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잘 아는 속담중에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교훈이 있다. 내가 근무하는 구청의 부속건물 중에 10년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 유족회를 위한 공간이 있다. 본래는 구청의 보이지않는 업무를 위한 지원업무 종사자들을 위한 장비와 활동을 위한 공간이지만 주객이 전도된 곳이다. 그 곳 말고도 안산시내에는 세월호 유족을 위한 공간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세월호 사고는 선장의 실수로 인한 참사이다. 그러다보니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그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한다.
세월호 사고는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되는 사고이다. 사고 당일 선장의 직무를 감당한 자는 정직원이 아니라고 하였다. 본래의 선장이 자리를 비우는 사정으로 잠시 선장의 직무를 이행하던 자였다. 기업체의 사장이 시시콜콜 현장의 업무를 간여하지 않듯이 선장역시 시시콜콜 배 안에서 이행되어지는 모든 일에 나서지는 않는다. 직급에 따른 업무 담당자가 분담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 안에서 발생하거나 진행되는 모든 일의 총괄 책임자는 선장이다. 선박을 운전하는 조타수가 따로있고 항로를 결정하는 항해사도 1명이 아니다. 1등항해사 2등 항해서 3등 항해사가 서로 역할을 분담한다. 동력을 담당하는 기관사 역시 직급에 따라 업무가 분산된다.
세월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고 지점에서 엔진이 꺼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선장이 휴식중인 상태에서 항해사의 책임하에 수습을 시도하던중 선박의 방향이 급선회 하면서 반동으로 선박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침몰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침몰하는 과정도 TV로 생중계 될만큼 서서히 진행이 되었다. 다시말해서 현명한 선장이었다면 대다수의 승선자는 얼마든지 구조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선장은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수많은 승객이 배 안에 있음에도 자신만 빠져나왔다는 사실이다. 유족들의 항의를 나무랄수만 없는 과정이었다.
세월호는 어리석은 선장때문에 희생이 커졌다. 더군다나 구조를 책임져야할 해양경찰도 우왕좌왕하며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으로 하여금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해양경찰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게 빌미를 제공했다. 300여명에 가까운 아까운 생명을 떠나보내야 했고 엄청난 국고를 사용하며 뒷수습에 매달렸음에도 끝내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몇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년이다. 특정한 대상들이 겪은 해상교통사고 임에도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함은 그 과정이 너무나 상식과 동떨어진 때문이다. 그리고 선장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 화를 키운 인재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선장이었다면 결코 엔진이 꺼졌다고 선박을 침몰시키는 참사는 경험하지 않는다. 유능한 선장은 시간대와 지역에 따라 동과 서로 일정하게 흐르는 조류에 대한 정보를 알고있기에 상황에 따른 최선의 대책을 하게 된다. 선장 한사람의 실수로 저지른 참사를 국가가 나서서 대신 뒷감당을 해야하는 슬픈 사건이다.
4월10일 총선의 결과는 너무나 상식적이지 못하다. 모든 국민은 현재의 대통령이 22년 5월 대통령 취임이후부터 거대 야당과의 갈등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음을 익히 잘알고 있다. 더군다나 진보를 주장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좌파인 현재의 거대야당이 일반국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많은 문제가 있음도 잘알고 있다. 그러기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진영논리가 아니어도 국가의 옳바른 항해- 마치 선장의 갈팡질팡으로 세월호가 겪었던 사고를 경험하지 않도록 대통령을 밀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이든 현재의 대통령은 겨우 36.7%의 국민으로 부터만 안정을 받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상대후보보다 단 한표만 많아도 당선되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이 몇명인가 보다 더 중요한 바로메터는 비례대표에 대한 득표율이다. 지역구 의원은 정당과 더불어 후보자 개인에 대한 선택이다. 하지만 비례대표는 누가 후보인가에 대해서 유권자는 거의 관심이 없다. 후보를 낸 정당에 대해서만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면 비례대표에 대한 득표수에 따라 이미 등록된 후보들에게 당선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면에서 앞으로는 비례대표의 비중이 더 늘어나는 것이 좋을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그 후보들중에 부적격자가 들어있는 경우 유권자로서는 끌려가야하는 문제도 있지만 그것은 전체 46명으로 한정된 비례대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고 앞으로 비례대표의 비중이 늘어난다면 유권자는 그들을 살펴서 투표할 것이다.
19대 대통령인 전임 문재인후보도 36%의 득표로 대통령이 됐었다. 하지만 그는 탁월한 참모들의 후원덕분에 2년간은 90%에 이르는 인기도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과반에 가까운 지지로 당선된 현직 대통령의 인기도는 늘 항상 40%이하에서 머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단 당선된 대통령에게는 5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꼼짝 달싹 못하는 식물형으로 만든다면 덕보는 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일까? 그 답은 명백하다. 야당은 대통령을 바보로 만들었으니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낼수 있다. 하지만 그를 지지했던 반대했던 상관없이 함께 살아가는 국민들은 수족이 묶인 대통령때문에 덕볼일은 전혀 없다. 마치 세월호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아니 어쩌면 더 참담한 피해를 보게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국민은 일하는 소에게 밥을 굶기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온갖 비리혐의로 재판중인 비례정당에게 24.25%의 지지를 보냈다는 것은 도저히 정상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이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한다면 "제 정신인가?"라는 질문이 마땅하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궁금하다. 24.25%의 선택은 직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그의 추종자들이 만든 정당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현직 대통령이, 퇴임한지 2년이 지난 대통령과 경쟁을 해야할 만큼 허약한 형편이란 말인가!
현직 대통령은 나름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인간도, 그 어떤 전직 대통령도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얼마만큼 숨겨진 허물이 드러나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죽기 살기로 함정에 빠트리려는 악마들과 내편인지 남의편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일을 저지르는 배우자의 문제도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임기가 보장된 선장의 손발을 묶어 침몰을 유도하는 선택은 스스로에 대한 자해행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