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계절을 맞이하여 좋은 내용의 글 한편 소개합니다.
부산교대 총동창회 수석 부회장이신 최낙건 회원님께서 지난 4월27일자 동창회보에 올리신 것인데 혼자 읽기 아까워 카페에 올립니다.
밥상머리 교육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낙건(동창회 수석부회장. 부산광역시교육위원. 교대3기)
최근 언론에는 소위 3불정책 등 교육현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미 교육계를 넘어 대선주자들까지 교육문제를 이슈화할 정도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교육으로 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불만스럽기도 하다.
수년 전 농협에서 ‘신토불이'라는 사자성어를 가지고 펼친 우리 농산물 애용 캠페인은 그 자체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원래 불교용어인 이 ’신토불이‘라는 말은 땅의 인연을 받아 태어나는 생명과 땅 자체가 하나라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소중함이나 뿌리정신, 혹은 본질의 중요성 등을 가르칠 때 종종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우리 교육계의 여러 가지 어려움과 난맥상은 교육에 대한 가치관의 혼돈에 있고, 그것은 뿌리와 본질에 대한 경시 풍조와 관계가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 신조어 중에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하여 아내와 자녀들을 외국에 내 보내고 외로운 기러기처럼 혼자서 쓸쓸히 지내는 아버지들을 빗대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나와 가족, 그리고 나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기초와 기본을 익혀가야 할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는 부모의 강요에 따라 가게 된 조기유학이, 과연 많은 경제적 부담과 가족 해체의 아픔까지 감수하면서 시도할 만한 교육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케하라 마모루라는 사람이 쓴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을 보면, 한국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을 ‘온상 속에서만 자라는 떡잎’ 교육으로 묘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은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는 깊은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출세만을 위한 맹목적인 따라하기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조기 유학 붐은 자녀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미래를 냉정하게 판단해서 보내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불안한 마음에 무턱대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우리는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노벨상의 32%를 수상했으며, 하버드나 예일 같은 세계 유명 대학 교수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교육민족 유태인의 교육 저력은 그들만의 확실한 교육의 뿌리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유태국가인 이스라엘의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교과는 역사와 성경 그리고 탈무드라고 하는데 이런 과목들은 지식을 전수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유태인의 교육 뿌리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신토불이 정신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들인 노르웨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 나라에서도 영·유아기부터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들의 문화와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교육을 시킨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뿌리교육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삶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 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그들은 믿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과거 ‘밥상머리 교육’이라 해서 철저한 가정교육과 기본적인 생활태도 훈련을 아주 중시해 왔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진행된 핵가족화는 언제부터인가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우리 교육의 혼돈은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필자는 지을 수 없다. 우리 교육의 ‘신토불이’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자원과 자본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근대화의 주역인 50-60대들의 끈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근면함과 성실성은 우리의 ‘밥상머리 교육’이 그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기초·기본생활습관과 예절, 삶 속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가는 자기주도적인 학습습관이나 태도를 갖추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밥상머리 교육’에서 삶의 지혜를 가르친 우리의 신토불이 교육이 얼마나 탁월한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은가?
고 정주영 회장은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중동시장 진출, 오일 달러를 벌어들여 제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 자동차와 중공업 발전의 기틀을 다지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업적을 남긴 분이다. 정 회장의 자녀교육은 한마디로 밥상머리 교육의 표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 회장이 밥상머리 교육에 대하여 “밥상머리 교육은 나도 아버지한테서 받은 것이다.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자신을 낮추면서 남을 높일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기본예절이나 삶의 지혜를 말해주곤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현대의 힘은 밥상머리 교육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교육, 문제투성이라고 외쳐대면서 조기유학, 어학연수, 심지어 불법유학까지 꿈꾸고 있는 오늘의 젊은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하루 중 자녀와의 대화시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가족들과 함께하는 밥상머리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첫댓글 라이건씨! 안녕하세요? 동창회보 4면을 꽉 채운 그대의 글솜씨! 쉰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허락도 안받고 올렸습니다. 독수리 타자로 긴 글을 치느라 가지마도 땀좀 흘렸습니다. 만나면 시원한 거 한잔 사주소 ^^;;
가지마여사, 내 가슴을 탁 치는 글을 올렸네.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우리 최낙건 선생님이 다 하셨네. 아이구 속이 다 시원하다. 조기유학, 기러기 엄마, 여기서도 문제가 더러 더러 있다. 물론 잘 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을 것 같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기러기 엄마는 푸른 초장에서 외로움을 풀고 있다. 아이들은 힘들고 엄마는 신나고 가정은 자꾸 삐거덕 거리고 결국 어떻게 될까? 영어, 한국에서 얼마든지 잘 배울 수 있다. 도덕 교육 , 우리가 배워 왔던 그 교육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밥 한그릇 놓고도 가족들 오손도손 모여 얼굴보고 얘기 나누며 성장한 아이들 사회에서 성공한다.
한국교육이 안고있는 현실적 문제점 열거 및 그 개선을 위한 해결방안을 필자의 교육철학 및 현실감각에 터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 돋보임, 일부 극성 부모들의 자기 자녀의 교육실정 및 환경에 부적절한 방법인 과잉보호,적성이나 유학현장의 실태 분석 미흡에서 오는 조기 유학의 부작용에 의한 결과적 문제점을 이슈화 했고,밥상머리 교육을 통한 학습방법의 학습의 강조로 교육선진 대열로 나아가자는 필자의 강력한 주장이 함의된 글로 평생사도를 걸어온 교육전문가 다운 칼럼임. 한국교육의 뜨거운 감자인 삼불정책에 대한 논쟁의 역작용을 염려하는 필자의 교육관이 분명함, 삼불정책 내용에 대한 필자의 주관은 ....?
라이건! 동창회보 글을 잘 읽었고 글솜씨를 알아봤소이다. 우리 카페에도 좋은 글 좀 올려주세요. 그리고 가지마 친구! 독수리 타법이라고 겸손해하시는데 아니올시다. 깔끔하게 잘 올려주셨네요.
최낙건씨 좋은 글이 었어요. 영어 단어 한마디 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중요할 것입니다. 가지마여사가 좋은 글을 싫어 주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