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사업 속도에 소유주의 애를 태웠던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호가’가 오르고 있다. 강남 재건축은 물론 강북 지역의 재건축 가격도 오름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기조와 집값이 바닥이란 인식 등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준공 20년을 초과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2% 하락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는 0.08% 올라 상승 전환했다. 서울 강북지역만 보면 0.12% 하락했지만, 강남지역에서 0.27% 올랐다.실제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실거래 가격, 매물 시세 오름세가 보인다. 정비사업을 추진한 지 24년 만에 재건축 조합 설립을 앞두고 주목받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대표 사례다. 이 단지는 이달 19일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26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은 올해 1월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반년여 만에 5억원이 오른 셈이다. 최고가는 2021년 11월 기록한 28억2000만원(5층)이다. 현재 호가는 24억5000만~28억4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강남 압구정 재건축 단지 사이에서는 최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압구정 ‘현대2차’ 전용 160㎡는 지난달 27일 최고가인 65억원(15층)에 거래됐다. 지난 5월 이뤄진 직전 거래 가격 54억5000만원(11층) 대비 10억원 이상 뛴 가격이다. 압구정 ‘한양4차’ 전용 208㎡도 지난 6월 최고가 64억원(12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이는 직전 거래 가격(52억7000만원) 대비 11억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여의도, 송파구 등 지역의 재건축 단지에서도 회복세가 감지된다.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로 알려진 한양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149㎡가 최고가 26억3000만원(11층)에 손바뀜됐다. 송파구 내 이른바 ‘올림픽 3형제’ 아파트 사이에서도 상승 거래 체결 및 호가 오름세가 이어졌다.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전용 83㎡는 올해 초에 16억원대까지 실거래 가격이 하락했지만 지난달 19억원대까지 회복했고, 현재 호가는 21억원까지 올랐다.
지난 3월 정밀안전진단을 대거 통과한 목동 신시가지 일대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3단지’ 전용 145㎡는 이달 7일 29억2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 28억원(1층) 대비 1억2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용 152㎡도 지난달 7일 29억5000만원(3층) 최고가에 거래됐다.
올해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북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아파트도 호가를 높이고 있다. 월계시영 전용 59㎡는 2021년 최고가 9억8000만원(10층)에 거래된 이후 이듬해 12월 5억1000만원(9층)까지 실거래 가격이 내려갔는데, 급매 소진 이후 7억원대로 실거래가를 회복했다. 현재 해당 평형 호가는 7억500만~7억8000만원 수준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가 분명한 가운데, 시장 회복 분위기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 재건축 추진 단지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에는 재건축한 신축 대형 단지의 경우 커뮤니티 편의시설 수준이 확연히 뛰어난 점도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