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삶과 예술
아빠가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의 지은이 조원재 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작년에 들었는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이제서야 읽었단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라는 책이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책을 쓰곤 하는데
이 책도 그런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가 10년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데,
자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을 메모 형식으로 간단히 적는단다.
그런데 어느 때는 계속 비슷한 내용의 반복일 뿐이야.
그래서 너무 졸린 날은 “어제와 비슷”이라고 적은 날도 있었단다.
지은이는 이런 반복적인 삶에서 예술적 행위를 찾는구나.
반복적인 삶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늘 같은 일 속에서 다른 점을 찾고,
그것을 즐겁게 느끼는 것 또한 예술적 행위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화가 이우환 님의 어머니 일화를 이야기해주었단다.
================
(27-28)
화가 이우환은 어릴 적 어머니와의 대화를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한다. 소년 시절 그는 쌀을 씻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매일 똑 같은 쌀 씻기를 하면서 어떻게 즐거우실 수 있냐고.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똑 같은 쌀 씻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신은 그 일을 할 때마다 매일 다르게 느낀다고. 어떤 때는 시원한 물이 생기를 주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흥이 오르기도 한다고. 쌀과 물과 손이 하나가 되어 잘 움직일 때가 있고, 아닐 때도 있어 매일 쌀 씻는 것이 항상 새롭다고. 어린 후환의 눈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어머니의 쌀 씻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쌀 씻기는 매일, 매 순간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행위였다. 이를 우리는 예술적 행위라고 부른다.
================
이 이야기를 듣고
매일 지나오는 퇴근길이 다시 보였단다.
퇴근길에 벚꽃나무가 있어 최근에는 더욱 실감이 되더구나.
아빠는 비슷한 시간이 늘 같은 거리를 지나지만,
벚꽃은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공기의 느낌도 점점 달라지니
어제와 오늘이 같다고 볼 수 없겠구나.
지은이에 따르면 아빠의 퇴근길은 예술적 행위가 되는구나.
그러니까 지은이가 이야기하려는 핵심 우리 삶은 예술 그 자체라는 거야.
================
(51)
삶과 예술, 예술과 삶. 이 둘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예술은 우주 어딘가에 지구로 떨어진 출처가 불분명한 운석 같은 것이 아니다. 예술은 분명히 인간의 삶 속에서 나온 것이다. 엄마의 배 속에서 나온 아기가 엄마를 빼닮듯, 인간의 삶 속에서 나온 예술이 인간과 삶을 쏙 빼닮지 않을 수는 없다. 아이가 엄마의 정수를 담고 있듯, 예술은 인간과 삶의 정수를 담고 있다.
================
1.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렘브란트는 수많은 자화상을 그린 사람으로도 유명하단다.
20대 젊었을 때부터 삶을 마감할 때까지 자주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어.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이야기를 한단다.
젊은이 한풀 꺾인 렘브란트의 50대 자화상에 대해
지은이가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제 막 50대에 들어선 아빠도 그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담긴 감정이 공감이 가더구나.
================
(70)
50대에 그의 내면을 물감으로 물질화한 이 자화상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한껏 찌푸린 미간과 꼿꼿이 당겨 세운 하관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삶의 난관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임과 동시에, 검고 큰 눈동자에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감지되어 때문이다. 중년이 되어 맞닥뜨린 어떤 난관의 거친 파도 앞에서 렘브란트는 전의를 불태우려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그는 그런 내면의 심정을 숨김없이 마주했고, 속속들이 자화상에 밝히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50여 년을 산 한 화가의 자아 성찰의 힘과 진정성을 발견한다.
================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지은이는 아빠처럼 그림에 소질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하기 위해 일기를 써보라고 제안하는구나.
…
앞서 삶과 예술은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둘 모두 처음에는 허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듭하지만, 꾸준하게 나아가면
결국 그 허접함은 비범함이 된다고 말이야.
너희들도 젊은 시절 실수와 시행착오를 하게 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고
비범함으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좋겠구나.
또 예술은 누군가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들의 예를 들어주었어.
돌을 예술로 만든 이우환,
물방울을 예술로 만든 김창열,
소쿠리를 예술로 만든 최정화 등이 그들이란다.
그들의 작품이 책에 실려 있는데, 감탄할 만하더구나.
================
(148)
예술가가 예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언가에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고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힘으로부터 예술이라는 ‘삶의 꽃’은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우리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겐 무언가에 의미를 발견하고 부여하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으로 인해 우리는 대량생산된 물감으로 오밀조밀 칠해진 화면을 보며 예상치 못했던 무언가를 느낄 수 있고, 버려진 나뭇조각을 이리저리 그러모아 만든 독특한 구조물을 보며 색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
쓸모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 낯설게 보기란 것이 있단다.
예술가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을 낯설게 보는데,
그것은 일상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낸다는 것을 말해.
그렇게 예술이 되는 것이지.
평범했던 우리 삶을 낯설게 보면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예술이야.
우리 삶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예술이 담겨 있어.
================
(162)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라는 평범한 이가 바다를 매 순간 낯설게 보고자 노력하며 그것의 숨겨진 미를 매 순간 새롭게 발견하고 감동하는 일상. 그 낯설게 보는 눈으로 미술관에 가 작품의 숨겨진 미를 새롭게 발견하며 미적, 지적 쾌감을 느끼는 일상. 그 눈으로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미를 새록새록 발견하는 기쁨. 그 눈으로 내 삶에 주어진 것들을 새롭게 보고 항상 감사히 여기는 풍요. 그 눈으로 세상에 놓인 모든 것을 새롭게 보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놀라운 마법.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마법 같은 일상과 삶이 먼 곳에 있는 것 같지 않다. 낯설게 보고자 하면, 모든 것에서 그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샘솟아 나는 마법이, 예술이 펼쳐지니 말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돌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
2. 삶과 예술의 공통점
삶과 예술의 또다른 공통점, 둘 다 정답이 없다고 하는구나.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정답은 없지, 자시만의 삶을 살아갈 뿐.
예술도 자기만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자기만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단다.
================
(261)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그런 예술을 창안해 낸 우리 인간의 삶 역시 정답이 없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 ‘나에게 예술이 무엇인지’를 먼저 스스로 정의해야 하듯, 삶을 즐기기 위해 ‘나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당연히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르쳐둔다 한들 자신이 몸소 체험을 통해 깨닫지 않는 이상 삶에 깊이 스며들지 않는다.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삶의 정의’를 체험하고 감각하며, 그 속에서 숱한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영감을 얻고 깨닫는 과정을 반복해 가며 삶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정의를 찾아나가야 한다. 예술가를 자기 나름의 ‘예술의 정의’를 정립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하듯, 삶을 사는 우리도 자기 나름의 ‘삶의 정의’를 정립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삶’을 창조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삶은 예술과 하나가 된다. 인간은 삶과 다르지 않은 예술을 삶 속에서 낳았다.
================
약간은 식상한 말이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보라고 했어.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경제적 수입과 연계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쉽지 않더구나.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 부부가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독특하게도 포장이라는 것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이야.
별 거 없이 어떤 사물을 포장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다른 이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했대.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했대.
결국 그들의 포장은 하나의 예술 행위이자 작품이 되었어.
프랑스 파리의 퐁네프 다리도 포장을 했다는구나.
행정적인 절차 포함하여 퐁네프 다리를 포장하는데 10년을 준비했다는데,
전시는 14일만 하고 철거를 했다는구나.
긴 준비 기간에 비해 전시기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미학은 10년 동안의 준비 과정에 있다고 했대.
멋지시네.
…
지은이 조원재 님도 젊은 시절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대학 졸업 후 무작정 미술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구나.
일본과 유럽에서 긴 여행을 마치고 바뀐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대.
그 여행을 통해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네.
그래서 일탈이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자신의 의지로 한 일탈은 참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하는구나.
비록 여행을 통해서 지은이처럼 참 ‘나’를 찾을 수 없을지라도,
세상을 보는 눈도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과 일탈은 좋을 것 같구나.
어떤 화가 한 명이 있었어.
그 화가도 일탈 후 화가가 되었대.
16살 때 화랑에서 일하던 그는 7년 후 해고 당하게 되었는데
자발적 일탈로 벨기에 광산에서 전도사를 하면서 광산 일도 도와주었대.
광산에서 5년간 전도사 일을 했는데,
다른 전도사들의 멸시를 받게 되어 쫓겨나게 되었다는구나.
그리고 다시 자신의 쓸모를 찾고 있던 그는 자신이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27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구나.
그 화가는 바로 빈센트 반 고흐였대.
아빠가 이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를 축약해서 하다 보니 재미가 반감되었구나.
지은이는 그 사람의 정체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하게 하면서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서 마지막에 짜잔, 정체를 밝혔단다.
지은이 조원재 님은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독자를 끌어당기는 글솜씨를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이 빈센트 반 고흐의 예를 이야기해 준 이유는
자발적 일탈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었어.
한 번 일탈로 안되면, 두 번, 세 번 일탈을 해보라고…
생각해 보니 아빠는 그런 일탈을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
(304)
한 차례 자발적 일탈을 감행했음에도 자신에 대한 자각이 여전히 흐릿하다면, 두 번째 자발적 일탈을 감행하면 된다. 그 후에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면, 세 번째 자발적 일탈을 감행하면 된다. 화랑에서 일을 하다, 불쑥 기숙학교에서 선생을 하다, 불쑥 광산으로 간 빈센트처럼. 한 번, 두 번, 세 번… 그 모든 불확실한 일탈의 감행이 모여 ‘건강한 방황’으로 정의되리라 믿는다. 그 일탈의 체험과 기억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신의 정체가 점점 밝고 분명해지리라. 수많은 시도 끝에 점점 초점이 또렷해지는 피사체처럼.
================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예술이란 무엇인지 물어본단다.
지은이는 예술을
“삶에서 행한 어떤 행위가 행위자에게 정신적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라고 이야기하는데,
문득 이 사람 나이가 궁금하더구나.
그래서 찾아보니 이제 39살이네.
아빠보다 한참 어린데, 저런 걸 깨닫다니…
여행과 일탈을 하게 되면 참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깊은 생각도 얻을 수 있는가 보구나.
지은이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행하는 삶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이고 싶더구나.
================
(321)
“예술인가 무엇인가?” 그래서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삶에서 행한 어떤 행위가 행위자에게 정신적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 그것이 예술이다.” 겉으로 예술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이가 실제로 정신적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정말 그 행위를 왜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정신적 만족을 충성하게 누리는 예술이 되기 위한 해답은 결코 우리 바깥에 있지 않다. 우리 안에 있다. 자기 내면에서 울리는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흔들림 없이 행하는 삶을 창조해 가야 한다. 그 어떤 외부의 압력과 강요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자기 내면에서부터 끝없이 선명하게 울려오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를 평생 흔들림 없이 행한 세잔처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행하는 삶. 이런 삶은 필연적으로 정신적 만족을 동반한다. 그렇게 정신적 만족을 누리는 삶을 사는 이를 두고 우리는 예술가라 부른다.
================
….
아빠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눈을 장착하지는 못했단다.
그래서 이 책에 담겨 있는 많은 작품을 보면서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지만,
많은 새로운 작품들을 보게 되어서 좋았단다.
아빠가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들에도 좋은 내용도 많고,
많은 예술가들도 소개해 주어서 좋았어.
아빠의 변변치 못한 기억력으로 오래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아빠가 주변 사람들에게 책 추천을 잘 안 하는 편인데,
누군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이 책은 추천해 주고 싶구나.
물론 너희들도 좀더 커서 읽어보면 좋겠구나.
자,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릴 적 우리는 모두 예술가였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것을 단 한 번뿐인 당신의 삶에서 행할 때, 당신에게 예술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다른 대상이 아닌, (당신 자신)이 된다.
책제목 : 삶은 예술로 빛난다.
지은이 : 조원재
펴낸곳 : 다산초당
페이지 : 336 page
책무게 : 437 g
펴낸날 : 2023년 08월 29일
책정가 : 18,800원
읽은날 : 2024.03.11~2024.03.12
글쓴날 : 2024.0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