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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양승언 작가의 기행문. 책은 한때 승려가 되어 수행자의 길을 걷다 환속을 결정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의 이상향인 ‘득량만’을 찾아 떠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양승언 작가의 경험담과 인생사는 특유의 간결하고 운율감 있는 문체로 전개된다. 자본주의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 무엇보다도 득량만(이 책에서는 주로 보성 지역을 다루고 있다)이라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시선과 애정이 돋보인다.
목차
추천사 4
작가의 말 11
1부 득량만
사람들은 남도로 떠났다네 16
득량만 23
율포해수녹차센터 28
남도가, 그랑께 건배 37
율포, 백 통의 편지를 쓰는 바다 45
차나 한잔 드시고 가게 56
벌교명훈,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마라 66
삼의당, 벚꽃이 피어 있는 숲속의 집 73
2부 인생은 낙지랑께
인생은 낙지랑께 84
실장어잡이 94
회천감자 101
주릿재 109
거기가 우주 한가운데 115
길 위의 숲 메타세쿼이아 123
보성사람, 곤 132
3부 일림산 철쭉꽃 필 때는
일림산 철쭉꽃 필 때는 140
회천우체국에서 148
배롱나무 꽃길 삼십 리 157
득량 비봉, 다시 돌아온 공룡의 땅 164
봇재 170
보성 정씨고택 176
명봉, 봉황의 울음소리 들리는 기차역 188
4부 보물의 성
보물의 성 198
해산천야 구족의 땅 205
사랑아 나에게 오지 마라 213
방진관 219
한치재 단풍화로 227
여자만 234
회천수산물위판장 241
5부 워낭소리, 오봉산 구들장 이야기
워낭소리, 오봉산 구들장 이야기 256
전일리 팽나무 265
마리나의 꿈,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272
득량의 빛 홍암 나철 285
사람의 땅 득량의 노래 295
작가 후기 307
득량만 지도 313
저자 및 역자소개
양승언 (지은이)
아름다운 금강이 흐르는, 충남 공주에서 자랐다. 1984년 포항에서 고교를 마치다.
대학, 사법시험, 복서 등의 꿈으로 세상과 맞서다. 스물두 살, 머리를 깎다. 운수납자가 되어 걸망 하나 등에 지고 온 산, 저잣거리를 떠돌다.
열일곱 살 때부터 옹이처럼 품었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해답을 찾아 쓰고, 또 쓰다. 2001년 서울 구로에서 식당을, 2007년 경영대학원에서 금융경제를 배우다.
2010년 서울 신촌에서 외식문화공간을 열고 언론, 예술, 학계의 인사들과 교류하다. 2019년 세계 기행을 시작했으나 코로나19로 필리핀의 작은 섬 탐비사안에서 돌아오다. 2021년 남도로 떠나다. 개와 고양이와 보성 일림산 숲속에서 살다. 농어촌의 몰락과 -인구 소멸, 인간성 상실에 대한 대안을 탐구하다.
산과 바다와 들과 하늘의 아름다운 자연, 사람들의 풍요로운 삶의 모습을 채록한 『득량, 어디에도 없는』을 발표하다.
1999년 소설 「풍장소리」로 세기문학상을 수상했고, 2010 소설 「워낭소리」로 제10회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2015년 시집 『사랑은 소리 없는 침범』, 2020년 장편소설 『도시벌레』를 펴냈다.
양승언(지은이)의 말
득량만, 바람처럼 떠나가고 싶은 마음 여행 1번지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은 여유 있는 사람이다. 그 가운데도 시간의 자유만큼 아득한 대상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에 쫓긴다. 창의적인 예술가나 사업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똑같은 일을 하는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저승사자처럼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간에 쫓기며 산다. 자본주의 세상을 사는 현대인의 비애다.
그러나 뜻밖의 휴가를 얻거나 사나흘씩 연휴를 갖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주저하며 망설인다. 그토록 바랐던 여유로움이었지만 정작 무엇을 할지 모른다. 도리어 주어진 여유 앞에서 고민하고 허둥댄다. 설레는 여행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떻게 쉴 것인지, 심지어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놓고도 의견의 충돌을 빚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해 아까운 기회를 그냥 버리고 만다. 하긴 시간과 돈과 건강,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마음 여행 1번지를 갖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또 여행지 대상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행을 가거나 거기 살고자 하는 사람의 인생과 세계에 대한 안목이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거나 그곳을 떠나 있거나 내 마음이 늘 서성거리는 곳, 바람처럼 떠나가고 싶은 곳은 남도다. 득량만이라는 대명사를 붙이는 곳, 전라남도 보성이다. 거기는 어느 때 가더라도 먹을 것, 볼 것, 놀 것, 쉴 곳들이 산비탈 돌멩이처럼 흔한 곳이다. 자치단체에서 공들여 가꾼 것도 많지만, 지역의 본래 생태가 충분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산과 강과 들과 바다와 하늘이 고루 갖춰진 천혜의 땅이다. 풍수의 선각자 도선국사가 점찍은 명당도 보성 일림산 자락이다.
너무나 도시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생활에 지치거나 마음속에 흉터 생기고 감정에 구더기 같은 우울한 슬픔이 도사릴 때, 또, 따뜻한 햇살이 이유 없이 내 등을 떠밀면 나는 오래된 차에 기름을 채우고 지체 없이 남도로 떠난다. 다섯 시간씩이나 휴게소 한번 들르지 않고 득량만 보성으로 간다. 가장 먼저 찾는 곳은 회천면 율포바다다. 수산물위판장에 들러 낙지 몇 마리, 인근 슈퍼에서 다향막걸리 한 병을 사서 선창 바지선으로 올라간다. 언제 만나도 득량만 율포바다는 풍요롭다. 내가 어떤 감정을 들고 다가가도 상관없다. 그 선창 바지선 위에 철푸덕 앉아서 나는 막걸리를 마시고 낙지를 오물거리면서 어머니로부터도 다 받지 못한 결핍된 사랑을 채운다.
‘괜찮아.’
묵시의 바다는 조용한 성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내 마음도 망망한 바다가 된다. 그 바다와 만나면 어떤 슬픔과 아픔도 낮게 가라앉는다. 모든 일들은 괜찮을 뿐이고, 세상살이 어떤 어려움이나 아픔도 견딜 만해진다. 사랑의 통증도 가신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고 싶다. 깊고 넓은 침묵 속에서 어떤 고통도 견디고 어떤 분노도 용서할 수 있는, “참말로 암시렁토 않은” 용기와 아량이 솟는다.
나는 선창에 머물다가 율포바다를 거닐다가 율포해수녹차탕으로 간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유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 특히 그 지역이 농어촌이라면 멀쩡한 보도블럭 바꾸지 말고 과다한 예산을 책정해서라도 목욕탕을 잘 지으라고. 현대문명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혜택 가운데 하나는 목욕탕이 아닐까 한다. 시설이 잘 갖춰진 목욕탕은 어떤 공간보다도 행복한 휴식 공간이다. 율포해수녹차탕은 행복의 도가니다.
내 삶의 우선 조건은 항상 몸이다. 모든 것들은 배고픈 허기를 우선 채워야 하며 피곤한 육체를 쉬게 한 다음이다. 몸을 달랜 뒤에는 마음의 갈증을 풀어준다. 산을 볼 수도 있고 들을 볼 수도 있고 바다며 하늘도 볼 수 있는 길.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반듯한 고속도로나 무슨 둘레길이니 올레길이니 하는, 어딜 가나 비슷하게 기획하여 가꿔놓은 곳은 썩 내키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의 시설이야 정비해야겠지만 되도록 농촌에서는 농촌의 모습이, 어촌에서는 어촌의 모습이 옛 전통을 이어가며 온전히 살아있길 바란다. 보성 회천에서 벌교까지 이어지는 득량만 해안도로는 그런 자연과 전통이 오롯이 보전된 흔치 않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바닷가 선창에는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고 들에는 쪽파나 감자 같은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일부러 수십만 평에 가꾼 대단위 꽃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원형적인 삶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생생하고 진실한 풍경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나는 2년 정도 득량만 보성의 산과 들에 살면서 몸으로, 마음으로 절절하게 느끼고 깨달았다. 어떤 때는 깨달음을 얻게 된 수도승처럼 오도송(悟道頌)을 토하기도 하였다. 늘 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내 마음 여행 1번지인 득량만 보성 이야기를 시작한다. 『득량, 어디에도 없는』에는 결코 조작하여 꾸며내거나 과장된 미화가 없다. 지방의 농어촌 어딜 가나 뻔한 상투적인 전통의 재포장 따위도 아니다. 너무나 도시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세상에 갇혀 사느라 미처 몰랐던 뜨거운 남도 지오그래피, 오늘의 남도 아리랑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 지역을 사랑하는 일은 ‘돌아갈 장소’를 만드는 일과 같다
도서출판 <글을낳는집>에서 양승언 작가의 기행문 『득량, 어디에도 없는』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때 승려가 되어 수행자의 길을 걷다 환속을 결정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의 이상향인 ‘득량만’을 찾아 떠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양승언 작가의 경험담과 인생사는 특유의 간결하고 운율감 있는 문체로 전개된다. 자본주의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 무엇보다도 득량만(이 책에서는 주로 보성 지역을 다루고 있다)이라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시선과 애정이 돋보인다.
전라남도 보성은 남도의 가장 아름다운 고장 가운데 하나다.
‘그랑께’는 남도의 대표적 사투리다. … 상대의 의사를 다 이해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함축되어 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니 애써 부연하지 않아도 되고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공감과 포용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그 과거를 딛고 궁극적으로 미래로 함께 나가자는 뜨거운 희망을 포용하고 있다. (「남도가, 그랑께 건배」 부분, 45p)
득량만이라는 지역 자체가 낯선 독자를 위해 작가는 득량만의 주요 관광지 및 명소들, 그에 얽힌 일화들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가령 ‘율포해수녹차센터’, ‘회천수산물위판장’에 관한 챕터를 읽게 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득량만을 여행할 때 방문해야 할 명소이자 득량만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떠올리게 된다. 남도 득량만을 배경으로 한 만큼 이 책에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등장인물들의 전라도 사투리가 살아숨쉬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는 이야기의 구수함과 현장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며, 양승언 작가의 득량만에 대한 깊은 애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인생은 낙지랑께
“인생은 낙지 같어야. 바보소. 낙지가 부드러운 거 같은디 질겨불고 아무 맛도 없는 것 같은디 씹을수록 고소해불잖아. 그리고 낙지가 무쟈게 빨러야. 갯벌에서 슬슬 가자는 것 같은디 한 번 잡아불라믄 와 요거시 사악 미끄러지는 게 눈 깜빡할 사이랑께. 인자 살믄서 뭔 바람을 더 맞겄는가. 나는 인자 암시렁도 안 해야.” (「인생은 낙지랑께」 부분, 92p)
또한 이 책에는 중간중간 득량만과 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재로 쓴 시가 삽입되어 있다. 이 책에는 환속을 한 작가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득량만이라는 지역에 모여 평온함을 얻고 ‘사람다운’ 삶을 되찾아가는 여정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겨 있다. 양승언 작가의 시는 이 책의 문학성을 돋보이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고단한 삶을 살아온 득량만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득량만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이야기로 옮김으로써 그들뿐만 아니라 살면서 다양한 실패와 역경을 경험했을 독자에게도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우리는 전망대로 나가 남쪽을 바라보았다. 영천 저수지 건너 득량만 바다 멀리까지 시선이 닿는다. 눈은 밝아지고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다겁 생의 업장도 다 녹을 것 같고 씻김 받을 것 같다. 서쪽을 바라보면 산은 그대로 차밭이다. 녹색은 생명이고 재활이며 부활이다. 여순항쟁의 동백꽃처럼 붉은 슬픔이 어린 지역에 세계의 녹차 수도 차밭이 지천에 즐비한 까닭은 결코 우연이 아니리. (「봇재」 부분, 175p)
한 번쯤 다만 살아있음의 환희를 느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양승언 작가는 자본주의에 지배당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대 사회, 그리고 아직 치유되지 못한 한국의 뼈아픈 현대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고 있다. 단순한 사회 비판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양승언 작가는 노동으로 정직하게 돈을 벌 것과 현대사의 비극과 이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사람들을 정면으로 마주하여 상처를 치유할 것을 여러 장에 걸쳐 말하고 있다. 현대사의 비극을 대표하는 이 책의 등장인물은 ‘송명순’이다. 여순항쟁의 비극으로 상처를 입은 인물인 송명순은 득량만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상처를 치유해나가기 시작한다.
양승언 작가는 득량만에서 실험적인 2년을 보내고 쓴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삶’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작가는 득량만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사연과 살아가는 방법에 귀를 기울이며 독자로 하여금 타인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또한 득량만이라는 지역을 섬세히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며, 독자가 서울 외의 지방으로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게끔 용기를 부여한다.
한 지역을 사랑하는 일은 ‘돌아갈 장소’를 만드는 일과 같을 것이다. 『득량, 어디에도 없는』을 읽는다는 것은 ‘돌아갈 장소’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첫댓글 득량만이 보성에 있군요
배웁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