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의 18번지 외나무다리-
토요일날 행사가 있어 서산 가야산 자락에 있는 처가에 갔는데
장인어른이 내손울 덥썩 잡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위가 왔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아내와 딸애가 보는 앞에서
"당신을 좋아합니다"그러시는게 아닌가
아내와 딸아이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리고 큭큭거리고 있었다.
잠시후 처남이 들어왔는데 처남앞에서도
장인어른은 나는 둘째사위가 제일 좋다는 말을 여러번 하셨다.
결국 처남이 장인에게 속으로만 좋아하고 다른 사위들앞에서는
그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얼마전에 장모님도 사위를 편애하지 말라고
엄중경고하셨다 한다.
사실 전에도 몇번 장인어른은 나를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적이 있어서
다른 사위들이 장모님께 말했던 것 같았다.
장인어른은 처남에게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처음 봤을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과
진실함때문에 좋아하니까 말리지 말라고 하셨다.
장인의 편애 덕에 기가 오른 나는 과음을 하게 되었고
취중에 처남과 동서에게 이름을 부르며
"우리는 모두 차 ㅇㅇ선생님의 자손이고 한형제다"라고 하였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눈이 한20cm정도이상 와서 처가가 있는
산골마을은 완전히 고립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우는 시간에 나는 간밤의 과음으로
누워 있었는데 장인어른이 약까지 가져와서 먹여 주셨다.
잠시후에 방안에서 왁자지껄 웃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까
처제가 어제 형부가 말한 " 우리는 모두 차 ㅇㅇ 선생님의 자손이다"라는
말이 어록에 올랐다고 알려 주었다.
사실 나는 장인어른께 잘해드린게 하나도 없다.
다만 결혼초기 처가에 가면 장인이 네명의 딸들에게 둘러싸여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갈때마다 장인어른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하고
같이 술잔도 나누곤 했는데 다른 사위들은 장인어른을 어려워 하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반성을 많이 하였다.
장인어른이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시는데
그딸인 아내에게 나는 너무 함부로 대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장인어른께 잘해드림은 물론 내게 주신 사랑을 아내에게 돌려 주어야 하겠다는
마음과 함께 이담에 내딸이 결혼하면 나도 장인어른처럼
사위에게 잘해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6. 12
장인은 큰키에 넓은 어깨 부리부리한 눈, 곱슬머리에 잘생긴 외모에 불같은 성정이 있어 범접하기 어렵지만 나에게는 아주 다정다감한 분이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술좀 줄이라 하면 술안먹고 오래사느니 먹으면서 일찍 죽는게 낫다고 하셨다. 어느날은 시를 쓰셨다며 나에게 보여주기도 하셨고 내가 좋아한다고 대봉감을 따서 해마다 보내주셨다. 그러던 장인은 말년에 2년간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두번이나 탈출하셔서 우리는 서산 빠삐용이라 불렀다. 그때마다 요양병원에서 온사람한테 잡혀서 다시 요양병원에 오셨고 간호사들한테는 잘생긴 할아버지로 통했다. 요양병원에 가기전에는 장모님과 안맞아 장모님은 서울 막내딸네 계셨고 나와 아내는 서산 시골집까지 매주 가서 청소와 빨래, 반찬등을 해드렸다. 요양병원에 계신동안에도 주2회꼴로 찾아 뵜는데 2020년 1월 어느날 임종이 가깝다는 연락이 와서 가보니 나를 쳐다보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시려 했다. 아내의 말로는 당신한테 고맙다는 작별인사를 하시려는거라 하여 나는 장인의 손을 잡아드렸다. 그리고 몇시간후에 장인은 주무시는 듯 돌아가셨다.
첫댓글 처가집의 사랑을 듬뿍 받으셨군요
마지막 가시는길 까지 배웅하셨으니 최고의 사위 아닌가 싶네요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나에게는 깊은 산골에 있는 처가에 가는게 좋았고 아내가 자꾸 가자기에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외모는 부리부리하셨지만 마음이 따뜻하신분이셨습니다
그렇게 주무시는듯 돌아가는 것도
큰 복인 것 같아요 아파서 골골하다가
죽으면 간화하는 가족도 힘들고 본인도
힘들지요 최무룡의 추억으노래 외나무다리
참 반갑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요양병원에 계시는걸 굉장히 불편해하셨지요. 하도 탈출을 하려하셨기에 간병인들이 꽁꽁 묶었지만 힘이 장사라 어떻게든 풀었고 병원에서는 골치아팠을 겁니다. 나중에는 식사를 안해 여윈 손목에 묶은 자국이 선명하여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기정수님이 제일 좋아하는 사위가 맞네요
손 잡고 임종하셨으니 그런 거지요.
기성수 님은 누구에게나 호감 가는 사내일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실재로 장인은 저를 많이 좋아하셨고 처남이 서울에 살아서 그런지 저혼자 여러번 병원에 모시고 가기도 했고 서산시내 맛집도 장인모시고 다녔습니다. 저는 저한테 잘해주셨기에 장인이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뜻밖의 고백에 키득키득 웃었겠어요.
장인어른의 애창곡이 외나무다리이군요.
딸 넷이면 깔깔 화목한 집안이고 그 경쟁자중
선택되셨으니 자랑스러운 사위맞습니다.ㅎ
반갑습니다. 큰 체격에 부리부리한 외모의 장인이 그런말씀을 하시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며칠후면 장인의 기일이기에 아내와 함께 묘소를 다녀오려 합니다^^
공개적 사랑 고백 이거 듣는 사람이
용기 충천하지요.
울엄마도 큰사위가 최고라고 하시니 기분 좋은데
동생 남편들이 삐질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반갑습니다. 다른 사위들은 당연히 삐질수 있습니다. 제 장인은 남에게 할말 다하고 그런거 신경안쓰시는 분이셨습니다^^
다른 사위들이 섭섭했겠지만 연세많은 분이고 경우없는 행동은 안하셨기에 이해했으리라 봅니다
좋은글 과 영상 즐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 되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니 너무 노래가
좋습니다.
장인어른께 사랑받으시고
그만큼 잘 사셨다는 증거지요.
다복한 가족들의 삶이 현장
그려집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장인께서 병약한 자신의 딸과 탈없이 살고 있어서 저에게 잘해주신것 같습니다. 돌아가신지 3년이 다되지만 지금도 아내는 아버지를 매우 그리워 합니다
에효! 내장인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 집니다.
반갑습니다 돌아가신 장인어른 생각이 나시는 것 같습니다
기정수님~
참 멋진 장인입니다
원래 사위는 장모님 사랑라던데
장인 사랑을 듬뿍 받았군요
돌아가신 장인 어른이 많이 그립겠습니다
잘 주무시고 일어나세요
반갑습니다 장모님은 세명의 사위들을 표안나게 대해셨는데 상남자스타일인 장인은 자신이 하고싶은 데로 행동하십니다. 장인은 저에게 정말 잘해주셨지만 저는 특별히 잘해드린건 없었습니다^^
기정수님~
장인의 사랑 듬북 받으시고
임종까지 보셨으니
큰복 타고 나셨습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제처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인을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아버지 생각만합니다. 아내의 아버지 사랑에 대한 작용으로 제게 잘해주신것 같습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기정수님은 장인어른 이시네요 ㆍ
반갑습니다. 장모님은 아무래도 친사위에게 정이 가겠지만 저와 제딸에게도 참 잘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