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샌님 게리 존슨(글렌 파월)은 수사기관의 의뢰를 받고 살인 청부업자인 척 의뢰자를 만나 그를 옭아맬 결정적 증거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학대와 통제만 일삼는 남편을 제거해 달라는 여인 매디슨(아드리아 아르호나)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는 남편을 죽이지 말고 남편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쓰레기 같은 인성의 남편이 주검으로 발견되자 게리 때문에 입지가 줄어든 동료는 대놓고 게리를 의심한다. 게리와 매디슨은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
설마 했는데 7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리처드 링글레이터 감독의 코미디 영화 '히트 맨'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게리 존슨은 실제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가르치는 싱글남이었다. 실제로 수사기관의 의뢰를 받아 함정 수사로 10년 동안 60명정도의 살인 의뢰자를 체포해 살인을 막는 공을 세웠다.
2001년 잡지 텍사스 먼슬리에 스킵 홀랜드워스가 기고한 기사를 읽은 열네 살의 파월이 텍사스 동향 친구인 링글레이터 감독에게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링글레이터는 "네가 중학생일 때 이 기사를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며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던 얘기라고 엄청 반가워했다. 마침 스킵은 링글레이터와 영화 '버니' 각본을 함께 매만진 적이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그리고 링글레이터가 몇년 동안 스킵과 만나 영화화를 고민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때맞춰(?) 코로나 팬데믹이 덮쳐 링글레이터와 파월은 매일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링글레이터는 함께 각본을 쓰자고 제안했다. '패스트푸드 네이션'(2006)으로 감독과 첫 인연을 맺어 '에브리바디 원츠 섬'(2016), '아폴로 10과 2분의 1, 스페이스 에이지 차일드후드(2022)에 이어 이 작품으로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탑 건 매버릭'에서 차세대 대세 배우로 떠오른 파월은 이 작품에서 천의 얼굴을 가진 '심쿵남'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는데 다음달 개봉하는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재난영화 '트위스터스'에는 두려움을 타고 다니는 토네이도 랭글러 타일러 오웬스로 나온다.
실제 인물은 일흔일곱 살이던 2022년 세상을 떠났는데 게리 존스란 이름은 가명이었을 수 있어 보인다. 그는 영화에서처럼 같은 일을 하다 정직당한 동료를 대신해 위장 수사에 합류한 것이 아니라 주업이 검찰 수사 보조원이었고, 대학 강사는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남편에게 학대 받는 여성을 도운 적은 있지만, 연애는 하지 않았다. 고양이들의 이름은 '이드'와 '에고'였다. 칼 융과 간디 저작들을 즐겨 읽고, 조류학자였으며 오디오와 비디오 장비를 손수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탁월했으며 선불교 신자이기도 했다. 영화 초반 수사관들이 "쟤는 도무지 속내를 알 수가 없어" 운운하는데 실제로 너무 많은 자아가 튀어나와 전혀 위장한 티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 링글레이터의 손을 탔기에 어쩔 수 없이 낡고 진부한 면이 없지 않다. 국내 한 블로거는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에 치우쳤으며, 심심하다는 평을 남겼던데 나는 조금 달랐다. 우선 그동안 살인 청부업자를 다룬 클래식 필름들을 모은 것에다 파월의 뛰어난 연기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나는 이 배우를 이번에야 진지하게 바라봤는데 목소리 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가 변신한 청부업자 캐릭터들은 눈부셨다. 그런데 그에 못지 않게 메간 마클을 닮은 듯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여배우 아르하노의 매력도 빛난다. 게리가 먼저 반한 것은 틀림없어 보이는데 매디슨이 카페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론(게리의 다채로운 캐릭터 가운데 그녀가 반한 캐릭터)과 밀당을 하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다.
영화 전반 다양한 이유로 살인 의뢰를 하는 이들의 동기가 제시된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를 한때 사랑하다 증오로 바뀐 이들이다. 게리는 미리 의뢰자들의 정보를 파악해 그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로 완벽히 변신한다. 매디슨은 론을 사랑하는 걸까? 게리를 사랑하는 것일까? 결국 이 영화는 약간 어설픈 스크루볼 코미디를 '복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보자고 관객에게 얘기하는 것 같다.
아 참, 링글레이터 감독은 실제 얘기가 펼쳐진 텍사스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바꿨는데 그 이유가 뭘까? 촬영할 때 뜯기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어서 그랬단다. 또 영화 중반 매디슨이 론이 살인 청부업자가 아닐지 모른다고 의심하게 하는 것이 반려견을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이었는데, 파월이 입양한 구조견 출신 한 살짜리 브리스킷이 아닌지 모르겠다. 파월은 이 친구를 매우 사랑해 로스앤젤레스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집을 옮기면서 당연히 데려갔다. 또 넷플릭스가 이 영화 시사회를 열어줬을 때 부모들이 한창 잘나가는 아들이 자칫 엇나갈까 싶어 겸손하게 굴라는 격문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재미있는 부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