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을 털어 선물을 산 딸'
"아빠! 버스 타려고 걸어가는 중인데 너무 더워~~"
"그럼 팥빙수라도 하나 사먹고 쉬었다 가렴"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어..."
"....."
자주 내가 딸 아이 나눔이에게 농담하는 말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니가 나보다 부자다! 맛있는거 좀 사줘~~'라고,
그건 농담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습니다.
나는 자주 통장이 바닥나고, 집사람의 항암주사를 맞을 때 목돈이 나가면
빚을 지기도 하는판이니 어떤 때는 아이의 통장에 현금이 더 많기도 합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얼마나 짜게 돈 관리를 잘하는지 줄지가 않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준비를 하러 시내 시립도서관이라도 갈 때면
점심값, 저녁값까지 꼬박 나에게 받아냅니다.
그리곤 저는 김밥이나 먹든지 뭐 그런 식으로 돈을 남깁니다.
심지어 이를 빼고 너무 아파 밥을 못먹을 때 죽값과 위로금(?)까지 받아
통장을 불리기도 하는 지독한 딸입니다.
그래봐야 한달에 만원주는 용돈으로 얼마나 늘겠습니까.
결정적으로 늘어나는 잔고는 집사람의 친구인,
이모라고 부르는 아주 가족같은 고등학교 동창 덕분입니다.
거의 빠지지 않고 한달에 한번씩 몇만원씩을 넣어줍니다.
엄마와 떨어져서 넉넉하게 지내지도 못하는 아이를 많이 사랑하는
아주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자나깨나 부르던 DSRL카메라 중고를 사기도 했습니다.
아주 오래 된 모델이고 나도 십만원쯤 보태주었지만 거의 자기 힘으로
저축을 해서 드디어 마련했습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원래 그런 전통이 있지만 지금보다는 나은 형편이었지요.
만원을 긴급하게 아이의 통장으로 넣어주었습니다.
이 더운날에 돈 만원도 통장에 남기지 않고 다 쓴 까닭을 알기에...
어느날부터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슬슬 꺼내더니
기어이 커플 티를 사주겠다고 약속 비슷하게 했습니다.
기꺼이 입겠다고 웃어주었지요.
병실에서 침대생활을 하며 걷지도 못하는 아내지만,
딸 아이의 정성을 생각해서 외래진료를 가는 날 입어주기로 했지요.
![](https://t1.daumcdn.net/cfile/blog/146DB74C4E5FFA552B)
그런데 아이가 어느 날 손가락의 사이즈를 물어왔습니다.
당연히 모르지요. 반지를 끼지도 않고 그런걸 맞추어본 적도 없었으니,
그러자 이번엔 키와 몸무게를 각각 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아이가 밤에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아빠, 앞으로 5년동안은 선물기대하지마, 이번엔 좀 놀랄거야!"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니?"
결국 통화로 이어진 뒤에 내용을 알았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커플 금반지를 해주고 싶어 두어군데 들렀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이쁜 디자인을 찾았다는 겁니다.
가격이 좀 세어 가진 돈보다 넘었지만 금은방 여사장님이
학생인것을 알고 최대한 줄여주어 간신히 금액을 맞추었답니다.
만원도 안남기고 탁 털어 주어야 할 선으로...
그걸 찾아서 병원으로 온 딸아이가 처음 내민것은 커플 티 였습니다.
그래서 반지를 취소하고 티만 샀나보다 했더니 이어서작은 반지통을 내밉니다.
열어보니 얼마나 예쁜 반지가 두개. 아내와 제 것이 있었습니다.
저도 아내도 이렇게 같은 디자인으로 만든 반지는 평생에 처음입니다.
결혼할 때도 안했기 때문에...
물론 그 뒤에도 반지 한 번 사준적도 없습니다.
시어머니 장모님이 사용하던 반지 물려받아 변형해서 끼기도하고,
응급실 가던 날 간병인이 손에 낀걸 빼주어서 잠시 차기도 했지만
정식으로 선물로 받은 새 금반지는 처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55AB23E4E56087A20)
![](https://t1.daumcdn.net/cfile/blog/154D913E4E56087B2A)
근 2년에 걸쳐 모아서 늘리던 통장 전액을 과감하게 털어서
커플반지를 구입한 중학교 2학년의 통에도 놀랐지만 ,
아이는 고생하는 아빠 엄마를 위로하고 기쁨을 주고싶었다고 합니다.
그 생각에 더 감동을 받아 아직도 두근거립니다.
이 나이되도록 나도 아내도 받아본적도 없고 들어본적도 없는
전재산을 털어 산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니...
비어버린 통장 잔액을 보면서 미안하기도하고
한편으론 더없이 오래 갈 기쁨을 또 느꼈습니다.
마디가 굵어 안들어가는 내 반지를 늘리기 위해 찾아간 근처 금은방에서
그 내용을 알게된 여자 사장님이 나눔이라는 이름도 예쁘고,
마음은 더 이쁘다고 '한 번만 안아주고 싶다'고 즉석에서 부탁했습니다.
아이도 멋적지만 칭찬의 분위기라 같이 포옹을 했습니다.
제 눈 앞에서!
낮설었던 사람도 이렇게 이쁘다고 안아주는데,
하물며 아비된 제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어려움과 외로움속에서 빗나가지 않고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하늘 진짜 아버지는 얼마나 더더 기뻐하셨을까요?
이건 비밀인데 '나눔'이는 하늘에서 내려 온 선물이었거든요.
하나님의 딸!
(아래는 올해도 변함없이 그려준 선물, 그림편지! 입니다~~~^^*
코팅하러 간 문구점에서 이쁘다고, 재미있다고 칭찬 들었습니다.
보면서 한 부분씩 발견하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고슴도치 딸을 보는 고슴도치 아빠입니다.
아마 내년까지 하면 끝일지도 모릅니다.
명색이 고등학생에게 해달라고 떼쓰기도 그렇고,
시간이 될지도 모르니.... 아무튼 기쁜 선물입니다!! ㅎㅎ)
![](https://t1.daumcdn.net/cfile/blog/1516E3414E560BDF13)
첫댓글 내일이 우리가 결혼한 24주년 되는 날입니다.
아내는 평생 남편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선물울 받고,
참 좋은가 봅니다.
이러다 딸에게 아내를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기특하고도 예쁜 딸이군요?
저도 그렇게 당차고 똑똑한 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행복하소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철이 늦게 들어도 힘들지 않게 자랐으면하는
욕심도 있지만...
정말 꼬옥 안아주고 싶은 딸 입니다. 앞으로도 꼭 잘 성장하리가 생각합니다. 많이 많이 축하드립니다. !!
뮤즈님 우리의 불행이 아이에게까지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정말 기도합니다.
잘 성장할까요? 멍들지 않고...
부럽습니다~~^^*
하나의 문을 닫으시면 다른 한쪽의 문을 열어주신다고,
성경에도 말하고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서도 수도원원장이 말했지요.
우리 아이에게도 다른 하나의 문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부모를 대신하여...
"희망으로 님" ! 따님의 아름다운 마음씨 로 "모든 괴로움,걱정,근심" 말끔히
사라지시길... 기원합니다. 하느님은 공평하시군요 병마의 고통만 주지 않으
시고 기특한 따님 으로 환희 하는 축복 주셨으니까요 ....
joy7980님
공평하신 분, 그렇지요?
아이에겐 다른 또래들이 흔하게 겪는 일은 아니지만
나중에 알겠지요? 지금의 이 시간들이 무슨 이유로 일어났는지...
중학교 2학년이 용돈을 몽땅 털어 그런 갑진 선물을 했으니 넘 행복하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다~~ 가족모두 행복하세요~
그것도 부모가 함께 있다면 마음 놓고 저질러볼수도 있지만
혼자 생활하면서 여차하면 군것질이 아니라 생활비로 사용할지도 모를 돈인데,
좀 더 쉽지않은 전 재산이었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더 짠하네요...
정말 엄청난 행운아 아빠시네요..ㅎ
이렇게 기특하고 대견한 따님이라니...꼭꼭 안아주고 이마에 뽀도 해주고 싶네요^^ㅎ
힘드셔도 이런 기쁨과 보람이 있어 또 기운내서 살아가실것 같네요.
다복하소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렴 하늘아버지가 공평하시겠지요?
안그럼 어떻게 이 터널을 빠져나가라구요...^^*
늘 우리에게 작은 꿈과 희망을 주시는 님! 아름다운 가족愛에 행복한 아침입니다..작은 것에서의 행복, 우리함께 나누어요..^^*
제가 그런 일을 하다니요. 저는 정말 쉽게 좌절하고 남을 무겁게 만드는 중입니다.
소야님의 격려를 고마움으로 받겠습니다.
감격스러어서 눈물이 납니다. 갸륵한 따님의 효성스런 따뜻한 마음씨 ,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히 살아주기를 기도합니다.
엄마께서도 빨리 소생하시도록 빕니다. 아빠 또한 글솜씨가 여간 아니십니다. 힘내세요.
하느님께서 함께하십니다.
안나님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늘 우리를 죽지 않을만큼 채우며 회복시키며 보살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너무 힘들어보이면 이 땅을 떠나 데려가주시니 그 또한 기다리고 사모하는 복입니다.
자살하지 않고 죽지도 못하며 고통속에 있는 사람을 불러주신다면 감사할 일입니다.
맨 정신으로 하늘을 저주하고 등 돌리기라도 한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