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시편52
글 / 高銀
오늘밤 주막거리에서야
서라벌 지귀 얘기나 하기에 안성맞춤인가 해
저 서라벌 알거지 지귀가
길바닥에 나앉아
어이없게도
천부당만부당이게도
금상(今上)의 선덕여왕 마마를
짝사랑하다니 원
아냐
짝사랑이야말로 진짜 사랑이야
그런 짝사랑이
기절초풍의 그 짝사랑이
서라벌 저자에 퍼져가
웃음거리였으니
동해 수적(水賊) 왜적이 물러간 뒤
달포 만에
마음 놓은 웃음거리였으니
어느날 여왕마마
궐 밖 행차로
백성들의 가을 걷이 살피고
돌아가는 길
잠시 어가(御駕) 멈춰
저 멀리
토함산 쪽 경계 내다 보던 중
눈길 내려
저만치 길 가녘
밭두렁에
사람인지 뭣인지 뻗어 있는 것에
눈길 멎어
뭣인고?
호종 말단이 달려갔다 와
아뢰기를 고패 떨어뜨려 주저주저하매
아뢰다 아뢰렷다
엄한 분부이기에
저
저
저
지귀라는 거지이옵니다
저
저
저
감히 천벌 받을
저
저
저
감히 마마를 사모하고 다닌다는
미친거지 지귀이옵니다
마마 방백(傍白)한마디
아그이시구먼
마마께오서
몸소 어가에서 내려와
잠든 거지 지귀의 누더지 가슴팍 위에
팔찌를 끌러 얹어주고
어여 가자꾸나
하여
어가 서둘러
궐내로 돌아간뒤
만뢰구적(萬 ? 俱寂)
산내림바람 일고
새들 모여 시끄러우니
잠 부스스
깨어난 지귀
가슴팍의 팔찌 느끼고
몽매(夢寐)로 사모하옵는 여왕마마의 팔찌!
미쳐 날뛰어
기뻐 날뛰어
이히히히 웃어젖히다가
어웅어웅 우짖다가
으득으득 흐느끼다가
댕기 같은 눈물 흘리다가
피 멎다가
피 돌다가
그만 가슴팍 불 일어나
그 불길로
모가지
대가리
몸통
두 다리 두 팔 다 타들어
기어이 잿더미 한줌
뼈 한줌 되고 말더군
이 지귀 사랑의 천연발화(天然發火)
이 마음의 불
제법이지
이 마음의 불이
곧 온몸의 불이므로
제법이지
후세의 우리네들 또한 바라는 바
어느날
스스로 내 가슴 불 일어나
스스로 재가 되는
그런 짝사랑의 뒤 이을 바
하기사
저 찰스 디킨스의 한 소설 인물
그 녀석도
그런 자연발화의 불길로
제 목숨 지워버리더군
자 먼동 트는데 다시 눈 좀 붙이게나
p108~113
2022年11月22日 ,火曜日
첫댓글 좋은 글에 추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