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더 독창적으로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장
2018 평창 대회가 이제 4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장 건설과 보완 작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6개 신설 경기장의 공정률은 11월 현재 92%로 올해 말 대부분 완공된다. 이제 실전과 같은 경기 운영 테스트, 이른바 ‘테스트이벤트’가 남아있다. 조직위는 내년 4월까지 22개의 테스트이벤트(경쟁 대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 시작은 11월 25~26일에 개최되는 '2016/17 FIS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이다.
선수들의 체공시간을 고려한 경기장 규모
최근 빅에어 종목의 기술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어 그에 대응할 큰 경기장 조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선수들이 충분히 기술을 발휘하도록 체공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베뉴운영부의 이재권 매니저는 이러한 규모의 경기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선수들의 안전을 꼽았다.“지금 건설 중인 테스트이벤트 빅에어 경기장은 총 길이 158m, 최고 높이 48m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경기장입니다. 실제 올림픽대회에서도 동일한 경기장을 사용하게 됩니다. 보통 출발선에서 도약대인 키커(Kicker)를 지나 보통 2초 내외의 체공시간이 있습니다. 경기장 길이와 높이가 길고 높다는 것은 체공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이죠. 하지만 비거리가 늘어난 만큼 위험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선수 안전을 위한 대비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조직위는 올해에만 세 차례의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장 현장 실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위, 국제스키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Ski, FIS), 코스설계 전문업체, 방송제작사, 대한스키협회 등 관련된 모든 기관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설계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정한 후 경기장 건설에 들어갔다.
최소의 예산으로 최고의 경기장 만들기
“빅에어는 스키점프 센터 맞은편의 관중석을 활강 램프로 개조하여 경기장 중앙으로 착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관중석으로 등장한 선수가 묘기를 보여주면서 경기장 안으로 등장하는 컨셉입니다. 그래서 도약 부분은 가설 구조물로(비계, Scaffolding) 경사로를 만들고 그 위에 눈을 덮어서 만듭니다. 점프와 랜딩 부분은 기초부터 눈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집니다.”
* 비계(Scaffolding): 건축 공사 현장의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
관중석의 경사면을 경기장 구조의 일부로 포함시켜 건설비용도 일부 절감하고 독특한 경기장으로서의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빅에어 테스트이벤트 경기는 11월 25일과 26일에 열린다. 11월 20일 이전에 경기장은 완공되어야 하지만, 복병이 있다. 충분한 눈이 내리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경기장 건설과 함께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눈을 만드는 일이다. 사실 동계올림픽 중 설상종목의 성패가 ‘질 좋은 눈 만들기’, 즉 제설(製雪)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효율적이고 질 좋은 눈을 제때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제설+눈 저장소 눈 이동+구조물 구조 변경’의 방법이 동원되었다.
“이번 테스트이벤트에 필요한 눈의 양은 12,000㎥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 평창의 평균기온을 볼 때 인공 제설이 가능한 시기는 7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 제설시스템으로는 25일 정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코스에 필요한 눈의 양의 절감하기 위해 경기장 구조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제설과 함께 알펜시아와 용평의 눈 저장소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테스트이벤트에는 경기장 이외에도 부대시설이 많이 필요하다. 스키점프와 경기장을 나누어 쓰는 빅에어 종목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예외는 아니다. 이미 경기장 안에는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경기 운영을 위해서는 가설 시설의 설치를 피할 수 없다.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오버레이부 김명관 매니저를 만나봤다.
“‘오버레이’란 기존 시설 위에(Over) 가설 시설물을 더해 배치(Lay) 한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에는 선수 대기실, 장비관리공간, 운영인력 대기실, 운영 기술진 작업공간, 화장실, 의무실, 방송실 등 경기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모든 시설이 포함됩니다. 이 많은 임시 시설물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인지 많은 의견을 모아 계획을 세운 뒤 건설, 운영, 철거하는 작업까지 오버레이 영역으로 보시면 됩니다. 테스트이벤트는 오버레이부에게 가설물의 설치와 철거까지를 진행해보고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10월 초에 건설이 시작된 빅에어 경기장은 11월 말 철거 한다. 설치에서 철거까지 완료해야 하는 매우 바쁜 일정이다. 임시 설치라 해도 실제 경기장을 만드는 정도의 완성도까지 검증 받아야 한다. 테스트이벤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은 분명한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하는 만큼 오히려 단점이 많이 부각될수록 대회 때에 더 좋은 경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2016/17년 시즌 첫 테스트이벤트를 위해 32개의 각 FA(functional area, 기능 분야) 담당자들이 알펜시아 스포츠 파크 베뉴팀을 구성하여 준비하고 있다. 그 중 베뉴운영부는 건설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경기를 진행하고 철수하는 시점까지의 총괄 기획과 관리를 맡는다. 전체 일정 수립, 클라이언트 서비스 준비 등 대회를 마치는 순간까지 모두가 만족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이다.
“테스트이벤트는 준비상황의 최종 종합평가를 하는 시간입니다. 테스트이벤트로 경기장과 주변 시설, 운영체제, 인력관리, 위기관리 등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실제로 국제경기를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테스트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긴장감이 높은 만큼 더 많은 운영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될 겁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도 실제 경기를 통해 알게 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시뮬레이션 한다 해도 실제 경기를 한 번 해 보는 것에 비할 수는 없죠.”
이번 스노보드 빅에어 테스트이벤트를 시작으로 말 그대로 베뉴가 조직위의 현장이 된다. 6년의 긴 준비기간을 거쳐 이제부터는 실전인 것이다. 실전의 터가 될 베뉴, 그 중에서도 빅에어 경기장 건설은 모두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