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준호가 한 이야기를 이리저리 생각해보던 현암은 문득 시계를 보았다. 시계 바늘은 벌써 9시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아와 상준, 연희는 벌써 잠들었고, 아라는 아직 집에 안가고 승희, 준후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왼쪽부터 노란옷, 빨간옷, 흰옷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현암은 호기심에 서서 TV를 지켜봤다. TV속에서 세남자들은 서로 뭐라뭐라 하다가 빨간 옷의 사내가 입을 크게 벌린체 외쳤다.(현암이 보기로 그 남자는 왠지 자신의 툭 튀어나온 앞니를 강조하고 있었다 현암은 그 남자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치아관리 제대로 못한게 자랑인가?'
"호박을 주세여!"
"호박말인가여?"
흰옷의 사내가 호박을 건내주자 빨간색의 사내가 호박을 든체로 말했다.
"무와 수박은 호박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구요~! 자, 변신 아참! 치아건강을 위해서 절때로 따라하지 마세요~! 자 변신"
현암은 치아건강이라는 말에 설마 호박을 씹어먹을까 했지만, 그 사내의 행동의 현암의 추측을 뒤엎어서 현암을 경악케 했다. 아마 아하스페르쯔를 볼 때 그랬을까
"으아, 북북북북"
그 사내는 호박을 갈고 있었고, 퇴마사들은 환호했다. 놀랍게도 호박은 갈아지고 있었다.
"와 호박도 가네"
"어머나, 어머나"
호박을 간후 두 사내가 그 호박이 이상한 것들을 꽂았지만, 현암의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현암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이빨에 공력이라도 넣은 걸까? 어떻게 저럴수 있지?"
현암은 호기심에 몰래 이빨에 공력을 넣어봤다.
'되는구나...'
현암은 이빨에도 공력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이정도면, 파인애플도 문제없이 갈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몰래 미소지었다.
"아라야, 너 집에 안가?"
준후의 말이였다. 어느덧 개그콘서트가 끝나고 시계 바늘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아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걱정마, 내가 없어도 친척들은 신경 안써, 승희언니 여기서 자고 가도 되죠?"
"물론이지, 우리 비디오보자"
승희는 그러는 아라를 환영하며 비닐봉지에서 비디오를 꺼내서 VTR에 넣었다. 현암은 그런 승희의 모습을 보며 이제 그만 자자고 말도 못붙일 것 같아 박 신부의 방으로 갔다. 박 신부 방문을 노크하고 현암은 안으로 들어갔다.
"신부님, 아직 안주무세요"
"음? 현암군인가? 들어오게"
"예"
현암이 들어오자 박 신부는 안경을 벗고 성경을 덮었다. 박 신부는 의자를 돌려 현암과 마주보았고, 현암도 의자를 찾아서 앉았다. 현암이 보니 성경이 있는 것 같았다. 현암은 성경을 손으로 가리키며 박 신부에게 물었다.
"성경연구 하셨어요?"
"음, 지금 다시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다시 읽고있다네"
"......................"
잠시 박 신부와 현암 사이에는 침묵이 유지 됬다. 현암은 막상 들어왔지만, 정작 할말은 없었다. 밖은 어떤 영화인지는 몰라도 총소리가 요란했다. 약간 답답함을 느낀 박 신부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뭔가? 말할게 있는 것 같은데, 부담없이 말하게, 고해할것이라도 있는가?"
"아..아니요"
현암은 마땅한 대화거리가 없어 막막했지만, 곧 박 신부의 파문이 취소된 것을 기억해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현암이었다.
"신부님, 이제 정말 신부님이시죠?"
"허허, 그렇구만, 이제 가짜신부노릇도 못하겠는걸"
"하하하하"
웃음을 그친 현암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신부님이 되셨는데, 성당에 안나가세요?"
"허허...글세"
수아와 상준,연희는 잠들어 있었고, 준후, 승희, 아라는 영화보고 있었다. 현암과 박 신부는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준후방으로 들어가는 준호를 보지 못했다.
준후 방에는 역시 부적과 깃발등이 널려있었다. 한구석에는 법기인 호리병도 걸려있었다.
바닥에는 12개의 깃발과 그것보다 좀더 큰 깃발 4개가 통에 꽂혀있었다. 준후가 또 뭘 새로 만드는지 여러깃발을 만드는 재료도 굴려다녔고, 이상한 도형을 그린 누런종이도 한구석에 차곡차곡 접혀있었다.
준호가 보기로는 인드라의 인장같았는데 인드라의 뇌전과 비슷했지만, 또 달랐다. 하지만, 이 것들도 준호가 찾는게 아니었다. 준호는 준후의 침대를 뒤지다가 문득 준후 책상을 바라보았다.
"찾았다."
준호가 준후의 책상서랍을 열자 준호가 원하는 여러 부적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것도 종류별로.... 준호는 재빨리 준후의 부적을 챙겼다.
준후의 모든부적을 싸그리 챙긴 준호는 준후에게 사과와 이별인사를 담긴 편지를 넣고 서랍을 닫았다. 준호는 몰래 준후 방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을 살짝 보았지만, 준후방까지 거실의 시야가 닿지 않았고, 셋은 영화보느니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안심한 준호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털썩 누웠다. 자신의 하얀 폴더를 꺼내 알람을 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4시였따. 준호는 조용히 속으로 말했다.
'이제 내일 이구나'
-두렵진 않아?-
'내가 자초한거야 후회따윈없어'
많이들 걱정하고 슬퍼할텐데-
'내가 불편해서 가는거야, 편지에 써있으니 다 이해하겠지'
-어디로 갈건데?-
'한빈거사님께'
-거사님이 너를 받아드릴 것 같나?-
'아마도'
-..............-
'거사님이라면 날 이해해주실거라 믿어 거사님께 할말두 있구'
-하지만....-
'됬어, 그 이야기는 그만하지'
-좋아, 그렇다면 아라는?-
'아라?'
-넌 아라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글세, 아라를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라는 준후사부를 더 좋아해'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아라는 너에게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냐, 결국 나와 사부의 차이는 커, 아라와 나는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애인은 될 수 없어,... 가장 슬픈건,...내가 그걸 지켜봐야 된다는 거야....난 그러기 싫거든...짝사랑은 싫어'
준호는 갑자기 감상적으로 변했다.
-그럼 아라때문인가-
'아냐, 일단 모든분들게 너무 미안해 그리고 수련도나에겐 많이 필요하구, 결국 내가 떠나는 거야 나는 이곳이 너무 불편해, 물론 아라문제도 있구'
-고민이 너무 많은 것 같군, 결국 떠날건가?-
'물론'
-좋아 그럼 이만 자게-
'그게 좋겠어'
자기 자신과 대화를 끊낸 준호는 몰려드는 피로를 참고, 다시 한번 짐을 챙겼다. 서연검, 여러벌의옷, 주민등록증, 그리고 호적등본, 여권, 약간의 현금과 신용카드, 챙이 긴 모자, 도수없는 안경 마지막으로 부적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안심한 준호는 이제 잠에 빠져 들었다. 퇴원해서 그런지 여러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준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