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의미는 있다
크라프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K9 차체에 대한 폴란드의 만족도(滿足度)는 상당합니다.
이를 이용해 자주대전차(自主對戰車)미사일, 자주대공포(自主對空砲), IFV를 개발(開發) 혹은 구상(構想)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얼마나 높게 평가(評價)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크라프를 통해 맺어진 인연은 역사적(歷史的)이라 할 수 있는 2022년 한국, 폴란드 간 방산 거래(防産去來)를 성사(成事)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경험해 보았기에 한국의 기술과 협력을 신뢰(信賴)하는 것입니다.
↑크라프용으로 폴란드에 수출된 K9 차체
[ 2 ]편에 언급(言及)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종횡무진 활약(縱橫無盡活躍) 중일 만큼 크라프는 폴란드가 자부심(自負心)을 가져도 될 만큼 좋은 자주포입니다.
하지만 포신(砲身), 포탑(砲塔), 차체(車體), 구동(驅動) 계통(系統)의 기술 제휴선(技術提携線)과 공급처(供給處)가 상이(相異)해서 구조적(構造的)으로 양산(量産)에 애로(隘路)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능(性能)과 별개(別個)로 연간(年間) 생산량(生産量)이 20문에 불과한데다 이마저도 기복(奇服)이 심해 2024년까지 예정한 122문의 조달(調達)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豫想)될 정도입니다.
↑크라프는 생산량을 늘리는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폴란드산 UPG-NG 차체를 사용한 초기형 AHS 크라프. 총 8대가 제작되었는데 이 또한 K-9 차체로 교체할 예정이다.
< (cc) Ministerstwo Obrony Narodowej at Wikipedia.org >
더해서 조달(調達) 가격도 K9보다 많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일단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제 부품(部品)은 동급(同級)의 한국산 부품보다 비싼 데다 공급 능력(供給能力)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차이가 커서 구조적(構造的)으로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結果的)으로 처음부터 특정 자주포를 선정(選定)해 면허 생산(免許生産)하고 일부 부품을 국산화(國産化)하는 방식이었으면 조금이나마 가격을 절감(節減)하고 생산성을 높였을 것입니다.
↑폴란드산 장비를 많이 탑재했어도 크라프의 국산화 비율은 낮습니다
크라프가 겪은 우여곡절(迂餘曲折)은 평시라면 기술 습득(技術習得)과 국내 산업 보호(國內産業保護)를 위해 감내(堪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동안 투입(投入)한 노력(努力)이 아까워서라도 폴란드 국내에서 K9 도입(導入)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합니다.
그래서 올해 6월쯤 방산 거래 이야기가 처음 공개적(公開的)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 관계자, 언론, 마니아조차도 신빙성(信憑性)에 많은 의문(疑問)을 표(表)했을 정도였습니다.
↑작년 5월에 폴란드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도 거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나 그에 맞먹는 위기 상황이라면 좋은 무기를 신속히 도입하는 것보다 우선시(優先時)할 가치(價値)가 없습니다.
더구나 가격까지 저렴(低廉)하다면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때문에 폴란드 정부는 국내외의 여러 반발(反撥)을 무릅쓰고 K9의 도입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 결과 본계약이 체결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크라프의 1년 생산량보다 많은 1차분 24문 출고(出庫)를 시작으로 앞으로 총 672문의 K9을 직도입(直導入), 현지 생산(現地生産)할 예정(豫定)입니다.
↑2022년 12월 12일 폴란드 제11포병여단에서 열린 K9 배치 행사,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 및 벨라루스( Belarus, White Russia)와의 국경 등 폴란드 북부 지역을 방어하고 있는 폴란드 육군 제11포병여단에 한국산 K9 자주포가 공식 배치되었습니다. (*K9 배치와 함께 제11포병연대를 제11포병여단으로 확대 개편)
마리우시 브와슈착(Mariusz Blaszczak) 폴란드 부총리(副總理) 겸 국방장관(國防長官)이 주관한 K9 배치행사에서 부총리는 K9 등의 장비를 통해 부대의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폴란드가 도입한 K9 자주포는 한국 등에서 운용중인 A1 사양을 기반으로 폴란드제 통신장비, 12.7mm 부무장 등 일부 현지 장비가 장착(裝着)됐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크라프의 탄생(誕生)이 결코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 폴란드의 상황(狀況)을 고려(考慮)하면 그것이 정답(定答)이었을지 모릅니다.
역사적 경험(歷史的經驗) 때문에 자주국방(自主國防)과 자국산 무기(自國産武器)에 대한 폴란드의 의지(意志)는 상당(相當)합니다.
냉전(冷戰)이 붕괴(崩壞)되는 천지개벽(天地開闢)할 정도의 변혁기(變革期)에 새롭게 접하는 무기 체계(武器體系)를 신속(神速)히 국산화하려면 어쩔 수 없이 비용(費用)이 더 들더라도 크라프가 갔던 길을 선택(選擇)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저런, 대포도 없고 전차도 없고 비행기도 없다니... 현대전에서 이런 게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게요."
-이오시프 스탈린, 41년 8월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스타니스와프 미코와이치크(Stanisław Mikołajczyk)에게
↑제2차 대전 당시에 혹독하게 파괴된 바르샤바, 폴란드는 제2차 대전 내내 혹독한 독일의 지배를 받았다.
1944년 바르샤바 봉기 당시 독일은 도시의 80%를 파괴하며 저항 세력을 굴복시켰다.
이번 방산 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시(戰時)와 다름없는 급한 상황임에도 폴란드는 무기 국산화를 더욱 가속화(加速化)하고자 합니다.
통상적(通常的)으로 면허 생산은 대대적인 설비 투자(設備投資)가 필요하기에 직도입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폴란드가 라이선스(license, 면허, 면허증, 허가, 허가증)'를 예정한 물량은 오히려 직도입 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데다 기술 이전(技術移轉)까지 받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크라프와 K9은 여러모로 인연이 각별한 자주포입니다
크라프와 달리 K9이 약진(躍進)하게 된 이유는 우리의 안보 환경(安保環經) 때문입니다.
북한과 여전히 대립(對立) 중이고 중국, 일본,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軍事的挑發)에도 대응(對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結論的)으로 크라프와 K9은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시작했지만, 냉전 종식과 신냉전(新冷戰)의 시작이라는 격변(激變)의 시기(時期)를 거치며 오늘날 다른 위치를 점하게 된 것뿐입니다.
경쟁자(競爭者)이면서도 여러모로 인연(因緣)이 많은 자주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진하게 맺어진 인연 [ 끝 ]nj|작성자 aug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