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시간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드럼스틱으로 투투타타 장난을 치니 그나마 술이 좀 깬다.
'콜2000'이란 거창한 이름의 감기약 덕분에 머리가 안 아파진건지도 모른다.
이름도 몰랐었던 과후배들과의 어제의 술자리.
서로 인사하고, 술잔을 부딪히고, 2차를 가고, 3차를 가고, 기억이 안나고....
후배들한테서 옛날 얘기들을 좀 듣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 관련된 오래된 얘기들.
'허~ 내가 옛날에 그런적도 있었나?...'싶을정도의 얘기들을,
"형이 그때......."하면서 얘기를 하는것이다.
그런 얘기를 듣고나면 의례 나도 그녀석들에 관한 기억을 하나 끄집어 내어 이야기 해주면 좋으련만,
난 그들에 대한 기억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좀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널 기억해주었으니, 너도 날 기억해주길 바래.같은건 귀찮은 일이지만,
무슨 얘기를 한참 들은다음에,
"어....그렇군"
"........"
"......"
"...한잔 마시자!(씨익)"
처럼 되는건 재미없는 일이지 않은가.
지금도 매순간 무언가가 기억되어지고 있다.
콜2000엔 구아야콜설폰산칼륨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기억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은 곧 잊혀진다. 관심이 없는것들은 더 빨리 잊혀지고.
절대 잊혀지지 않을것만 같았던 사람이나 모습, 장면등도 결국엔 기억나지 않게 된다.
새로운 기억들에 짓눌려 버려서 어디있는지도 모를 낡은 기억들.
구아야콜설폰산칼륨, 열역학 2법칙, 반도체 제조공정같은것들에게
덮여버린 기억들중엔 꽤나 소중한것들도 있었을텐데 말야.
책상 맨아래 서랍을 열어보듯, 가끔은 잊혀진 기억들이 그립다.
카페 게시글
Hara Hidenori게시판
잡담
나 아마도.......곧 너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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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3.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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