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5일 ‘윤보선 고택’서 공연
김성현 기자
입력 2023.04.21. 03:00
지난해 4월 25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윤보선 고택 음악회에서 플루티스트 최나경(왼쪽부터), 기타리스트 박규희,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가 함께 연주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150여 년 역사의 서울 안국동 윤보선(1897~1990) 전 대통령 고택은 국가지정문화재(사적 438호)다. 1960~1970년대 민주화운동의 산실 역할도 했던 이 예스러운 전통 한옥은 매년 봄이면 근사한 실내악 무대로 변한다. 올해 제18회를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야외 음악회다. 유럽 궁정 문화의 산물인 실내악과 전통 한옥이 이 고택에서 어우러진다.
축제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는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축제 초기부터 특별한 장소에서 실내악 음악회를 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안뜰 소나무 위로 날아오르는 까치 소리가 현악 4중주에 스며들고, 길 건너 교회 종소리가 가끔은 음악과 ‘협연’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음악회를 열다가 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자 일반 관객에게도 문을 열었다. 강 감독은 “바람만 거세게 불어도 혹시 연주하는 도중에 악보가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만, 실내악을 연주하는 즐거움이 각별한 곳”이라고 했다.
올해도 전체 13회 공연 가운데 예술의전당(9회),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2회)과 함께 5월 1·5일 두 차례 공연이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다다익선(多多益善)’. 제목처럼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6중주와 7중주, 8중주 같은 큰 편성의 실내악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작곡가 브루흐·생상스·베토벤의 7중주를 모은 5월 3일 예술의전당 연주회, 멘델스존·호프만 등의 8중주를 모은 7일 폐막 연주회가 대표적이다. 참여 연주자도 지난해 57명에서 올해 66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최하영, 올해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아레테 콰르텟 등도 합류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씨는 “실내악 특유의 내밀한 목소리와 오케스트라 같은 웅장함을 함께 느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