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 들르기 좋은 온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온천수에 발끝부터 머리까지 천천히 담근다. 몸 구석구석 스민 으슬으슬한 추위가 녹아내린다.
우리 민족을 정의하는 또 다른 말로 '담그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 이란 말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수영장에도, 스키장에도 '온천' 시설이 없으면 섭섭한 게 우리 문화다. 특히나 산행을 마치고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갔을 때 느껴지는 그 짜릿함과 노곤함은 겨울의 축복이자 호사 중의 하나다. 한 해 동안 쌓인 피로를 녹여낼 수 있는 산 아래 온천을 소개한다.
◆주흘산과 문경온천
주흘산(1106m)의 산세는 깊고도 수려하다. 경북 문경을 대표하는 이 산을 오를 땐 문경새재도립공원 제1관문~혜국사~전좌문~1075m봉~주흘산~조곡골~제1관문으로 이어지는 약 5시간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문경새재 옛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겨울 나들이 기분을 낼 수 있다. 문경새재 코스는 여럿인데, 충북 괴산군과 경계 지점에 있는 조령 제3관문(조령관)에서 출발해 제2관문(조곡관)을 거쳐 제1관문(주흘관)까지 이어지는 6.5㎞ 구간이 가장 쉽다. 길이 계속 완만한 내리막이라 힘 안 들이고도 산의 멋을 만끽하게 된다.
문경읍 하리에는 문경온천, 문경종합온천 등 두 개의 온천이 있다. 두 군데가 같은 온천원수를 사용하고 있어 수질 차이는 거의 없다. 문의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2 문경온천 (054)572-3334 문경종합온천 (054)571-2002
◆설봉산과 이천온천
경기도 이천 설봉산(394m)은 산이 높지 않고 산행거리도 짧아 가족 단위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이천 시내 서쪽 약 1㎞ 지점에 있는 설봉공원 주차장이 산행 출발점. 5개 등산로 중 어느 코스를 택하더라도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주차장~호암약수~칼바위~정상~구암약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약 2시간 30분 코스가 무난하다.
-
- ▲ 눈 쌓인 산을 오르면 춥긴 커녕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겨울 산행에 온천욕을 더한다. 움츠러든 몸이 기지개켜듯 깨어난다. 조선시대부터 ‘온천배미’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이천에 위치한 이천 테르메덴은 눈꽃으로 유명한 설봉산과 가깝다. / 이천 테르메덴 제공
이천온천은 조선시대부터 '온천배미'로 불릴 정도로 오랜 온천의 역사를 자랑한다. 나트륨 함량이 많아 피부미용, 신경통, 부인병 등에 특히 좋다. 온천탕이라기보다는 물놀이 시설에 가까운 테르메덴은 실외풀, 동굴탕, 노천 이벤트탕 등 다양한 탕과 놀이시설로 겨울 여행객을 유혹한다. 설봉산과 가까운 호텔미란다 스파플러스도 온천수를 이용한 물놀이테마파크이다. 온천탕, 찜질방 외에 실내수영장, 슬라이드, 유수풀, 바데풀 등 다양한 시설이 온 가족을 즐겁게 한다. 문의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031)644-2939, 테르메덴 (031)645-2000, 호텔미란다 스파플러스 (031)639-5000
◆송악산과 산방산탄산온천
제주도 서남단에 솟은 송악산(104m)에 오르면 가슴이 뻥 뚫린다.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전신을 적시고 시야에는 한라산 산방산 가파도 마라도의 풍광이 들어온다. 산행이라고 하나 비탈진 오름의 경사면을 10여분 오르는 것이 전부다. 주봉 아래 깊이 80m의 분화구에는 검붉은 화산재가 남아 자연의 오랜 신비를 전한다.
산방산 북서쪽에 1년 전쯤 만들어진 산방산탄산온천은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이용한다. 몸을 담그고 있으면 미지근한 물에 녹아 있는 탄산이 피부를 따끔따끔 자극한다. 실내온천탕, 야외노천탕, 찜질방, 황토방, 펜션 등의 시설을 갖췄다. 문의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1 산방산탄산온천 (064)792-8300
◆월악산과 수안보온천
월악산에 올라 충주호를 지나온 한겨울 바람에 묵은 고민을 씻는다. 그래도 남아있는 걱정은 수안보온천의 역사 깊은 온천수가 녹여준다. 충북 충주, 제천, 단양 등에 산자락이 걸쳐 있는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대중적인 등산로는 덕주골~덕주사~마애불~960고지~송계삼거리~보덕암삼거리를 거쳐 영봉에 닿았다가 같은 길로 돌아오는 약 3시간 40분짜리 원점 회기 코스다. 월악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충주호 전경은 '한 폭의 그림'이라는 표현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월악산 자락 수안보온천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사'에 '유온천(有溫泉)'이라고 수안보온천의 존재가 기록되어 있다. 역사가 적어도 1000년은 됐다는 뜻이다. 수안보온천수는 지하 250~700m에서 솟아나며 수온이 섭씨 53도 정도로 뜨끈뜨끈하다. 온천 품질을 충주시청에서 관리해 더 믿음이 간다. 여러 온천 시설 중에 수안보하이스파온천, 상록호텔, 파크호텔 등이 깔끔하다. 문의 월악산국립공원 (043)653-3250 수안보하이스파온천 (043)846-8898 수안보상록호텔 (043)845-3500 수안보파크호텔 (043)846-2331
◆덕숭산과 덕산온천
명찰로 꼽히는 수덕사를 품고 있는 충남 예산 덕숭산(495m) 정상에선 안면도와 서해가 눈에 들어온다. 산행 코스는 두 가지인데 수덕사~견성암~정혜사~정상~수덕사 차례로 걷는 '1 코스'가 약 2시간 30분 정도로 가뿐하다.
덕숭산 산행과 수덕사 답사를 마친 발걸음은 덕산온천으로 이어진다. 덕산온천은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등과 함께 충남의 '온천벨트'를 형성한다. 덕산스파캐슬의 온천 테마파크 '천천향'엔 실내 스파와 노천 온천, 아이들 놀기에 좋은 나지막한 풀 등이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덕산온천관광호텔 온천탕도 깔끔하다.
문의 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339-7312 덕산스파캐슬 (041)330-8000 덕산온천관광호텔 (041)338-5000
◆선자령과 금진온천
강원도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선자령(1157m)은 적설량이 많아 눈꽃 트레킹에 제격이다. 정상에 서면 동쪽로는 강릉시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으로는 황병산과 노인봉, 오대산 비로봉이 펼쳐진다. 날씨가 쾌청하면 설악산 대청봉까지 보인다.
눈과 바람의 절정을 맛본 후엔 강릉시 옥계면의 금진온천의 따스함에 빠진다. 금진온천은 1100m 고생대 암반층에서 뽑아낸 불그스레한 해저심층온천수를 사용한다. 정제된 온천수를 몸에 바르고, 짭조름한 온천수를 마시면서 온천욕을 마무리한다.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걷는 산책코스 또한 놓치기 아깝다. 문의 강릉시청 문화관광과 (033)640-5420 금진온천 (033)534-7397
◆응봉산과 덕구온천
경북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의 경계를 이루는 응봉산(998.5m)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백암산, 통고산, 일월산, 함백산, 태백산 등이 장쾌하게 넘실댄다. 울진군 북쪽에는 덕구온천, 남쪽에는 백암온천이 있다. 호텔덕구온천의 전통온천장은 섭씨 42.4도인 원탕의 온도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바가지탕'과 '열탕', 자연 용출 온천폭포탕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화리조트 등에서 즐길 수 있는 백암온천은 신라시대 문서에도 '효험 있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유황온천이다. 문의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541 호텔덕구온천 (054)782-0677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054)787-7001
◆추월산과 담양온천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군을 대표하는 산은 호남정맥에 우뚝 솟아 있는 추월산(729m)이다.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작은 암자(보리암)는 담양호 조망대 역할을 한다.
추월산 산행을 마치고 담양온천 노천탕에 들렀을 때 함박눈이라도 내려준다면 마음은 더없이 행복해진다. 드라마 '선덕여왕' 화백회의 장면 촬영지로 유명한 금성산성 입구에 있는 담양리조트는 대온천탕, 노천탕, 찜질방, 피부미용실, 마사지실을 고루 갖추었다. 문의 담양군청 문화관광과 (061)380-3151 담양리조트 (061)380-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