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전통 막걸리, 반가워서 한 병 샀으나 들고 다니기가 번거로워 바로 시음 , 이은경 작가와 소운, 이수경 씨,
단맛 유감(술이 달아서야!) 소운/박목철
지구 상 모든 생물의 활동을 관찰해보면 먹거리를 구하는데 시간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보면 자는 시간을 뺀 시간의 반을 일하는 데 소비하는 셈이다.
지금은 소득의 아주 적은 몫을 먹는 데 쓰지만, 옛날에는 소득 대부분이 먹거리를 장만하는 데 쓰였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노동의 잉여가치가 낮아 온 가족이 종일 움직여도 충분한 먹거리를 장만하기 어려웠다.
자연에서 인간이 구할 수 있는 에너지원중 최고의 식품은 흔히 당이라고 불리는 탄수화물이다.
분자 구조가 단순한 과당에서부터 복합 당의 형태인 탄수화물에 이르기까지 탄수화물은 과일이나 곡물의
형태로 주변에서 쉽게 채취하거나 경작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 원이었다.
에너지 효율도 높고 잉여 에너지는 지방의 형태로 인체에 저장해 식량 구하기가 어려운 때를 대비도
하는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은 인류를 살린 고마운 존재였다.
사람은 단맛을 아주 좋아한다.
이는 단맛을 내는 탄수화물이 인체에 좋은 에너지 원이고 독성이 없는 가장 안전한 식품이라는 오랜
경험이 축적된 결과가 뇌에 입력돼 있기 때문이다. 단맛이 나는 식품은 먹어도 안전하다는 오랜 학습의
결과가 단맛 나는 식품을 섭취하면 행복감을 느끼게 인간을 세뇌했다는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더니 세상이 바뀌어 탄수화물의 장점이 고스란히 단점으로 인간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섭취하면 쉽게 에너지원으로 높은 열량을 내고, 지방으로 저장도 쉽게 하고,
인류를 살려낸 탄수화물의 장점이 지금은 목숨을 노리는 단점으로 바뀌어 탄수화물 적게 먹기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먼 훗날 단맛은 지금의 쓴맛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달다, 쓰다, 모든 기호는 뇌가 유용성을 기억했을 뿐이지 절대적은 아니니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단맛이 좋다지만 때로는 단맛이 역겨울 때도 있다.
좋은 화장품에서 나는 향기는 사람을 끌어당긴다. 깨끗한 여자분이 스쳐 지나갈 때 살짝 풍기는
화장품 냄새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게 할 만큼 유혹적이지만, 음식에서 화장품 냄새가 풍기면
역겨워서 음식을 먹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단 음식도 달아야 할 것이 달아야지 그렇지 않은 경우 단맛이 역겹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예전에 회사 야유회에서 끓인 김찌 찌개에 누군가가 설탕을 넣은 적이 있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군침을 흘리면서 한술 뜨고는 모두, -왜 이렇게 달아 누가 김치찌개에
설탕을 넣은 거야?- 그 김치찌개는 아무도 먹지 않아 그냥 버려야 했다.
왜 우리나라 막걸리는 다 그렇게 달게 만드는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술 중에서 종류가 많기로 따지자면 단연 막걸리가 아닌가 싶다.
어느 고장을 가도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막걸리가 있으니 말이다.
막걸리가 술 중에서는 건강에 가장 좋다는 이유에서 막걸리를 찾은 분들이 많이 계시고 소운도
나이가 들면서 독주를 피하게 되어 거의 막걸리를 마시는 편이다. 아쉬운 점은 좋은 맛을 내는 막걸리
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다른 상표로 막걸리를 만들자고 생각했다면, 뭔가 다른 점이 있어야 하는데
막걸리 맛이 거의 같다면 다른 상표를 걸고 막걸리를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또 하나,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왜 막걸리가 하나같이 그렇게 단맛이 강하냐는 불만이다.
화장품 향이 좋다고 음식에서 풍기면 역겹듯, 사이다나 과일즙도 아닌 막걸리가 진저리가 쳐 질만큼
달다는 사실이 소운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휴가차 찾은 단양에서 저녁에 한잔 마시려고 치킨 한 마리를 사고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도 한 병 샀다. 늘 그렇지만 새로운 술을 마시기 전에 설렘까지 소운의 기대가 컸다
한잔 따라서 주욱 들이키려니 진저리가 쳐졌다. 너무 달아서 마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음식 타박을 하지 않는 소운이다. 어쩔 수 없이 한 모금은 마셨지만 컵에 따른 막걸리를
도저히 마실 수가 없어 버리면서도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이걸 술이라고" 하는 반감이 생겼다.
* 막걸리에 첨가되는 감미료들, 대부분의 막걸리 맛이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얼마 전에 사위가 새로 나온 술이라며 바나나 막걸리 인가를 사 온 적이 있다.
유명한 양조 회사에서 만든 술이니 맛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컸다. 숯불에 구운 한우를 한입 먹고는
기분 좋게 한잔을 따라 마신 사위의 표정이 영 그랬다. "맛이 어때?" 소운도 한잔 따르며 물었더니
"아버님 마시지 마세요, 그냥 버리세요, 술 만든 친구 때려주고 싶어요," (사위의 말을 그대로 옮김,)
어떻길래? 따른 술을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그래도 대한민국 민속주의 대표 격인 양조장인데
하는 마음에서 한 모금을 마셔봤다. 아! 달다. 사이다나 콜라도 아닌 막걸리가 이렇게 달수가?
일본을 예로 들면 욕먹을 일이 아닌지 싶지만,
일본은 양조장에서 만든 민속주가 아주 다양하다. 놀라운 것은 다 자신들의 고장에서 나는 특산물을
이용해 많은 연구를 거쳐 인공 감미료가 아닌 자연의 맛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배주가 배 향을 넣지 않고도 배향을 내듯, 심지어는 봄에 피는 꽃에서 효소를 추출해
꽃술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를 유심히 살펴보시라,
인공 감미료와 향을 내는 여러 화학물질이 첨가된 것을 보시게 될 것이다. 단맛은 대부분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의 맛이다. 왜 인공 감미료까지 써가며 술꾼들이 싫다는 단맛을 고집스레 내는지
양조장에 묻고 싶은 심정이다. 소운이 주변에서 듣는 술맛의 평은 다 달아서 싫다는 것이었는데,
*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양조장을 자주 만나게 된다. 지방 특산물을 이용한 술이 대부분이다.
* 양조장 안에는 생산된 술을 전시하기도 하고 시음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양조장 마다 술도 맛도 다 특색이 있다.
단맛이 아닌 맛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감칠맛이라고 소운은 단언한다. 아주 오래전에 마셔 본 조 껍데기 술맛을 아직도 소운은 잊지 못한다.
조 껍데기 술이라는 유사 상품이 많이 있지만, 소운이 마셔본 술은 제주도에서 생산되던 술이라 했고,
유사 조 껍데기 술은 전혀 감칠맛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아니, 감칠맛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
강원도 횡성 근처에서 사서 맛본 강냉이 술이 나름 감칠맛을 흉내 내고 있었고, 충청도에서 생산되는
밤 막걸리 중 한 종류가 아쉬운 대로 감칠맛을 흉내 내고 있어 소운은 이 술을 즐겨 마시고 있다.
* 막걸리는 제조일을 살펴야 한다. 제조일에서 보관 기간의 반 쯤 지난술이 숙성이 잘되 맛이 좋았다.
막걸리 제조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인공감미료를 쓰지 말고 자연에서 맛을 찾으라는 것이다.
청량음료도 아닌데, 아스파탐으로 술을 달게 만드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본에도 막걸리가 있다. 니고리자케라고 하던가? 일부러 사서 시음을 해 봤다.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달지는 않았다. 일본인이 단맛을 즐기지만, 가려 쓴다는 지혜는 있었다.
우리가 흔히 정치인의 행동을 보며 이해하기 곤란해 한다.
국민의 여론을 들어보면 다 아니다 하는 행동을 고집스레 반복하는 것을 보며 왜 저럴까? 하듯
막걸리 마시는 분들은 다 단맛이 싫다고 하는데 왜 아스파탐으로 단맛을 고집하시는지?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자연의 맛을 살린 막걸리를 기대해 본다. 아스파탐, 음식에도 요즘은 넣지 않는다.
*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달지 않은 좋은 막걸리가 혹 있다면 살짝 귀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