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정임표 님의 글(대구수필가협회 게시판)을 전재
“노을진 한산섬에 갈매기 날으니/ 삼백리 한려수도 그림 같구나/ 굽이굽이 바닷길에 배가 오는데/ 님 맞은 섬색시의 풋가슴 속은/ 빨갛게 빨갛게 동백꽃처럼 타오르네/ 바닷가에 타오른다네”
올해의 문학기행은 유배문학의 탄생지인 경남 남해로 간다. 에메랄드 빛 호수(?)에 떠있는 수많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남해. 이미자의 노래로 더욱 유명해진 한려수도!
한려수도는 경남 통영의 한산도에서 전남 여수의 오동도에 이르는 120㎞ 길이의 연안수로를 말한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겹쳐지고 포개진 섬은 한국의 계림이요 한국의 하롱베이 이다. 해방 직후 청마와 미륵산 신선대에 오른 정지용이 발아래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풍경을 바라보고는 “통영의 바다와 섬을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려니와, 계림과 하롱베이가 천하제일의 절경인 줄 안 욕심 많은 중국과 베트남의 신선이 미륵부처님의 초청으로 통영에 유람을 왔다가 한산도 앞 바다를 내려다보고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미륵에게 내어준 것이 너무나 원통하다고 했다는 곳이다.(믿거나 말거나).
남해는 조선 조 선비들의 유배지였다. 지배계급이 살고 있는 한양과는 아득히 먼 데다 뭍과 통하는 길목이 오직 노량나루 뱃길뿐이니 갈매기나 소식을 전할 까, 한 번 갇히면 돌아 갈 길이 없는 영원히 격리된 섬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의 발길이 닫지 못하는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당쟁에 절은 조정의 권력자들이 알지 못한 것이다. 죽을 곳인 줄 알고 귀양을 보낸 곳이 신선도 부러워하는 천하제일경의 곳일 줄이야.
조선시대의 귀양은 체제에 항거하는 사대부들을 격리 시켜서 서서히 말라 죽게 만드는 죽음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이 체제에서 떨어져 나와 천혜의 풍광을 만나니 저절로 예술혼으로 승화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타락한 세상, 버리기 어려운 세상을 버리고 수려한 자연에다 몸을 담고 나니 오히려 한양에 있을 때보다 세상이 더 바르게 보이고 심신이 더 편안했을 것이다. 유배문학은 그렇게 탄생된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의 저자 서포 김만중과 자암 김구, 약천 남구만, 소재 이이명, 후송 류의양 등이 유배문학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남해 노도 섬으로 유배되자 비로소 영과 육이 자유로워진 서포는 거기서 갇혀 지내며(육지에서 노도를 볼 때는 갇힌 것이고 노도에서 육지를 볼 때는 볼 때는 자유로워 진 것이다) 소설과 시문학, 평론, 수필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그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전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도 거기서 쓴 것이라고 전한다.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약천 남구만은 당대 서책 수장가로 서포보다 10년 먼저 남해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다한다. 두 사람은 인상여(藺相如)와 염파(廉頗)가 시샘을 했을 정도로 호형호제하며 막역한 사이로 지냈다 한다. 귀양 가서 내 좋아하는 글을 쓰며 거기다가 “종자기”까지 얻었으니 둘은 천하에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었을 것이다. 약천과 서포가 주고받은 시와 서찰이 <서포만필>에 전해진다.
자암 김구는 조선의 4대 서예가 중 한 사람으로, 기묘사화로 남해로 유배돼 13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70여 편의 시를 지었다. 대표작 <화전별곡>에서 그는 남해를 ‘일점선도(一點仙島)’라 신선의 섬에 비유하면서 “서울의 번화로움이 부러우냐, 벼슬아치의 붉은 대문 안의 술과 고기가 좋으냐. 돌밭 초가집에서 가지는 농촌의 모임을 나는 좋아하노라”며 음풍농월하는 삶을 노래했다. 류의양은 귀양시절 남해를 두루 기행하고 최초의 한글 기행문 <남해견문록>을 남겼다. 여기엔 어민들의 생활, 남해방언과 풍속 등이 담겨있어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참된 글쟁이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남해는 절망에서 희망을 꽃피운 섬이다. 임진왜란을 당하여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일 때도 한산대첩을 이뤄 낸 곳이 바ㅏ로 남해 통영이다. 유배문학은 그렇게 삶의 막다른 곳에서 탄생된다. 이것이 3월 15일 회장단 모임에서 올해 문학기행 코스를 남해로 결정한 이유이다. 구체적인 일정마련은 손숙희 수석부회장님께서 수고 해 주실 것이다. 유배문학관, 원예예술촌, 편백나무 숲, 다랭이 마을등을 둘러 볼 것이다. 서포가 유배된 작은 섬 노도에는 뱃길이 없어 직접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멀리서 바라다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남해군에 따르면 '노도 문학의 섬' 조성사업이 추진 중인데 금년 6월부터 본격적인 조성사업에 나선다고 한다. 땅도 지리도 사람의 운명처럼 미인이라서 박명한 게 아니라 박명하니 미인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땅 끝으로 밀어 넣어 보시길 바란다.^^
<사족>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문학기행도 맛있는 먹을거리가 없으면 ‘김빠진 맥주’가 된다. 죽방멸치 회 무침, 광어, 도다리, 참돔 회, 하얗게 살이 오른 싱싱한 갈치 찌개 등등은 물론 이려니와 다양한 상품과 퀴즈, 만담과 특강, 수필낭송, 그리고 장끼자랑까지 푸짐하게 준비 될 것이다. 특히 이번 문학기행에는 70명 이상의 우리 수필문인들이 참여 할 것으로 예상 된다. 최고급 안락형 버스를 두 대씩이나 준비 한다. 선후배 문인들이 함께 허심탄회하게 문심을 나누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총무간사님이나 제게 조언을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 모두가 한국 수필문학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할 것이다. 우리의 발자취도 세월이 흐르면 문학의 한 역사로 남을 것이다.
* 유배문학에 관한 이야기는 자유기고가 김정연, “절망 속에 핀 꽃, 남해유배문학”의 글을 올려둔 김선비, 2013.03.15 20:11 http://blog.daum.net/ebkim226/741에서 부분적으로 인용했음을 알립니다,
첫댓글 남해 문학기행이 기대 됩니다.
소개글을 다 읽고나니 빨리 가고 싶습니다.
기대됩니다. 감사히 잘 읽어습니다.
감동하면서 읽었습니다. 준비 기대 기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