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유영하는 인공위성, 탐사선에게는 수명이 있습니다. 위성은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충전을 하는데요. 문제는 태양 전지판도 수명이 있다는 겁니다. 보통 10~20년 정도 사용하면 그 쓰임을 다 하게 되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인공위성은 어떻게 될까요? 계속해서 우주를 유영합니다. 이전처럼 안테나가 지구를 향해있진 않지만, 그저 흘러가는 대로 우주에 머물게 되는 건데요. 이젠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인공위성이 아닌 ‘우주 쓰레기’라 불립니다.
우주 쓰레기의 위험성
우주 쓰레기의 위험성은 영화 ‘승리호’를 봤다면 익히 알 텐데요. 우주 쓰레기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를 회전합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총알(초속 약 0.9km)보다 8배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데요. 여기다 무게까지 있으니, 부딪히면 충격이 상당합니다. 지구에서의 충격과 비유하자면, 약 250kg 물체가 시속 100km로 충돌하는 것과 비슷해요.
우주 탐사를 위해 발사된 우주선, 연구를 위해 궤도를 떠다니는 국제 우주정거장(ISS)과 부딪힌다면 그 피해가 상당하겠죠. 그래서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과학자들은 임무를 끝낸 인공위성이 안전하게 지구로 내려오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추진체를 이용해 인공위성의 고도를 일부러 낮춰 지구로 떨어뜨리는 거죠.
보통 인공위성이 지구로 진입할 때는 대기권과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며 불타요. 크기가 작은 위성은 불에 타 흔적도 없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부품이 남을 때도 있어요. 스테인리스나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연료 탱크 등은 녹지 않아선데요. 이런 물체들이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잘 착륙하게끔 유도하는 거죠.
포인트 니모
추락하는 인공위성의 목적지는 바로 포인트 니모(Point Nemo)입니다. 라틴어로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이란 뜻의 포인트 니모는 ‘우주선의 무덤’이라고 불려요. 위치는 육지에서 가장 먼바다 위의 지점인 ‘해양 도달 불능점’이에요.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곳이죠.
정확한 위치는 뉴질랜드에서 약 4,800km, 칠레에서는 3,400km, 남극에서는 3,000km에서 떨어진 지점입니다. 망망대해라고 보면 되는데요. 크기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어요. 해당 지점에서 약 1,000km 지점까지 포인트 니모로 보고 있습니다. 수심은 3,500m로, 태평양이 평균 수심(4,188m)보다는 얕은 편이에요.
이곳에서 육지로 가기 위해서는 2688km(가장 가까운 섬인 이스터섬) 만큼 항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우주 쓰레기로 인한 인명 피해, 오염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선정한 장소입니다.
해양생물은 괜찮을까?
그런데 포인트 니모에 인공위성을 추락시키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우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셈인데요. 해양생물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요?
미 항공우주국 NASA에 따르면, 포인트 니모의 바닷물 표면 온도는 5.8도입니다. 바닷물의 평균 온도는 16도, 여름철 우리나라 남해의 표면 온도가 28도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매우 차가운 편이죠. 차가운 물 때문에 해양생물이 먹을만한 먹이가 부족해 살아있는 생명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지금까지 묻힌 인공위성 수는?
포인트 니모는 1971년부터 사용됐습니다. 어떤 인공위성이 잠들어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옛 소련, 지금의 러시아 연방 우주국부터 시작해 NASA, JAXA까지 모두 이 포인트 니모를 인공위성 추락 지점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263개 이상의 우주 파편이 이곳에 수장됐죠.
ISS도 포인트 니모에 머문다
수명을 다한 ISS 역시 포인트 니모에 수장될 예정입니다. 지난 1일 NASA는 ‘ISS 전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수명을 다한 ISS를 2031년 포인트 니모에 추락시켜 폐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류였는데요. 2030년을 전후로 민간 우주 개발 업체가 새로운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리면, ISS는 그간 맡았던 업무를 새 우주정거장에 넘겨주고 물러날 계획이에요.
1998년 처음 지구를 떠난 이후, 33년 만에 지구로 돌아오는 건데요. 과학자, 우주 비행사는 ISS가 무사히 포인트 니모에 착륙하도록 제어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 중이에요. ISS의 덩치가 큰 만큼, 타지 않거나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우주 쓰레기,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는 걸까?
사실 우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게 완벽한 처리 방법은 아닙니다. 인적이 드물고 생명체가 없다곤 하나 우리가 사는 지구,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데 환경에 무해한 방법은 아니죠. 우주 국가기관과 민간기업들은 여전히 우주 쓰레기 처리 방법을 고심 중에 있어요.
쉽고 빠르게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듯합니다. 지구에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만 9600t인데, 전부 사라진다면 우주정거장이 대피할 일도, 우주 발사 시 쓰레기에 대한 위험을 계산할 일도 사라지겠죠. 포인트 니모에 우주선이 착륙하지 않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