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13 오전 8:23:38 [스포홀릭]
사람들은 어느 사람이 다재다능함을 가지고 있으면 그 사람을 부러워하며 질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도 그 사람과 같이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사람이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기란 쉽지 않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자들이 뛰어난 파워와 함께 빠른 발을 동시에 갖고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파워와 스피드를 모두 지니고 있는 선수들은 흔치않다. 대부분 발이 빠른 선수는 파워가 모자르고, 파워가 있는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발이 느리다. 때문에 사람들은 파워와 스피드를 모두 지닌 선수들을 기리기위해(?) 20(홈런)-20(도루)이란 명칭을 만들어 그 선수를 돋보이게 해준다. 물론 20-20을 넘어서 30-30, 40-40까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40-40의 주인공은 탄생하지 않았으며, 메이저리그에도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단 3명(호세 칸세코,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20-20, 30-30클럽 역사는 어떻게 될까.
고동현 기자
① 최초의 20-20클럽 달성자는?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20-20클럽 가입자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1982년부터 1995년까지 해태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오리궁둥이' 김성한이다. 김성한은 1989시즌에 26홈런과 32도루를 기록하며 한국 프로야구 첫 20-20클럽 가입자가 되었다. 1988년 한국 프로야구 첫 30홈런을 돌파한데 이어 2년 연속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프로 초창기 투수로도 활약하며 10승을 올리기도 하는등 '팔방미인'활약을 펼쳤던 김성한은 20-20까지 달성하며 프로에서 많은 업적을 이뤘다.
② 가장 아슬아슬하게 20-20클럽을 달성한 선수는?
말은 20-20클럽이지만 홈런과 도루 갯수를 딱 20개에 맞춰서 하는 선수들은 드물다. 대부분 홈런과 도루의 숫자가 모두 20을 넘어간다. 하지만 홈런과 도루의 숫자가 모두 20을 기록하며 아슬아슬하게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1992년의 송구홍. 송구홍은 .304의 타율과 함께 홈런도 20개, 도루도 20개를 기록하며 20-20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홈런 20개는 송구홍이 프로통산 때린 42개의 홈런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다. 실제 송구홍은 1992년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도루 역시 20개를 넘긴 유일한 시즌이었다.
③ 고졸 신인이 20-20클럽에 가입하다
신인들이 프로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신인 중 주전은 고사하고 1군에 머무는 선수들조차 손에 꼽을만큼 신인들이 프로의 벽을 뚫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신인으로서, 더욱이 고졸신인으로 20-20클럽을 달성한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SK의 김재현. 1994년 LG 트윈스 소속으로 프로야구에 데뷔한 김재현은 그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유지현, 서용빈 등 다른 신인들과 함께 맹활약하며 팀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끈 김재현은 21개의 홈런과 2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신인 최초로 20-20클럽까지 달성해 '대박'을 터뜨렸다. 1994년 당시 홈런 1위가 김기태(쌍방울)의 25개, 2위가 김경기(태평양)의 23개임을 감안하면 잠실을 홈으로 쓰는 선수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린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하나. 김재현에게 20번째 홈런을 허용하며 20-20클럽을 만들어준 투수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바로 지난시즌 김재현과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호준이다.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있지만 지난해까지 SK의 4번타자를 맡았던 이호준은 1994년 투수로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는데 김재현에게 신인최초 20-20클럽 가입이란 '선물'을 안긴 것이다. 김재현의 이 홈런이 이호준이 타자로 전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하니 김재현이 한 명의 거포를 만들어 내었다고나 할까.
④ 신인이 한국 프로야구 30-30의 시대를 열다
김재현이 신인최초 20-20클럽 가입이었다면 박재홍은 신인은 물론이고 프로야구를 통틀어 최초로 30-30클럽에 가입한 주인공이다. 광주일고-연세대를 졸업하고 1996년 프로에 입단한 박재홍은 국가대표 등 줄곧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선수였다. '엘리트' 박재홍의 활약은 프로에서도 이어졌다. 우여곡절끝에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박재홍은 시즌초부터 줄곧 현대의 타선을 이끌며 상대팀의 경계대상 1호가 되었다. 타율도 3할을 웃돌았으며 홈런과 도루의 숫자는 나날이 늘어갔다. 8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30번째 도루를 성공시킨 박재홍은 9월 3일 잠실 LG전에서 김용수를 상대로 30번째 홈런을 기록하며 대망의 30-30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 30-30이었으며, 신인이 30-30을 기록한것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대기록이었다. 이후 박재홍은 1998년과 2000년에도 30-30클럽에 가입하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
⑤ '거북이' 포수가 20-20을?
많은 분들이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야구에서 '거북이'선수들이 가장 많은 포지션이 바로 포수다. 그런데 이 포수자리에서 20-20클럽의 주인공이 탄생했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한국 프로야구에 그 주인공이 있다. 바로 SK의 박경완. 2000시즌 4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에 오름과 동시에 정규시즌의 맹활약으로 시즌 MVP에 올랐던 박경완은 시상식 자리에서 "내년에는 20-20클럽을 노리겠다"고 엉뚱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사람들은 '그냥 장난삼아 한 말'쯤으로나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난으로만 보이던 말은 '실제'가 되고 말았다. 박경완은 2001시즌 꾸준한 도루 페이스를 보인끝에 9월 20일 수원 두산전에서 대망의 포수 20-20클럽을 달성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당연히 최초였고, 다른 나라를 살펴보더라도 메이저리그의 이반 로드리게스 단 1명밖에 없는 대기록이었다.
2003년 이후 맥이 끊긴 20-20
1989년 첫 20-20클럽 가입자가 탄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17시즌동안 28명의 20-20클럽(30-30포함) 가입자가 탄생했지만 2003시즌 이종범 이후 20-20클럽 가입자가 탄생하지 않고 있다. 2005시즌에는 2000년이후 20-20클럽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박재홍이 18홈런, 22도루로 20-20에 가장 근접했지만 근소한 차이로 달성에 실패했으며, 조동찬이 16홈런, 17도루, 박용택이 15홈런, 43도루, 클리어가 15홈런 19도루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20-20과 거리가 멀었다. 홈런만 많이 치는 선수라든지, 도루만 많이 하는 선수들도 물론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홈런과 도루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야말로 다른팀에는 골칫거리, 소속팀에게는 보배인 선수들이다. 또한 팬들에게도 많은 흥미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2003시즌이후 맥이 끊긴 20-20의 주인공이 2006시즌에는 다시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20-20
1989년 김성한(해태) 26-32
1991년 장종훈(빙그레) 35-21
1991년 이호성(해태) 21-25
1992년 이순철(해태) 21-44
1992년 이정훈(빙그레) 25-21
1992년 송구홍(LG) 20-20 1994년 김재현(LG) 21-21 (신인최초 20-20)
1996년 양준혁(삼성) 28-23
1996년 이종범 (해태) 25-57
1997년 박재홍(현대) 27-22
1997년 홍현우(해태) 22-20
1997년 최익성(삼성) 22-33
1997년 양준혁(삼성) 30-25
1999년 양준혁(해태) 32-21
1999년 송지만(한화) 22-20
1999년 신동주(삼성) 22-26
2000년 송지만(한화) 32-20
2000년 데이비스(한화) 22-21
2001년 박경완(현대) 24-21
2001년 마르티네스(삼성) 25-28
2003년 이종범(기아) 20-50
30-30
1996년 박재홍(현대) 30-36 (신인최초 30-30)
1997년 이종범(해태) 30-64
1998년 박재홍(현대) 30-43
1999년 데이비스(한화) 30-35
1999년 홍현우(해태) 34-31
1999년 이병규(LG) 30-31
2000년 박재홍(현대) 32-30
첫댓글 박재홍이 진짜 대단한 선수긴하구낭 ㅋㅋ
올해도 20-20은 나오기 힘들것 같습니다. 일단 박용택(6홈런 10도루)과 박재홍(9홈런 5도루)이 가능성은 있지만.. 박용택은 홈런에서, 박재홍은 도루에서 20개를 채우기 힘들어 보입니다..
박재홍은 도저히 실력가지고는 욕을할수가 없는 선수
순철이도 타자때 잘했군.;;근데 왜 못하나고 ㅡㅡ.
박재홍 이후로 20-20이 막쏟아지더니...요즘엔 정말 보기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