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연 권남희 작가. 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도 쓸 수 있구나. 매일 똑같은 하루의 일상을 매일 새롭게 맞이하듯이 써 내려간 일기를 보면 큰 도전을 받는다. 올해 3월부터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 말이다. 그런데 말이 매일이지 단조로운 직장 생활에서 꾸준히 써 내려간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터의 반경도 제한되어 있다. 변화보다는 늘 변함없는 일터의 공간이다. 가끔 민원, 학교폭력, 선생님들의 생각지 못한 돌출 행동들이 일어나지만 자주 있는 일도 아니다. 머리를 쥐어짜면서 글을 쓰다 보니 글 자체가 매우 무미건조하다. 재미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권남희 작가의 일기글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떻게 단조로운 움직임 속에서도 풍부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책을 번역하는 일, 치매 걸린 어머님을 찾아가는 일, 가끔 딸과 통화하고 여행 가는 일 외에는 그다지 다채로운 일상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녀의 일터도 고정적이다. 스타벅스. 같은 장소에 거의 일정한 시각에 출근하듯이 방문하는 스타벅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그녀는 아무것도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의 삶을 변화무쌍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풀어낸다. 그녀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스타벅스 음료 메뉴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스타벅스 음료들을 그녀는 매일 별스티커를 모으는 재미로 신제품을 비롯한 특별한 메뉴들을 과감 없이 선택해서 맛을 본다. 아니 맛을 감상한다. 사실 음료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를 가기보다는 일을 하기 위해 간 것인데 언젠가부터는 새로운 메뉴를 고르는 재미로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이 되었다. 일기의 시작도 초보자들을 위해서 스타벅스 음료의 종류들을 제안하듯이 쓰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동태와 이야기들을 듣고 일기로 옮겨 쓴다. 기록자가 아니라 그날 들은 인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나 이야기들을 주관적인 판단 아래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부분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기록한다. 스타벅스 일기의 주제는 대부분 스타벅스에서 만난 사람들이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만 잘 관찰하더라도 글 한 편 뚝딱 지을 수 있나 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만 잘 경청하더라도 하루하루 일기 소재거리를 찾을 수 있나 보다. 글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사람 곁에서 사람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글이 써지고 만들어진다.
나도 매일 일기 쓰는 일을 억지로 하지 말아야겠다. 쓸 거리가 없다고 맥 빠지 말아야겠다. 쓸 거리는 주변에 널렸다.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만 잘 관찰하더라도 그게 글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 잘 듣고 메모해 두면 그게 문장이 되고 일기가 된다. 나는 권남희 작가와는 다르게 스타벅스 음료들을 소개하지 않고 내가 읽었던 책들을 그날의 일기 주제와 연관 지어 소개한다. 나만의 일기의 특징이다.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별한 일기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일기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