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곡 여덟 번째 고리, 일곱 번째 구렁, 뱀으로 변하는 도둑
단테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말을 마친 그 도둑은 하느님에게 상스러운 손질을 하며 “하느님아, 이거나 먹어라.”하고 외쳤습니다.
이때부터 뱀들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뱀 한 마리가 오더니 그의 목을 휘감았는데,
마치 ‘할 말이 고작 그거냐?’ 고 하는 듯했다.
또 다른 뱀이 그의 두 팔을 칭칭 감고 머리와 꼬리로 묶어 버려 그는 꼼짝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깜깜한 지옥의 고리들을 다 둘러보았어도
하느님께 그렇게 방자한 망령은 보지 못했다.
테베의 높은 성벽에서 떨어진 자(카파네우스)도 그렇지는 않았다.
카파네우스는 테베를 공격한 일곱 장수 중 하나입니다. 지옥편 14곡에서 하느님을 경멸하고 무시해서 불이 붙은 모래사막에서 벌을 받고 있습니다.
카파네우스는 테배의 성벽을 기어올라 자신이 테베로 입성하는 것을 제우스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오만한 말을 해서 제우스의 번개에 맞아 죽었습니다.(카파네우스가 죽은 뒤에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그를 다시 되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지옥의 고리를 다 돌아도 하느님께 그렇게 방자한 망령은 보지 못했습니다.
켄타로우스 하나가 많은 독사를 등에 지고 “어디야, 어디? 그 나쁜 놈은 어디 있는거야?” 라고 외치며 달려 왔습니다. 선생님이 “이놈이 카쿠스다. 다른 켄타우로스들은 일곱 번째 고리에 있는데 이놈은 사기를 쳐서 이웃의 수많은 가축들을 빼앗아 일곱 번째 구렁에 와서 고통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카쿠스는 불의 신 불카누스(그리스의 헤파이토스)의 아들인데 헤라클레스가 12개의 공적 중 하나로 괴물 게리오네우스의 소를 빼앗으러 왔을 때 카쿠스는 그 소떼 중에서 몇 마리를 훔쳐서 동굴에 감춰두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가 울어서 훔친 것이 발각되어 헤라클레스에게 몽둥이로 맞아 죽었습니다.
선생님이 말하는 동안 카쿠스는 저편으로 물러났고 세 망령이 나타났습니다.
아뇰로, 부오스, 푸초 시안카토입니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는데 그들이 서로 이름을 불렀습니다.
'치안파(피렌체 도나티가문의 기사, 도둑질을 일삼았다.)는 어디에 갔냐'는 소리에 나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선생님께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했습니다.
저들을 보고 있는데 발이 여섯 개 달린 뱀(뱀의 형상을 한 괴물)이 세 망령 중 하나를 휘감았습니다. 휘감은 모습이 무서웠습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이 잘 믿기지 않더라도 놀라지 마시라! 직접 본 나도 수긍하기 힘드니까' 단테의 말입니다.
발이 여섯 개 달린 뱀이 덤벼들어 가운뎃 발로 배를 휘감고 앞발로 두 팔을, 뒷발로 허벅지를 어찌나 망령의 몸을 칭칭 감든지
담쟁이덩굴이 아무리 나무를 얽어매도,
그 끔직한 짐승이 자기 몸으로
다른 놈의 사지를 휘감는 것만큼은 못 될 것이다.
다른 두 명이 아뇰로를 보다가 “네 몸이 변하고 있어“ 소리쳤습니다.
마치 뜨거운 초가 녹아내리듯
두 몸은 서로 엉키더니 색깔이 뒤섞여
이전에 지녔던 각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뱀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고 뱀에게 물린 망령은 뱀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이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씻겨 나갔다.
뒤바뀐 형상은 둘이면서 아무 것도 아닌 듯한
그런 모습으로 느리게 꼼지락거리며 사라졌다.
도둑들의 형벌입니다. 도둑들은 뱀에게 몸을 빼앗기는 벌을 영원히 받습니다.
그때 새끼 뱀 한 마리가 이글거리는 눈을 하고 두 망령 중 하나에게 배꼽을 꿰뚫고 들어갔습니다.
망령은 뱀을, 뱀은 망령을 마주 보았다.
망령은 상처에서, 뱀은 입에서 연기를
힘차게 내뿜었고, 그 연기들이 서로 부딪혔다.
내가 본 것은 두 형상이 질료까지 바꿀 정도로 완벽한 변신이었습니다.
이후 단테의 변신 묘사가 아주 자세하게 11연이나 됩니다. 지면 관계로 다 적을 수 없습니다.
단테가 또 자랑을 합니다.
가엾은 사벨루스와 나시디우스에 대해
묘사했던 루카누스여! 이 순간에는 입을 다물라!
그리고 내가 이제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오비디우스여! 카드모스와 아레투사에 대해 떠들지 마라.
그 남자를 뱀으로, 그 여자를 샘으로 바꾸는
절묘한 시를 지었어도 난 부럽지 않다.
단테는 로마의 시인 루카누스가 <파르살리아>(루카누스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서정시인, 철학자입니다. 그의 저작의 대부분은 없어졌으나 '내란'을 테마로 한 유일하게 현존하는 시 <파르살리아>는 <아이네이스> 이후 최대의 라틴 서사시로 꼽힙니다. 그는 중세에 인기가 대단하였습니다. 나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에서 사벨루스와 나시디우스가 육체적 변형을 묘사했고(그 둘은 카토의 부하였는데 뱀에 물려 각각 재가 되고 갈기갈기 찢겼다고 합니다.)
오비디우스가 <변신 이야기>에서 카드모스가 뱀의 형상으로 변하고, 아레투사가 샘으로 변하는 절묘한 시를 지었어도 부럽지 않고 단테 자신이 본 것은 완벽한 변신이었다고 자랑을 합니다.
카스모스는 아버지 아게노르 왕으로부터 행방불명이 된 누이(유피테르가 데려감)를 찾아오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는 아버지의 명으로 세상을 돌다 이러저러한 일을 겪고 테바를 세웁니다.
카스모스가 말년이 되어 인생의 불길한 전조에 두려움을 느껴 테바를 떠납니다. 오랜 방랑 끝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 이들은 '내가 왕뱀을 죽여 그 씨를 뿌려 종족을 거두었는데 그때 그 왕뱀이 실은 신성한 뱀이었던 모양이어서 내가 뱀이 될 것이오' 하니 정말 뱀이 되었습니다. 이때 뱀이 되는 모습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단테는 이 묘사의 모습을 말하나 봅니다.
아레투사는 그리스 신화의 님프로 사냥에 지쳐 강에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가 그녀의 미모에 반한 강의 신 알페이오스에게 쫒겨 도망가다 잡히려 하자 아르케미스에게 도움을 요청해 아레투사는 녹아 내려 지면에 퍼져 물이 됩니다. 지하수가 된 아레투사는 바다를 지나 또 먼 곳을 지나 오르티기아 섬에 도착해 위로 샘솟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아레투사 샘입니다.
카스모스가 뱀의 형상으로 변하는 모습은 <변신 이야기> 제4부 7.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에서 나오고 아레투사가 샘으로 변하는 모습은 <변신 이야기> 제5부 7. 아레투사가 샘이 된 내력에서 자세하게 나옵니다.
짐승이 되어버린 망령은 씩씩 거리며 계곡으로 도망갔습니다.
다른 놈은 새로 만들어진 등을 돌려 다른 망령에게 말했습니다. “부오소도 나처럼 이 구렁 전체를 뱀처럼 기어서 갈 거야.”
이 일곱 번째 구렁의 망령들은 서로 바꿔
변하고 또 변했다. 나의 글이 새로운 주제를
주제를 잘 표현하지 못했다 해도 용서하시길.
그 두 사람이 몰래 도망가지 못했으니,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왔던
세 사람의 패거리 중에서 변신하지 않은
유일한 자는 푸치오 시안카토(기벨리니 당원)였고,
다른 자는, 가빌레(프란체스코 데이 바랄란티)여, 네가 원망하는 자였다.
가빌레여(프란체스코 데이 바랄란티)는 가빌레 사람들에게 살해됐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로 많은 가빌레 사람들이 살해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