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백전사랑방 선후배 동문님들
먼저 김철영부친상을 당하셨다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 정면 교사와 반면 교사 )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는 걸 무척 싫어하셨습니다. 그래서 휠체어에 의지하게 되자,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거실에 있는 창가에 앉아 30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보내셨습니다.
할머니는 또한 겁이 무척 많으셨습니다. 수술을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도 무서워서 그렇게 하지를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수술을 하기에는 너무 연세가 많아져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굉장히 힘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나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더 관심을 기울여 주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자라나면서 그 때문에 사람들이 할머니 주위에 가기를 꺼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내 고통을 호소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러나 나는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할머니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 생일을 한 번도 잊으신 적이 없었습니다. 나이가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예쁜 카드와 함께 1달러씩 더 늘려서 선물을 보내 주셨지요. 그러나 할머니가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다른 데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8년 동안이나 고생하던 디스크 때문에 수술을 받았을 때, 할머니가 병원에 찾아오셔서 들려 주신 말씀입니다.
“얘야, 나는 평생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며 살았단다. 고통에 억눌린 채 너무나 많은 것을 놓쳐 버렸어. 내가 너한테 감탄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잘 참고 견디어 활기 있게 다시 일어난다는 거야. 나처럼 주저앉아 인생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이야.”
그 말에 나는 용기를 얻어 회복하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내 고통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넋두리하지도 않았습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기처럼 살지 말라는 식으로 인생을 가르칩니다. 우리 할머니 역시 자기 상처만 들여다 보면 인생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치셨습니다.
바람직한 사람을 만나 ‘나도 그렇게 되어야겠다!’라는 긍정적인 신념을 심어 주는 사람은 확실히 좋은 스승이다. 그러나 또한 ‘나는 적어도 그렇게는 되지 말아야겠다!’를 가르쳐 주는 반면 교사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스승감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한 사람에게 배우는 것보다,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도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면, 주위에 온갖 정면 교사와 반면 교사로부터 무한히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러면 그토록 어렵다는 세상을 (이 정면 교사와 반면 교사를 통해)참으로 쉽게 살아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