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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저작물>
2-1-A. 맨 처음으로 저작권제도의 기본이 되는 저작물을 정의하고 있다. 구법(1986년)에서는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라고 하였던 것을 2006년의 개정에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하였다. 구법과 대비한다면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가 삭제된 대신에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이라는 말이 추가된 것이다. 구법의 규정은 베른협약 제2조 제1항의 규정과 유사하게 “문학적 예술적인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 하여 저작물의 범위를 한정하였던 것이나, 이를 삭제하고, 현행 일본저작권법과 유사하게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이라는 말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저작권법은 후단에서 “문학, 학술, 미술 또는 음악의 범위에 속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여, 범위를 예시로 한정하고 있다.(일저 §2 1호)
저작물의 개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학설도 구구하고, 각국의 저작권제도에 차이가 많아 국제적으로 통일된 개념구성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의 규정에 따라 저작물의 성립요소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첫째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에 속해야 하고, 둘째는 창작성이 있어야 하며, 셋째는 대외적인 표현물이라야 한다.
2-1-B. 첫 번째 요소인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란, 일반적인 국어사전에 있는 내용과 같이 사상이란 생각(thought)을, 감정이란 느낌(emotion)을 말하는 것이고, 저작권법이라 하여 특별한 의미를 더 부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구법(1986년) 개정 당시에도 당초의 초안에 이 말을 삽입하였던 것이나,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특히 제1 내지 제4공화정시절에 “사상”이란 용어를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여 사용된 경우가 있었으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 삭제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라고 하여 앞에 “인간”이란 한정어가 붙었으므로, 예컨대 원숭이가 그림을 그렸다면 그것은 인간의 사상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물로 될 수 없다.
그리고 2006년 개정저작권법의 해설에 의하며, “학문과 예술의 법위에 속하지 않는 데이터베이스, 컴퓨터프로그램 등도 저작물로 인정되고 있으므로 저작물의 범주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학문과 예술의 범위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6년에 성립된 WIPO저작권조약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은 베른협약 상 어문저작물로서 보호되고, 데이터베이스는 편집물로서 보호되는 것이며(동 조약 §4, §5), WTO의 TRIPs협정에서도 같은 규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동 협정 §10) 따라서 우리나라가 베른협약과 WIPO저작권조약에 가입한 이상 저작물의 정의에 “학문과 예술의 범위”란 문언이 있다고 저작물의 보호대상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 판례에 의하면,
⑴ 사실 자체는 이미 주어진 객관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정신적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사상 감정이라고 할 수 없고,
⑵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나 잡보(雜報)도 기존 사실의 전달이기 때문에 사상 감정의 표현이라 할 수 없으며,
⑶ 선하증권(船荷證券)이나 계약서안(案) 등도 사상 감정의 표현이라 할 수 없고,
⑷ 운동경기나 게임의 규칙(rule) 등도 아이디어(idea)에 불과하여 저작물이라 할 수 없으며, ⑸ 컨베이어 벨트 커버(conveyor belt cover)와 같은 기술적인 사상 자체도 표현이 아니므로 특허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창작성(創作性)>
2-1-C. 두 번째 요소는 창작성이 있어야 하는데, 창작성이란 영어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이다. 오리지널리티는 다른 저작물로부터 모방이나 모작(模作)한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이 창작(create)한 것을 말한다. 예컨대 어떤 소설가가 오랜 구상 끝에 〈흙〉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그것이 우연하게도 70여 년 전에 나온 이광수의〈흙〉이라는 소설과 내용 및 등장인물에 이르기까지 같다고 하자, 그러나 이 작가는 이 소설을 완성하기 전까지 이광수의 <흙〉이라는 소설을 보거나 듣지도 못했다면 이 작가의 〈흙〉은 이광수의〈흙〉을 모방하거나 모작한 것이 아니므로 창작성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이 작가의〈흙〉은 이광수의〈흙〉과는 별개의 저작물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이다. 외냐하면 저작권침해의 주관적 요건인 의거성(依據性)이 없는 것이다. 우리 사법부의 판례도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떤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가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所産)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창작성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으며, 이러한 의미에서는 오늘날 사회에는 저작물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며, 단지 사회적인 효용이 문제로 될 뿐이다. 왜냐하면 유치원의 어린이들도 선생님의 지도로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이나 그림으로 그린 것이면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 될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는 유치하여 효용이 적을 뿐이다.
2-1-D. 그리고 최근 일본의 판례에 의하면 기존의 사실을 전달하는 표현은, 표현의 선택폭이 좁기 때문에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법원의 재판상 증인심문의 재판내용을 방청한 방청기를 자신의 인터넷상에 공개하였는데, 다른 사람이 자신의 블록 기사를 그대로 게재하였으므로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삭제를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증인의 경력부분 표현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하여, 표현선택의 폭이 좁아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고, 증언의 순서를 바꾼 것은 개성(個性)의 발휘와 평가라 할 수 있는 정도의 선택 또는 배열상의 연구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기각하였다.
또한 일본의 판례는,
⑴ 생체조직(bio-organic)과 같은 자연과학상의 법칙이나, 맥박(pulse)풀이와 같은 수학적 해법은 창작성을 인정할 수가 없고,
⑵ 학문적인 정의와 같이 표현상의 제약으로 다른 적절한 표현방법이 없는 때에도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⑶ 스케줄(schedule) 관리의 소프트(soft)와 같이 기능성이 강한 기술적인 저작물에 있어서는 고도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2-1-E. 창작성과 관련하여 주의를 요하는 것은 신규성(novelty)이다. 특허법에서는 특허의 대상에 신규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동법§29) 위의 예에서 말한 작가의〈흙〉은 신규성이 없어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하나 저작권법상의 창작성은 신규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위 작가의〈흙〉이 별도의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는 것이다.
또한 주의를 요하는 것은 법문상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유형물(有形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물(物)’ 내지 ‘물건’이라 하면 유형물로 생각하기 쉬우나, 저작물은 무형물(無形物)이며 저작권은 특허권 등과 같이 무형재산권의 하나이기 때문에 저작물이 표현되어 있는 원고지나 그림의 액자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다. 글을 쓴 원고지나 그림의 액자는 저작물의 표현매체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러한 원고지 등을 매수하는 것은 물질 자체인 유형물의 소유권은 취득할 수 있어도 그 유형물에 표현된 저작물의 저작권은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유형물의 취득계약에 저작재산권의 취득도 별도로 명시한다면 저작재산권도 취득할 수 있다.
<표현(表現)>
2-1-F. 세 번째 요소는 대외적인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착상(idea)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대외적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없고, 또한 법이 보호하려고 하여도 보호대상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표현되지 않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사회적인 유용성도 없고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작물이란 머릿속에 구상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이 어떤 형태나 방법으로 외부에 표현되어야 하는데, 표현의 형태나 방법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원고지에 글로써 나타내거나 도화지에 그림으로 나타내거나, 말로 연술(演述) 또는 방송하거나, 연극이나 무용과 같이 동작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우리 사법부의 판례도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는 것은 사상,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소설의 스토리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저작물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다만 한 가지 주의를 요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영미법계의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의 성립요소로 유형물에의 고정(fixation)을 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독⋅불을 중심으로 한 대륙법계에서는 유형물에의 고정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저작권법도 대륙법계의 체제이므로 저작물의 성립에 고정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1996년에 성립된 WIPO저작권조약에서도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표현에 미치고, 착상(idea), 절차, 운용방법 또는 수학적 개념자체는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동 조약 §2) 트립스(TRIPs)협정에도 같은 규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동 협정 §9 ②)
근래 일본의 젊은 학자는 어떤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면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20인이 표현한다면 20가지가 되고 100인이 표현한다면 100가지로 될 수 있으며, 각 표현의 하나하나에 창작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노력하여도 몇 가지 밖에 없는 표현에는 창작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학자가 말하는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이다.
<내용(idea)과 표현(expression)의 2분법>
2-1-G.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 내용(idea)인가 표현 형식(form)인가에 대하여, 일찍이 독일의 피히테(Fichte)는 정신적저작물로서의 책(Buch)과 그것을 유형화한 원고 등(Buchstück)을 구별하여, 전자를 다시 저작물의 내용(idea)과 그것을 외부에 발표하기 위하여 채택한 형식(form)으로 세분하고, 원고 등의 유형물에 대하여는 물적소유권의 성립을 인정하며, 저작물의 표현방법으로서의 형식(form)도 언어나 부호의 구성에 저작권의 독자성을 인정하였으나 저작물의 내용(idea)에 대하여는 권리의 인정을 부정하여, 이들은 저작물의 공표와 동시에 저작자의 손을 떠나 공유(公有)가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판례가 “부기(簿記) 대차대조표의 양식은 표현(expression)이 아니라 새로운 부기체계의 방식으로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모든 공중이 자유롭게 사용되어야 하고, 또한 부기방식을 설명한 책과 같은 기능적인 저술은 문제해결의 방식이나 조작방법과 같은 해법을 기술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하는 것은 마치 의자(椅子)를 만드는 방법을 저술한 저작자에게 그 의자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독점권을 주어 다른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의자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당하다.”고 하였다.
그 후 또한 판례는 “침해를 입증하기 위하여 저작권자는 그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음을 입증하여야 하고, 또한 원고는 침해자가 그의 저작물로부터 추상적인 아이디어 이상으로 아이디어의 표현을 복제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소송들은 미국 구저작권법(1909년)이 아이디어와 표현에 대한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소송이 많았으므로 미국의 현행 저작권법(1976년)에는 아이디어나 절차, 개념 등은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102. b항)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2-1-H.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은 내용(idea)이 아니라 표현(expression)이며, 이를 내용과 표현의 2분법(idea expression dichotomy)이라 하고 있으나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경우에는 또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판례도 “어떤 아이디어의 표현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경우(경품게임의 경기규칙 등)에는 그 표현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이디어와 표현이 매우 밀접하여 거의 합체(merge)되어 있는 것이며, 그러한 표현에 저작권의 보호를 한다면 장래의 창작자는 같은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아이디어 자체에 독점권을 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미국 저작권법의 문제 외에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에도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하면 저작물의 내용(idea)과 표현을 구분하여 표현만 보호하고 내용은 보호하지 않는다면, 2차적 저작물의 보호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2차적저작물은 표현에 있어서는 원저작물과 다른 것이나 내용에 있어서는 같은 것이다.
따라서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이나, 원저작물과의 관계에서 내용이 같거나 유사하여 2차적 저작물이고, 내용도 다를 경우에는 완전 별개의 저작물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2차적 저작물이 보호되는 범위 내에서는 내용도 보호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다음 16-F 참조)
그러므로 오늘날 독일에서는 내용과 형식(표현)을 엄격하게 구별하지 않고 내용과 형식의 각각에 저작자의 독창적인 개성이 표현되는 것이 저작물의 본질이며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근래 일본의 학자는 창작성이란 표현을 선택할 수 있는 넓이라고 한다. 그 폭(넓이)이 넓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창작할 여분도 많아지고, 그것은 정보의 풍부화에 도움이 되고, 반대로 그 폭이 좁은 경우에 해당 작품에 창작성을 인정한다면 독점에 의한 폐해가 많다, 따라서 컴퓨터프로그램과 같은 기능적 도는 사실적 저작물에 있어서는, 창작성을 표현의 넓이(폭)로 생각하는 것은 경쟁을 촉진하고 정보를 풍부화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