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래저래 복이 많은 촌부
2023년 2월 16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스무엿샛날
날씨가 참으로 희안한 요즘이다.
햇살 사이로 눈발이 오락가락 흩날리는가 하면
예보에도 없었던 눈이 느닷없이 내리기도 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환하게 햇볕이 짠~ 하며
환하게 비추기도 한다. 오늘 아침도 예보에 없는
가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아침 기온 영하 5도,
입춘이 지났음에도 대관령 너머의 영동지방에는
폭설이 내려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어제는 아내와 백년가약을 맺은지 42년이 되는
날이라서 강릉으로 넘어가 바다 구경이나 하고
점심이나 먹고 오려고 했다. 폭설소식이 발목을
붙잡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굳이 눈까지 오는
날에 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지긋지긋한
눈을 강릉까지 가서 맞고 싶지는 않았다는 말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지난 겨울 눈과 얼마나
씨름을 했는데 좋은 날에 악전고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날씨가 좋은 날 다녀오기로 했다.
꿩 대신 닭인지, 닭 대신 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릉에 못 넘어간 대신에 더 좋은 호사를 누렸다.
제천에 사는 처제의 친구 연경氏 부부가 넘어왔다.
김교수 부부가 돼지갈비를 주문해 택배로 도착해
바베큐장에서 숯불을 지펴놓고 갈비를 구워 아주
그럴듯한 야외파티를 했다.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산골스러운, 산골에서나 할 수 있는 파티였다.
둘째네가 고맙고, 연경氏와 부군 김교수가 너무나
감사하다. 안주가 이렇게 좋은데 알콜이 빠져서야
되겠냐는 김교수의 제안에 낮술까지 한잔 했더니
더한층 기분이 좋았고 재밌게 즐겁게 딱 멋떨어진
결혼 42주년 기념 야외파티가 되었다. 늘 하는 말,
"사는 거 뭐 별 거 있나? 소소함에서 느끼는 것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온 것이지!" 라며 웃었다.
아내는 하루쯤 일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놈의 일을
또 하느냐며 성화였다. 이서방과 김교수가 침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이 혼자 중앙통로에서 나무를
정리하는 엔진톱 작업을 두어 시간 하느라 바빴다.
나무정리 작업 8일次, 이제 중앙통로의 펜션쪽에
널부러져 있던 나무 잔가지는 모두 다 정리를 했다.
아직 중앙통로 오른쪽과 펜션 뒷쪽 시냇가에 있는
나무를 정리해야한다. 두 곳 다 꽤나 많고 통나무를
장작크기로 토막을 내는 일이 많이 남아있다. 아마
못해도 한 열흘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서두르지를
않고 시나브로 하다보니 시일이 많이 걸린다.
촌부가 생각도 못했던 선물을 서너가지를 받았다.
고교 후배가 달달한 초콜릿 선물을 보냈다고 하여
카톡을 봤더니 주소를 입력해야만 배송이 된다고
했다. 또 그뿐만이 아니다. 광고회사 후배가 도시에
나가면 형수님과 커피 한 잔 하라며 쿠폰을 보냈다.
둘 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잘 몰라서 한참 살피고
배워야만 했다. 어찌되었거나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세상과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인터넷 습득은 필수가 된 세상임을 절실히 느낀다.
또한 매일 촌부의 일기를 보는 친구가 사진을 모아
BGM까지 깔아서 동영상을 만들어 보냈다. 친구는
아주 인터넷 기술이 능한 모양이다. 이 촌부는 겨우
글이나 쓰고 사진을 모아 대충 편집하는 수준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선물을 보내준 고교 후배도,
광고회사 후배도, 학교 친구도 모두 다 감사하다.
그러고보면 이 촌부는 이래저래 복이 많은 놈이다.
첫댓글
멋지게 사시는
촌부님께 박수를 드립니다
야외파티가 멋지네요.
결혼기념일을 기억하는 후배님들도
너무 멋지고 그런 인연의 끈이 아직도
우리들의 삶을 아름답게 한다는 생각입니다.
화기애애한
드라마 한편 본듯합니다.
아름다운 삶 ㅡ
많이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