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성탄절이 대단히 큰 축제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쁜 새 옷을 차려입고 평소와 다른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성탄을 축하하는 선물을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성탄 축제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멕시코시티에도 성탄 축제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없는 가난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네스는 그런 친구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가난한 아이였습니다. 인디오 출신인 이네스는 검은색 피부에 크고 까만 눈동자를 지닌 작고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이네스는 성탄 전날에도 맨발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고 있었습니다. 여러 상점에 진열된 다양한 과일, 달콤한 과자, 맛있게 구운 칠면조와 오리 고기, 고소한 감자튀김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이네스는 시장에서 파는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네스는 미소 가득한 얼굴로 시장 상인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면 상인들은 이네스를 예뻐했기에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선물로 주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이네스가 상인들에게 받은 것을 담을 수 있도록 치마 앞쪽에 커다란 주머니를 달아 주었습니다. 작은 꼬마 이네스는 주머니에 담은 것을 길에 흘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이네스는 주머니에 담긴 것들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동생들과 아픈 엄마가 먹을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네스는 시장 한편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도 아직 먹을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을 잘 골라냈습니다. 빠른 손놀림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가리고 깨끗하게 닦아 주머니에 담았습니다.
성탄 전날 저녁에는 다른 때보다도 더 많은 음식이 주머니에 가득 찼습니다.
동생들과 함께 성탄 파티를 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네스는 마냥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이네스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성탄 전날 저녁에 어린이들이 성당에 가서 아기 예수님께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이때 가장 예쁜 꽃을 봉헌한 아이는 큰 상을 받았습니다. 이네스도 아기 예수님께 꽃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가끔씩 이네스는 갔나 하고 작은 인디오 소녀인 자신이 가장 예쁜 꽃을 아기 예수님께 봉헌하는 장면을 꿈꾸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네스는 가족들이 먹을 과일과 채소를 모으기 위해 온종일 시장을 헤매느라 꽃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미 저녁이 되었는데 어디에서 예쁜 꽃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이네스는 부자들이 사는 집 정원에 핀 꽃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굳게 닫힌 철창 대문 안쪽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 꽃들을 꺾어서 가져가고 싶었지만, 주인 몰래 훔친 꽃을 아기 예수님께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네스는 동생들이 먹을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마련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꿈속에서 본 가장 예쁜 꽃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예쁜 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이네스가 사는 동네로 향하는 꼬불꼬불한 길을 걷다 보면 폐허가 된 집터들이 있었습니다. 이네스는 그곳을 지나다가 녹색 덤불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곳에서 아기 예수님께 봉헌할 특별한 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네스는 조심스럽게 폐허가 된 집터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익소저곳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작은 풀꽃 한 송이도 없었습니다. 주위는 이미 어두워졌고 엄마와 동생들은 조바심을 내며 이네스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네스는 한쪽 구석에 자란 난 작은 나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밝은 빛깔의 녹색 잎이 마치 꽃잎처럼 피어 있는 나무였습니다. 이네스는 조심스럽게 몇 개를 꺾어 작은 꽃다발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 꽃을 묶을 끈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네스는 머리를 묶었던 빨강 리본을 풀었습니다. 그것은 이네스가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예쁜 물건이었습니다. 이네스는 빨강 리본으로 녹색 잎이 달린 줄기들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예쁜 녹색 꽃다발처럼 보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기 예수님께 드리면 좋아하시겠지?"이네스는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침 성당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이네스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이 시간에는 성당에 아무도 없을 거야. 저녁 식사 시간이니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이들이 예수님께 꽃을 드리러 오겠지."
이네스는 조심스럽게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맨발이었고 과일과 채소로 가득한 주머니를 매단 지저분한 치마를 입은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살금살금 조용히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성당 안쪽에는 환하게 불을 밝힌 구유가 있었고 포근한 이불 위에 아기 예수님이 누워 있었습니다. 이네스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이 가져온 녹색 나뭇잎 다발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예수님께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제 선물이 너무 초라해서 부끄럽거든요. 하지만 아기 예수님은 기쁘게 받아주실 것이라고 믿어요."
그때 굉장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네스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모두 놀라서 이네스 손에 들린 선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와, 정말 아름다운 꽃다발이구나. 이런 예쁜 꽃을 어디에서 구했니? 지금까지 이런 꽃을 본 적이 없어."자신이 가져온 녹색 나뭇잎 다발을 바라본 이네스는 너무 놀라서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녹색 잎들이 아름답고 생생한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붉은색 잎들 가운데 달린 작은 열매들은 금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이네스는 몹시 수줍어하면서 빨간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나뭇잎 꽃다발을 아기 예수님 상 앞에 내려놓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네스의 마음은 하늘 높이 뛰어오를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자신의 선물을 예수님이 기쁘게 받아 주셨기 때문입니다.이 나무의 이름은 '포인세티아'이지만. 그날 이후 '크리스마스의 꽃'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성탄절이 되면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은 붉은색 이파리와 금색 열매가 달린 이 나무를 보면서, 멕시코의 어느 가난한 인디오 소녀의 믿음과 그 기적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5가지 성탄 이야기 중에서..........
가톨릭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