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교회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함께 지냈던 ‘신앙의 해’가 11월 24일 폐막된 가운데 한국교회도 같은 날 전국 각 교구에서 일제히 폐막미사를 봉헌, 앞으로도 꾸준히 쇄신 노력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신앙의 해 동안 한국교회 곳곳에서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성경 공부, 세미나 등 신앙 쇄신을 위한 다채로운 모색들이 이뤄졌다. 특히 각 교구는 이러한 노력들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신앙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이 개인적 체험을 뛰어넘어 공동체의 성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아쉬움 또한 남겼다.
▲ 지난 11월 24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주례로 봉헌된 신앙의 해 폐막미사 모습.
교황청, 홍용호 주교 사망 공식 인정
교황청이 전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를 ‘사망’한 것으로 공식 인정, 시복 추진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추후 평양교구 새 교구장 임명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교황청의 홍 주교 사망 공식 인정은 한국교회가 시복 추진 중인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가운데 홍 주교가 포함됐기 때문. 시성절차법상 원칙적으로 사망이 확인되지 않으면 시복 후보자가 될 수 없다. 1943년 착좌한 홍 주교는 1950년 공산정권의 박해로 구금된 이후 최근까지 교황청에서 ‘실종’ 상태로만 확인돼 왔으며, 지난 7월 교황청 인물연감을 통해 사망이 공식 인정됐다.
통합양업시스템, 16개 교구 모두 개통
안동교구가 12월 2일 통합양업시스템 개통식을 가지면서 전국 16개 교구 모든 본당이 통합양업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2008년부터 시작, 5년 만에 전국에 통합양업시스템을 완성한 한국교회는 보다 효율적인 사목행정과 정확한 통계자료 등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신자들의 신앙생활 지원, 본당의 행정처리 지원, 사목자의 사목정보 제공 기능 등으로 구성된 통합양업시스템은 특히 하나의 전산 시스템을 통해 전국 교구의 모든 부서, 본당 사목행정을 지원함으로써 연대와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 안동교구가 12월 2일 교구청 회의실에서 통합양업시스템 개통식 후 가진 기념촬영 모습.
신임 왜관 수도원장에 박현동 아빠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신임 수도원장에 박현동 아빠스가 선출됐다. 왜관 수도원은 전임 이형우 아빠스가 사임함에 따라 수도 공동체 전체 투표를 실시, 지난 5월 7일 박현동 신부를 제5대 아빠스로 선출했다. 박 아빠스의 축복식 미사는 6월 20일 수도원 대성당에서 거행됐다. 아울러 박 아빠스는 6월 13일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에 임명돼 북한교회 선교라는 사도직 수행의 소명도 얻게 됐다. “선교하는 베네딕도회 신앙 공동체 확립”을 선포한 박 아빠스의 모습에 한국교회 내에서도 ‘40대 젊은 수도원장의 탄생’에 큰 기대가 모아졌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
민족 화해와 통일을 청하는 기도 공간,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이 6월 25일 거행됐다.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 세워진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지난날 민족 분단의 아픔에 대해 참회·속죄하면서 참 평화와 일치를 기원하는 기도장소로 의미를 더 한다. 1989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제안을 계기로 준비가 시작된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2004년 서울대교구가 본격 추진한 이후 6·25전쟁 정전 60주년인 올해 마침내 그 결실을 이뤘다. 특히 실향민 할머니들이 폐휴지를 모아 성금을 보내는 등 전국에서 신자들의 십시일반 정성이 보태졌다.
▲ 지난 6월 25일 파주시 통일동산에 세워진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을 주례하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수원교구는 설정 50주년을 맞아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신앙대회·감사미사를 거행, 100주년을 향한 교구 공동체의 비전으로 ‘쇄신’, ‘참여’, ‘소통’의 가치를 선포했다. 지난 2년 여 동안 다양한 행사와 방법으로 희년 잔치를 준비해 왔던 수원교구는 4만여 명이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 교구의 과거,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내다보며 교구 공동체 비전을 선언했다. 특히 이날 대회에는 한국 주교단 이외에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과 중국, 잠비아 등 해외 교구장 주교들이 함께해 희년의 기쁨을 나눴다.
▲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신앙대회 및 감사미사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어린이의 손을 잡고 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
한국-교황청 외교 수립 50주년
한국과 교황청이 12월 11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한지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63년부터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교황청은 공동선 실현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양국 주재 대사관은 서로의 친선 관계 증진을 비롯해 교황청과 한국교회의 일치를 다지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특히 바티칸은 공식 수교 훨씬 이전인 1947년 초대 주한교황사절로 패트릭 번 신부를 임명하고 ‘한국을 한반도의 합법적 독립국가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1948년 UN 승인 이전부터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게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 2010년 10월 21일 한홍순 전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가 재임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집무실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124위 시복 사실상 확정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안건이 10월 1일 교황청 시성성 신학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시복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로써 지난 2009년부터 진행돼 온 시복 심사는 시성성 추기경 회의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종판결만을 남겨놓았다. 시복식은 내년, 늦어도 2015년에는 거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교회의는 지난 10월 열린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시복식 준비위원회 구성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준비하도록 했다.
한편 시성성은 4월 26일자 교령을 통해 한국교회 제2차 시복 사업 통합추진도 승인한 바 있다.
▲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와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7월 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개최한 시복시성 기원 묵 주기도 의 밤 모습.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60주년 전국 신앙대회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6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25일 광주 염주종합실내체육관에서 전국 선교 신앙대회가 열렸다. 한국 레지오 마리애 총재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 레지오 마리애 총 사령부 ‘꼰칠리움’의 특사 패트릭 패이 서기 등이 함께한 이날 대회에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 1만여 명은 성모 마리아가 가진 순명의 정신을 찾고 쇄신을 통해 거듭날 것을 결의했다.
한국교회 성장의 원동력이 돼 온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1953년 목포 산정동성당에서 시작돼 전국 교구로 확산됐으며, 현재 서울·대구·광주 세나뚜스에 26만여 명 행동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 60주년 기념 전국 선교 신앙대회 중 한국 레지오 마리애 총재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기념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국정원 사태’ 각 교구 시국선언
국가정보기관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한 ‘국정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교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렸던 한 해였다. 7월 25일 부산교구 사제 121명의 시국선언문을 시작으로 전국 15개 교구 사제들이 선언문 발표 및 시국미사 등으로 마음을 모았고, 남녀 수도자와 평신도들도 동참함으로써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12월 1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시국 문제와 일련의 논란 등에 대해 교회의 현실 참여가 그리스도인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임을 확인했다.
▲ 부산교구 사제 121명이 7월 25일 대청동 가톨릭센터에서 열린 시국선언문 발표에서 국정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민주주의 가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