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택배전쟁을 치루고
2박 3일 볕에 말렸던 저의 콩들을 쌀푸대에 모두 담아놓았어요,
이제 팥수확하러 가면 되는데 ,
아부지 입에서 나온
이것은 . . 이것은 . . . 현실이 아니여야 했습니다
어제까지 팥을 수확하던 밭은 오전에 아부지가 마지막 수확을 모두 다 마쳤답니다
그럼 이제 청태콩 수확하면 되는구나 했더니 . . .
팥을 심은 밭이 하나 더 있다는,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오 마이 팥 같으니라구 ㅡ.ㅡ
이것은 정녕 현실이 아니여야 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흑흑흑)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마지 못해
다시 팥이 있다는 그 정체불명의 밭으로 아부지 트럭, 엄니차를 쫓아서 가는 길
동네에 살면서도 난생 처음 보는 길 . . . 그리고 아예 지도에도 없을 것 같은 그
산속 소로를 따라 가는 그 길은 저를 현실 밖으로 튕겨버리게 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어요
점점 현실은 미궁 속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아니야 , 아닐거야 , 아니여야 돼 !!!
엄니 표현에 의하면 "호랑이가 나올 것 같은 산속" 깊숙한 길 끝에 펼쳐진 딴 세상!
드넓은 산밭에 일부는 이미 들깨를 수확한 자리가 드러나 보였어요
그 들깨 수확한 자리 나머지가 풀인지 팥인지도 못 알아볼 정도의 수확기 놓친 팥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어요 , 이 땅을 빌린 것도 기상천외하지만,
이 곳에 들깨랑 팥을 심었다는 것 자체도 믿기 힘든 상황이였어요
그 바쁜 시절에 어떻게 시간을 내서 또 팥을 심으셨다는 건지요
(아부지는 현실 속에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밭을 임대내고 팥을 심는 것을 말리지 못했다는 엄니도 털털털 웃으시고요
어떤 사람에게 "네가 다니는 곳은 죄다 네 땅이 되게 해줄게!"하니
죽을 때까지 땅만 밟다가 저세상으로 간 사람의 이야기를 넌지시 건네시지요,
엄니가 들려주신 우화에 정말 . . . 우~ 화가 난 저도 ... 털털털 웃어야 했어요
문제는 이렇게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조차 사실 없었다는 거에 있어요,
오늘 본래 팥을 수확하고 좀 일찍 나와서 손목 때문에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가려고 했거든요.
손목이 여전히 아팠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더 기가 막히니 손목 아픈 것도 모르겠더라고요 (하하하)
해질 무렵까지 미친 년 치맛자락 휘날리듯~ 낫질의 달인이 되어가는 저 자신을 느껴야 했어요,
이 낫질이라는 게 어느 순간까지 정말 힘들다가, 어느 순간을 넘어가면 자동반사처럼 손이 먼저 나가고 있더군요
아부지는 갑빠를 펼치고 한쪽에서 팥을 터시면서 "내일 오전이면 끝나겠네!" 하시며 신이 나셨어요,
딸이 .... 백태콩 수확할 때 도와주신 거 생각해서, 계속 콩 수확에 투입되고 있는 이 상황이 좋으셨던 겝니다
아부지의 계획 속에 뭔가 휘말려든 게 확실했어요 ...
현실을 깨우치려 할수록에 더 깜깜한 동굴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이 기분 ,,,,,,,,,,,,,,,,,,,,,,,,,,,,,,
아부지가 파놓은 이상한 나라의 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앨리스가 되어버린 이 기분 ,,,
이상한 나라의 소정이 ㅠㅠㅠㅠ
내일 . . 팥수확 마치면, 부디 청태콩밭으로 직진할 수 있기를 기도해주세요 !
또 설마하니 청태콩 심은 밭이 하나 더 있다는, 그런 믿지 못할 현실이 저를 기다리고 있진 않겠죠 ?
첫댓글 우와~~
저긴 농사가아닌 집을 지어야하는 자리 아닌가요?
욕심납니다
진짜~ 자리 하나는~ 경관 끝내주더라고요 🤣🤣🤣
에고.....
일을 줄이셔야 하는데...
울아부지가 생각납니다...
언제 저기에 팥을 뿌려두셨는지 진짜 대단하셔요
놀랄 노자예요 🤣🤣🤣🤣🤣
햇살 좋고 뷰가 끝판왕 입니다
부지넌하신 아버지 몰래 하신다고 고생 많으셨겠네요
실제로보면 더 끝내줘요 ㅎㅎㅎ 나는 자연인이다 한편 나올 자리더라고요🤣🤣🤣
고구마밭 두개 더 있다할때부터 알아봤어야해요ㅎㅎ
팥밭이 또 있을줄이야 아부지는 저런 밭을 어찌아시고 대단하세요~
그나저나 병원을 어서 가셔야할텐데 파스로만 버티시니요ㅜㅜ
고추성분 파스 부치니까 불타올라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버님 정말 대단하세요. 딸믿고 벌인일아닐까요
딸은 체력이 약해요🤣🤣🤣
어르신들~~참말로 대단하시구만요~~~
그쥬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