앞에 목회자의 권위를 세우는 도구로 활용해 왔다.

한국 교회의 천박한 담임 목회자들의 어설픈 목회도 문제다. 전도사 시절, 부목사 시절, 극심한 가난과 교회 내 최하층 계급이라는 눌림 속에서 지내다가 담임 목사가 되면 돈과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어줍잖기만 하다. 그저 전도사들, 부교역자들은 누르면 되고 장로들은 비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한다. 개척해서 성공한 목회자들은 더 심하다. 아들 세습을 위해서 세간의 모든 비난에 대해서는 귀를 막는다.

한국 교회의 건축 지상 주의는 어떤가? 이스라엘 백성과 동행하던 천막을 신혼 살림으로 여기셨던 우리 하나님은 참으로 소박하고 정감 있는 분이셨다. 그 분은 솔로몬이 지은 성전을 기뻐하지 않았다. 솔로몬은 성전을 짓고 하나님은 그곳에 계시니 그 앞에 이제 이방신의 신전을 지어도 하나님이 보시고 책망하시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지혜 없는 자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동하지 않는 거대한 건물, 성전을 지어 놓고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은 지성소 밖은 못 보실 것으로 생각한 것인가? 성전 마당에서 환전 장사, 희생동물 장사를 하다가 예수님께 꾸지람을 듣는다. 그런데 그 성전을 지금 한국 교회는 못 지어서 안달이다.

재정의 문제는 어떠한가? 성도들의 정성 어린 헌금은 거의가 목회자 사례비, 교회 유지비로 사용되며 선교비, 구제비는 정말 찔끔 찔끔이다. 그나마 자립하는 교회가 거의 없다고 하니 결국 한국 교회는 신학생들 먹여 살리기 위해 수많은 성도들이 푼푼이 돈 걷어 먹여 살리는 구조인 것이다. 선교가 대안이라고 하지만, 이 많은 신학생들이 선교 나가면 돈은 어디서 나와서 그들을 먹여 살리는가? 결국 한국 교회는 교인들의 돈을 착취하는 목사들을 위한 조직체가 되었다. 그러나 전도사들은 너무 가난하고 어려워서 자신들이 그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마치 연예계나 다단계, 조직 폭력배의 구조와 비슷하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이 어마 어마한 부와 권력을 누리고 그 밑에 있는 수많은 하층 계급 목회자들은 그 상부 구조를 떠받들기 위해서 무한 충성을 마다하지 않는다. 슬프게도 전도사들과 부목사들을 닥달하는 교회들이 더 잘 되고 성장한다. 인격적으로 잘 대하는 교회들은 성장이 어렵다.

이 모든 한국 교회의 현실은 유럽과 미국의 무신론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교회는 벌써 하나님이 계시고 안 계시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와 목회자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세습 반대한 정도의 노력은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 벌써 신학교 조차 큰 교회의 도움이 아니면 어떻게 건물을 짓겠는가?

세계 최대의 학교 장신대를 유지하려면 학생은 계속 많이 뽑아야 할 것이다. 성장제일주의 한국 교회는 장신대처럼 큰 학교를 자기 교단 내에서 만들기를 원한다. 그러니 신학교 난립은 막을 길이 없다. 목회자 전체에 대한 통합적 자정 노력을 묶어 낼 조직도 없다. 교단 난립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단 대립이다.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신학생 배출을 통해 교세를 늘리는 것이 관심이지, 한국 교회의 자정을 위해 학생 수를 줄이고 그들의 학문과 신앙을 고양하며 그들이 보다 더 경제적으로나 위계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대우를 받아 따뜻하고 균형 잡힌 마음가짐으로 목회 일선에 나가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도 않고 고민 할 수도 없다. 교수님들도 학생이 많아야 학교가 유지될 것이고 학교가 유지되어야 교수직이 유지될 것이니 이 문제에 적극적이거나 혁신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필자의 짐작은 틀린 것일까?

그러므로 한국의 안티 기독교에 대한 대응은 위기의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방법도 안 보이고 가능성도 안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붙들고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셋째, 지난 1월, 한달 간의 미국 교회에서의 사역은 (해외인턴쉽으로 미국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를 돌아보게 했다. 두 가지가 생각났다. 기도해야 한다. 기도의 능력이 한국 교회를 살릴 것이다. 문제를 아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으되 문제를 푸는 것은 하나님 외에는 풀 수 없으리라는 깨달음이 아니다. 그런 평범한, 혹은 절박함에 도출된 최후의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가 능력이 있었으며 그 기도가 한국 교회를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 성장 시켰음을 말하는 것이다. 잘 갖춰진 시스템과 세련된 문화와 조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절실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성령의 역사에 의지해야 한다. 어거스틴의 성령론에 따라 성부와 성자를 잇는 “사랑의 띠” 정도로 생각해 오면서 방언과 성령의 역사를 기독교의 부차적, 혹은 이변적 사건으로 축소 시켜 왔던 서로마 교회의 전통은 20세기 폭발적인 성령의 역사 앞에서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하나님께서 선교지마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나타나심과 역사하심으로 직접 영혼들을 깨우고 계신다. 아주사 거리에서 시작된 방언의 사건은 수많은 논쟁과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오순절 교단이라는 교단을 낳았고 교회의 예배 개혁을 낳았으며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도모했다. 사실 가장 강력한 변증은 그들에게 성령이 역사하여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 결정은 우리에게 있지 않으나 실상 강력한 안티 기독교인들이 어느 날 손 잡고 교회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접하지 않는가? 그것은 성령의 역사다. ‘

기도하자,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자는 것은 인간은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이생이 아니고 현생이다. 이 땅에 있을 동안 우리는 영원을 결정하는 것이다. 영원으로부터 도래하는 성령의 역사를 우리는 현생의 기도록 하늘로부터 이 땅 위에 끌어 내리는 것이다.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글을 잘 이어 오다가 끝에 와서는 비약적으로 신앙적인 귀결을 지었다고 하실 분들이 계실까? 그러나 말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마음 속에 담긴 말을 안 적을 수도 없고, 조금 바꿔서 적을 수도 없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무신론자들과 변증론자들에게 둘 다 조언을 던졌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말 뿐이고 필자는 그냥 일개 전도사일 뿐이다. 그러니 하나님께 이 모든 논쟁이 달려 있다는 이 결론은 어쩌면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유약한 결론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쓰나미는 바다 위에서 만나도 별로 무섭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몇 미터씩 솟구치는 파도들을 보면서 고작 물 높이가 몇 센티 더 높은 것이야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파도는 제 자리에서 일렁이지만 쓰나미는 그 몇 센티 높은 물이 수십킬로미터에 걸쳐 밀어 닥친다. 물 위에 물이 또 얹히고 또 얹혀 결국 집을 무너 뜨리고 산을 허무는 거대한 물 벽이 되는 것이다.

성령의 역사는 그러한 것이다. 오순절 다락방에 모인 그들은 잡혀갈까 겁이 나서 모인 것이지 교회를 이루자, 전도하자, 하고 모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성령을 받자 놀라움 속에 기쁨이 그들을 낙심과 두려움으로부터 담대한 전도의 열정과 교회를 향한 발걸음으로 밀어 올렸다. 치밀하게 계획 세우고 잘 준비해서 한 것이 아니다. 우발적이며 폭발적인 즐거움, 열정이 그들을 뒤덮었다.

한국 교회에 그런 성령의 역사가 임하여 모든 더러움을 씻어 내고 새로운 교회, 새로운 사람들을 세우시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무신론과 유신론에 대한 질문과 새로운 제안들.docx

[문의배]

10월 1일 밤 12:42 분에 내용과 파일 수정했습니다.^^
밤샘해서 적다 보니 횡설수설이 많았네요..죄송...^^
지금 올린 글이 조금 더 나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