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임기 여성의 10%가 앓는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의 위험성을 케냐 여성들에게 알리는 데 38년 짧은 삶을 바친 메리 은잠비 코이카이가 이번 주 저하늘로 떠났다고 영국 BBC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잠비 코이카이란 예명으로 라디오 진행자이자 레게 디스크자키로도 활동했다.
지난달 20일 고인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마지막 글을 통해 윌리엄 루토 대통령에게 "침묵 속에서 자궁내막증과 싸우는 수백만 여성들이" 건강에 대해 더 나은 접근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2주 뒤 나이로비의 한 병원에서 합병증으로 숨졌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자궁선과 기질)이 자궁 밖에 있어서 질환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자궁 바깥은 나팔관, 골반, 장, 질, 창자 등이다. 월경 주기에 따라 병변에 국소적인 출혈, 염증 반응이 생겨 결국 섬유화, 유착 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통증과 불임증 등이 생긴다. 보통 치명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희귀한 사례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골반 쪽에 극심한 통증, 피로, 월경증후군에 시달린다. 희귀한 사례에서는 폐나 뇌, 피부에도 자궁내막 조직이 있을 수 있다.
용감하게 그녀는 자신의 투병 상황을 공유했고, 공무원들에게 전화해 이를 알렸고, 월경 불순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건강 돌봄 개선을 요구했다. 동료 활동가 도리스 무리미는 "사람들은 정말로 그녀의 고통과 통증을 자신이 겪는 일로 여겼다”고 방송에 말했다.
열세 살 때부터 한 달 간격으로 고문 같은 통증에 시달렸지만 열일곱 살이 돼서야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적절한 진단을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진단이 늦어진 것은 자궁내막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코이카이는 자궁내막증을 앓는 이들 중에서도 극심한 사례였으며, 재생산 장기들이 성숙함에 따라 해가 갈수록 상태가 나빠졌다. 이런 상황은 학교생활, 교제관계, 직장 등 삶의 다른 측면들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2020년 BBC 인터뷰를 통해 대학 시절 시험을 치르려 앉아 있었는데 통증 때문에 답을 적을 수조차 없었다고 돌아봤다. 해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돼 졸업이 늦어졌다고 했다.
2015년에는 흉부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폐가 망가졌는데 달마다 해마다 재발해 계속해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이에 따라 코이카이의 이미지는 늘 병상에 누워 상체는 붕대에 감겨 있고 많은 튜브가 오른쪽 가슴에 줄줄이 매달린 모습으로 고정되다시피 했다. 이 사진은 2018년에 촬영한 것인데 폐가 망가져 수술대에 연이어 오르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결국 미국 전문병원에 입원했고 비싼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했다. 그녀는 약할 대로 약해져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당시 “통증을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겪은 것들을 적절히 표현하는 단어를 찾을 수 없어서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녀 몸은 망신창이가 됐다. 미국 병원에서 자궁내막이 자궁과 장, 난소 등에서 제거됐기 때문에 세포가 자라났다.
그녀는 가장 큰 위험은 폐였다고 말했다. 너무 급히 케냐로 돌아오느라 아주 빠르게 번졌는데 미국 의사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반흔 조직과 잘못된 흉관들(케냐에서)이 이런 혼란을 낳았다"고 말했다. 많은 상흔에도 그녀는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다.
“상흔은 각자 얘기를 들려줘요. 난 투병하며 모두 봤어요.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요.” 성채처럼 굳건히 싸우는 길을 택했고, 자신의 질환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코이카이는 1986년 수도 외곽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와 할머니 손에 자랐는데 두 사람은 참을성과 강인함을 가르쳤다. 어릴 적부터 방송인이 되고 싶어했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대학까지 마쳤으며 유명 라디오 진행자에다 팬들에게는 퍄흐 뭄마흐로 알려진 레게 DJ가 됐다. 케냐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 때문에 자궁내막증이란 질환에 대해 알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임기 여성의 10%(1억 9000만명)이 자궁내막증의 영향을 받는다. 알려진 치료법은 없으며, 대부분의 치료는 증상을 통제하는 데 그친다. 코이카이는 자궁내막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위험"은 "오진이며 엉터리 수술, 잘못된 약 처방”이라고 인정했다. 자신도 이 질환을 관리하기 전에 의사들이 오진 때문에 생긴 손상을 처치하느라 전전긍긍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케냐 코미디언 센제(본명 실비아 사바이)도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데 코이카이의 투병과 용기에 힘입었다고 털어놓았다. 집권 연립여당의 전략가인 데니스 이툼비는 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은 죽어가면서도 날 교육하고 동기를 불어넣었다"고 적었다. 무리미는 "코이카이 덕분에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자궁내막증센터가 생겼고, 두세 명의 최고 전문가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월경 불순을 떳떳이 알리는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