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택(林昌澤)
자는 대윤(大潤). 호는 숭악(崧岳). 곡성(谷城) 사람, 전사,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을 추증. 『해동악부(海東樂府)』 한 권이 있음.
천마산 눈 속에서
天磨山雪中
천마산 북쪽에서 절을 찾다가
묵은 잦나무 떨기 속에서 석감을 보았나니.
굶주린 호랑이는 한낮에도 사람을 침노하고
늙은 용은 힘을 잃어 궁한 소에 엎드렸다.
중이 시냇물을 길으니 눈이 처음 내리고
손님과 법당에 오르매 해가 저물려 한다.
사람 세상을 돌아보고 한바탕 웃음 웃는데
길에서 허덕이는 너는 그 어떤 사내인가.
天磨山北佛宮探 古栢叢間見石龕 천마산북불궁탐 고백총간견석감
饑虎逼人當白晝 老龍失勢蟄窮潭 기호핍인당백주 로용실세칩궁담
有僧汲澗雪初落 引客升堂日欲含 유승급간설초락 인객승당일욕함
却顧人寰成一笑 遑遑道上爾何男 각고인환성일소 황황도상이하남
1) 佛宮(불궁)-부처의 궁전. 즉 절. 2) 石龕(석감)-돌로 만든 오륜탑(五輪塔), 감은 밑 에서부터 지(地)·수(水)·화(火)·풍(風)·공(空)의 오대(五大)를 상징한 방형(方形)과 원형 (圓形)의 다섯 개의 돌을 쌓아 올려 만든 탑. 3) 人寰(인환)-사람이 사는 곳, 곧 이 세상. 4) 遑遑(황황)-마음이 몹시 급해 허둥지둥하는 모양,
벽에 쓰다
自題壁上
남산에 있는 집이 북쪽 언덕 위에 있어
봄이라 흥이 일면 갈건을 비껴 쓴다.
처마에서 쓸쓸하고 성긴 대를 혼자서 바라보고
근시안이라, 붉고 흰 꽃은 심지 않는다.
더위를 피해 때로는 새들이 짝 지어 오고
아침 내내 한이 없어 나비가 이웃을 지나간다.
백년에 먹고 사는 일을 벗어날 수 없으니
독을 안고 산밭에 나가 콩싹에 물을 댄다.
家在南山負北阿 春來幽興葛巾斜 가재남산부북아 춘래유흥갈건사
當詹獨看蕭疎竹 近眼不栽紅白花 당첨독간소소죽 근안불재홍백화
避熱有時鳥雙止 終朝無憾蝶隣過 피열유시조쌍지 종조무감접린과
百年未免謀生事 抱甕東園灌藿芽 백년미면모생사 포옹동원관곽아
1) 葛巾(갈건)-갈포로 만든 두건, 즉 은자의 두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