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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영광 기자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폭발이 일어나 친러시아 성향 군사블로거가 사망한 사건이 러시아 군과 용병그룹간 내부 갈등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일 일어난 폭발사고를 통해 숨진 군사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본명 막심 포민)은 텔레그램 채널에서 56만명 이상의 독자를 거느린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러시아 국방부와 와그너그룹이 이끄는 전쟁을 충성스럽게 옹호해온 결과, 그는 취재 중에도 소총을 비롯한 완전무장을 제공받는 유명 언론인이었다.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군사블로거를 제거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분명한 선전가치가 있기 때문에 당초 이번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있을 것이란 추론이 자연스럽게 힘을 얻었다.
사건 발생 후 우즈베키스탄으로 도주하기 위해 남편 친구의 집에 은신하던 트레포바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공개한 영상에서 “폭발한 석고상을 내가 가지고 왔다”고 시인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잠정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살인’에서 ‘테러행위’로 변경한다고 밝히는 한편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모의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가반테러위원회는 이번 공격은 ‘반부패재단’의 도움을 받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 의해 계획됐다고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장했다.
‘반부패재단’은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설립한 단체다.
푸틴 대통령도 “용기와 용감성을 보여준 타타르스키에게 용맹훈장을 수여하라”고 지시하며 힘을 보탰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몰아가기’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 내분의 산물”이라며 러시아 국내에서 계획된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가 점점 더 고립되고 정치적 다툼이 증가하면서 “거미들이 항아리 안에서 서로를 잡아먹고 있다”며 ‘구소련 시절의 고전’, 즉 암살과 정치탄압이 난무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암살에는 최근 러시아 군 당국을 향해 많은 불만을 드러냈던 와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에 대한 경고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폭발사고가 난 카페가 프리고진 소유의 카페였고, 러시아 보안기관이 그동안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소형 폭탄을 자주 활용했다는 점도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트레포바의 남편 드미트리 릴로프도 “아내 혼자서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FSB에가 짜놓은(Set-up) 판에 아내가 활용됐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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