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늦게부터 가랑비가 뿌렸습니다. 해마다 에디허 대회 수요일 밤에는 선수들과 인솔자, 선수 부모님들을 위한 환영파티(Block Party)가 야외에서 열립니다. 하지만 어제는 가랑비가 와서 야외에서 하던 블록파티는 생략하고, IMG 아카데미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혼합복식을 치르는 4명의 선수들을 남겨둔 채 나머지 선수들이 카페테리아에서 햄버거, 치즈, 핫도그 등 양식으로 맛있는 식사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한국선수들끼리 4강전을 하는데, 오전 9시30분으로 예정되어 있어 조금 더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오전 8시에 숙소에서 가까운 Bray Park Tennis Club에 가서 1시간가량 몸을 풀고 시합 준비를 마쳤습니다. 대회장은 몇몇 코트에 약간의 물기가 있어 예정된 시합을 치르지 못하고, 코트가 마르기를 기다렸습니다.
홍성찬과 이덕희의 4강전은 오전 11시35분경에 시작되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이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시합이었습니다. 이덕희의 서브로 1세트 첫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파워풀한 랠리가 계속되어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되는 듯 했으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홍성찬의 노련미가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이덕희의 때려치는 샷이 좌우, 베이스 라인을 벗어나면서 속수무책 힘을 잃어갔습니다.
1세트는 홍성찬이 6-1로 쉽게 가져갔고, 이어 2세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세트 역시 홍성찬이 경기 내내 앞서가면서 3-0이 되었고, 때, 이덕희는 오른쪽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습니다. 트레이너가 와서 이덕희의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아줬고, 경기는 속개되었으나 홍성찬이 6-1로 마무리하며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덕희는 5학년, 11살의 나이로 에디허 출전사상 한국 최초로 에디허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큰일을 해냈습니다. 특별히 아르헨티나 랭킹 1위와 미국의 랭킹 1위를 차례로 격파하며 4강까지 오름으로써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온 선수들은 물론 테니스 언론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덕희는 4강전에서 패했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고, 홍성찬은 단식도 결승에 진출하여 2관왕의 영광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홍성찬의 단식 결승진출도 놀라운 일입니다. 정 현이 12살의 나이로 2008년 에디허 대회에 한국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여 우승하더니, 홍성찬이 두 번째로 결승에 진출하여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쾌거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한재석 역시 결승에 진출한 코졸로프에게 8강에서 지긴 했지만, 128명의 세계 각국 선수들이 겨루는 시합에서 8강에 우리 한국선수들이 3명이 들어갔고, 4강에 1명, 결승에 1명이 진출했다는 것은 여간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로써 한국 12세부 남자들의 테니스 수준은 세계의 톱 수준에 이르렀음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축복과 영광은 그동안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세계적인 테니스 수준의 대회에 지도자들과 선수들을 파견하여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고 익히게 한 초등연맹 관계자님들과 학부모님들의 성원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성찬의 결승 상대는 작년 에디허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던 Stefan Kozolov입니다. 코졸로프는 1회전에서 권순우를 이기고 4강에 진출했던 러시아 랭킹 1위인 Andrey Rublev를 6-3, 6-1로 가볍게 이기고 결승에 오른 선수입니다. 홍성찬과 코졸로프가 한 번 대결한 적이 있는데, 작년 오렌지보울 백드로에서 홍성찬이 3-6, 6-0, 1-6으로 패했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뒤, 두 선수의 모습은 변했고, 지난 경기에서 두 선수의 시합을 지켜본 초등연맹 선생님들은 홍성찬이 코졸로프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결승전은 금요일 오전에 할 예정이며, 시합 시간은 아직 미정입니다.
한편 오후 2시20분경에 시작된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홍성찬/권순우 조는 이미 단식에서 결승에 진출한 미국의 코졸로프 형제 조를 7-6(0), 6-4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결승전은 3세트 타이브레이크로 시합했는데(3세트는 10점 수퍼타이브레이크), 1세트 게임스코어 2-5까지 몰렸었습니다. 하지만 둘이서 호흡을 맞추고, 파이팅하면서 추격하기 시작 이후 3-5, 4-5, 5-5로 동점을 만들더니 6-5로 앞서고, 다시 6-6 타이브레이크로 가면서 타이브레이크 7-0으로 1세트를 마무리했습니다. 2세트는 3-1, 3-2, 4-2, 4-3, 5-3, 5-4로 꾸준히 리드하면서 6-4로 경기를 끝내고 승리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복식에서 우승하고 찍은 시상식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4강전을 끝내고 홍성찬과 이덕희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로그인하면 볼 수 있음).
이왕에 내친김에 홍성찬이 복식에서 우승한데 이어 내일 있을 단식 결승전에서도 우승하여 한국 최초로 2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께서도 이런 축복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강전 결과
홍성찬 승 def. 6-1, 6-1 이덕희(패) Stefan Kozlov(1) USA def. 6-3, 6-1 Andrey Rubley RUS
복식 결승전 결과 홍성찬/권순우 def. 7-6(0), 6-4 Stefan/Boris Kozolov(USA)
브래든튼에서 유환용 목사
댓글
유환용 현재 우리 한국선수들은 혼합복식 8강전과 4강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권순우/심솔희 조와 오찬영/배도희 조가 8강전을 이기고 4강에 올랐으며, 안타깝게도 승리한 두 조가 결승진출을 위한 일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홍성찬/김다빈 조는 8강전을 하고 있고, 여기서 이길 경우 또 한 번 결승진출을 위한 4강전을 해야 합니다. 어쨌든 혼합복식에서도 권순우/심솔희 조와 오찬영/배도희 조가 누가 이기든 결승에 진출하게 되어 있어, 혼합복식에서도 트로피를 확보한 셈이 되었습니다. 2009.12.04 - 07:57
최병희 축하합니다. 성찬,순우의 복식우승과 성찬의 단식결승진출과 덕희의 멋진플레이를...목사님 감사합니다.저희학교선수들의에디허 3번째복식우승입니다.2006년 정기수,작년강구건올해도권순우까지에디허대회는 우리용상출신선수들에게 많은선물을 주신것 같아 감사하고 이모든것은 다 목사님덕분인것같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대표팀 선수들이 더많은것을 배우고 남은대회 최선을 다해기량을 발휘할수 있도록 이쁜 두분샘들 더고생하시고 사모님,목사님제개인적으로 너무너무감사합니다. 초등연맹선수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