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발달 장애, 뇌병변 장애, 왜소증 장애 등 저마다 다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일곱 여성들이 각자의 생애를 더듬어 기록한 에세이집. 한국 사회에서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소수자의 삶을 대변하여 증명하는 사료이기도 하다.
일곱 명의 저자들은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로 받아온 차별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부터 유년 시절 불의의 사고를 겪어 후천적 장애를 겪게 된 사람까지, 서른부터 예순까지, 가정을 떠나온 사람부터 제 손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린 사람까지.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일상은, 잊힌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로 거듭났다.
목차
엄마 나이가 되었습니다 • 임은주
다리병신 11
방 안 퉁수 13
엄마가 떠났다 15
기억은 있는데 추억이 없다 16
친엄마처럼 17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19
오지 말아라! 21
나의 결혼식 23
창피하니까 말하지 마! 25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27
내가 삐질 때면 28
학교를 안 다녔는디 어쩌라고! 29
지금처럼 예쁘게 30
장미꽃은 똥강아지 31
일곱 살 아이남편 32
기분 나쁜 말 34
예쁜 할머니가 되는 법 36
두 번의 결혼, 하나의 사랑 • 국화
엄마, 언제 가? 43
1990년 세계적인 화가를 꿈꾸며 46
10년 동안의 겨울 Ⅰ 48
10년 동안의 겨울 Ⅱ 50
10년 동안의 겨울 Ⅲ 53
참지 않겠습니다 55
결혼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57
연명치료하지 마! 58
계속 그리겠습니다 61
이기적인, 너무도 이기적인 • 미숙
나여서 다행이다 69
아프다 말하면 안 되나요? 71
내 친구 텔레비전 74
고맙지 않습니다 76
집을 떠나다 78
첫사랑이었다 80
바닷가의 이별 83
내 이름으로 산다는 것 85
필요불가결 87
나의 바람은 ‘만취’ 88
똥 싸는 소리 89
의자가 아닌 사람을 보세요 91
오즈의 마법을 경험하다 93
삭발을 했다 96
무로 돌아가기 전에 98
여자라서 장애인이라서 100
엄마라는 버킷리스트 103
25가지 키스 챌린지 105
아이가 된 소녀, 소녀가 된 아이 • 차지숙
병아리의 죽음 113
소녀, 아이가 되다 115
밥 한 끼의 효도 116
‘생각’을 거부한 아이 118
소똥냄새가 있는 곳 120
사람을 보는 기준 122
책에 빠지다 123
홀로서기 125
나의 이모 정태순 127
할머니에게 드린 보약 129
아픔이 길이 되려면 131
밀어야 열리는 문 133
당산나무 아래 키 작은 아이 • 이지숙
키 작은 아이였습니다 139
한 숟가락이라도 나눠야 헌다 141
미안했습니다 144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146
먼저 고백을 해봤을까? 148
아빠보다 좋은 사람 150
나는 살림꾼 151
이상한(?) 귀인을 만나다 153
두려움 반 설레임 반 155
하하하 송 157
나는 주방장입니다 159
나의 아저씨 161
반대를 반대합니다 163
다행이라는 말 166
왈가닥 에너지 169
만일 나에게 장애가 없다면 171
셋에서 둘로, 둘에서 하나로 • 정아
다른 아이 닮은 아이 179
첫 번째 후회 181
니들 정아 놀리면 죽을 줄 알어 184
계명여사를 떠나다 187
셋에서 둘로 190
아들의 걸음걸이 193
노점에 나서다 195
우리 엄마야! 197
나이 드는 일이 두렵다 199
듣고 싶은 한 마디 201
엄지와 검지가 만났을때 • 최송아
‘놀러 간다’고 말했잖아요 207
짧은 커트머리 미소년 209
시설에서 보낸 29년 Ⅰ 211
시설에서 보낸 29년 Ⅱ 213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질 때 215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218
엄지와 검지가 바꾼 일상 219
유소유를 꿈꾼다 221
첫 바다 222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다 223
송아 맞니, 정말 송아니? 225
처음 겪는 기적 227
나는 자유다 229
저자 및 역자소개
임은주 (지은이)
1971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고 이후 근육 마비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 웃음이 많고 수줍음이 많지만 하고 싶은 말은 참지 못한다. 감정이 풍부해 별 것 아닌 일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수도꼭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국화 (지은이)1980년 논산의 연무대 혹은 천안의 어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신생아 때 고열로 인한 뇌 손상을 겪은 후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되었다. 고흐와 달리, 비 내리는 아침에 마시는 커피와 파헬벨로의 피아노 연주곡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이 꿈이다.미숙 (지은이)1985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열 살, 여름날의 어느 밤 신경이 마비되어 두 다리가 주저앉았다. 민폐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온전히 나로 살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무던히 자신을 만나온 사람이다.
차지숙 (지은이)
1981년 나주 영산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를 겪은 이후 장애여성으로 살았다. 잘 웃는데, 잘 화내고, 또 금세 눈 녹듯 화가 풀리는 이유는 산전수전이 무엇인지 아는 어른이 되어버려서. 남에게 어려움을 주기 싫어 외로움을 택했다.
이지숙 (지은이)
1962년, 전남 구례에서 남들보다 키가 작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어린 시절 살았던 고향마을의 당산나무를 닮은 사람이다.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살아간다.
정아 (지은이)
1966년,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저신장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다리가 휘었건, 키가 덜 컸건 변함없는 귀한 딸로 자랐다. 아들의 장애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아들의 미래를 위해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달려온 엄마이기도 하다.
최송아 (지은이)
1985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움직임이 많고 느리고 마른 모습에 병원을 찾아 뇌병변 장애 진단을 받았다. 남보다 느리다 할지라도 달팽이처럼 거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고 싶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저는 보시다시피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고 있는 장애여성입니다.”
장애여성 일곱 명이 몸소 겪은 삶의 우여곡절
도서출판 글을낳는집에서 ‘기록의집’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로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장애여성들이 몸으로 쓴 손바닥 에세이』(임은주 외, 2022)를 출간하였다. 발달 장애, 뇌병변 장애, 왜소증 장애 등 저마다 다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일곱 여성들이 각자의 생애를 더듬어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실로암사람들>과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기획된 6개월 간의 ‘장애 여성의 자기 역사 쓰기’ 수업의 결과물이며 한국 사회에서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소수자의 삶을 대변하여 증명하는 사료이기도 하다. 일곱 명의 저자들은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로 받아온 차별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부터 유년 시절 불의의 사고를 겪어 후천적 장애를 겪게 된 사람까지, 서른부터 예순까지, 가정을 떠나온 사람부터 제 손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린 사람까지.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일상은, 잊힌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로 거듭났다.
“나는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험을 통해 한국에서 장애인 여성 당사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단함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뭣허냐? 병신다리 누가 보믄 어쩔라고 그려. 방으로 안 들어갈래!”(「방 안 퉁수」) 모진 말을 들으며 가족에게 존재를 부정당하기도 하고, “나도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소리쳐도 목소리가 닿지 않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장애가 있는 여자와 결혼하면 끝까지 잘 산다는 보장이 없다”(「셋에서 둘로」)며 반대당하고, “장애가 있는데 자식을 낳으면 자식 인생은 어떡하냐고”(「기분 나쁜 말」) 불쾌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늘 나를 짠하게 바라”(「고맙지 않습니다」)보던 어른들은 그저 일회성 감정에 불과했기에 전혀 고맙지 않게 다가왔고, 휠체어를 탄 모습이 “행여 유가족에게 민폐가 될까 걱정”(「바닷가의 이별」)되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장례식장 앞에서 주저하기도 했다. 시설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이름 없이 휠체어로 불려졌고, 장애인이라 분류되어졌”(「내 이름으로 산다는 것」)으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집에만 콕 박혀”(「‘생각’을 거부한 아이」) “왜 사는지 몰랐던 시절”을 겪어내기도 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로 많은 차별과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가난해서, 성 소수자라서. (중략) 다양한 시선의, 다양한 자리의 삶을 보고, 내 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혹은 철저히 무시했던 나의 상처들을 담담히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나도 상처가 있구나, 많이 아팠구나라고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어야 타인도 온전히 그 모양 그대로 볼 수 있으니까요.
“인생은 내 스스로 밀어야 열리는 문 같은 것이다.
나는 두드리고 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간다. “삶이 선택한 대로 그 안에 내던져질 수밖에 없던 나”(「밀어야 열리는 문」), 어미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이면서도 “살라고 눈도 깜빡이”(「키 작은 아이였습니다」)던 나, “뭣하러 병신자식을 낳았어? 차라리 죽이지. 누구는 병신 되고 싶어서 되었어? 이렇게 방구석에 처박아놓을라믄 뭣하러 낳았어?”(「방 안 퉁수」) 소리치던 나는 그 모진 시간들을 인내해가며 오롯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섰다.
다른 장애인들도 이런 자유를 누려야 한다. 나보다 장애가 심한 이들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나도 자립을 꿈꾸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자유를 상상하고 입 밖으로 이렇게 내뱉길 바란다.
“나는 자유다.”
당신에게 이 말은 씨앗이 되어줄 것이다.
집을 벗어나 시설로 향하고, 학교에 등록하고, 기술을 배워 일을 하고,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시설을 벗어나 독립하고,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끝내고, 생명을 책임져 돌보고, 활동가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만나고, 그림을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삭발을 하고, 글을 배워 그동안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던 아픔을 표현하고, 무례한 사람들에게 돌을 던진다.
돌이켜보면 살다보니 살아지는 것이 신기하다. 나 자신이 기특하다. 이런저런 역경을 겪었기 때문에 내가 더 단단해졌고, 그 힘으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글을 따라 이들의 생애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 불편하지만 딱히 다를 것도 없는 인간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에서 한발짝 물러나면,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을 인정하고 내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이들의 밝은 미소가 보인다. 인생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이들의 단단한 마음을 함께 보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