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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왜."
"지금 몇시지?"
"8시."
"학교는 몇시까지?"
"글쎄, 잘 기억나지 않는 걸."
".....한지민!!!! 넌 7시 30분까지 학교에 가있어야 한다구!! 알긴 알아?!"
"몰라."
"......."
정말로 할 말없게 만드는 골칫덩어리 동생이다 - 라고 생각하며
지혁은 출근준비를 마쳐가고 있었다.
성실한 학생인 시혁군은 이미 학교를 갔는지 방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신발도 보이지 않았다.
틀림없이 이 동생이라는 녀석은 그가 학교에 갈 때까지도
자고 있었거나 - 느긋하게 샤워나 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지민아. 제발 부탁인데 - 시혁군과 학교에 함께 가는 건."
"불가능해."
"불가능하지..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누구와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니가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안해봤어.
그러니까 함께가지는 말고 - 그냥 나가는 시간에 나가는 건..."
"역시 불가능해. 난 저혈압이라 아침에 쉽게 깰 수 없어."
"...그거야 익히 알고 있다만은 - 그 저혈압이라는 진단을 스스로 내렸다는 것은 알고 있니?"
"당연히. 난 천재니까."
때론 너무 엉뚱해서 도무지 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도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오빠이고 키우다 시피했다지만
가끔...이 아니라 매번 보여주는 이 엉뚱한 면모는
자신의 정.상.적.인. 두뇌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정말로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천재일지도.
천재와 바보는 종이한장차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뭔가 좀 이상..한듯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유유히 신문을 보며 식사를 마치고 있는
지민을 보면서 나도 옆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밥은 먹는다는 특이한 신조를 지닌
이 못말리는 공주님의 습관은 당분간(?) 바꾸지 못할 것으로 보이니까.
오늘은 이만.
잔소리도 한꺼번에 오래하면 질리는 법이지.
"그런데 - 너, 시혁군은 왜 그렇게 싫어해?"
시혁군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남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같이 살아왔기에 눈치챌 수 있었던 지혁은 지민에게 물었다.
지민의 인생관은 언제나 케 세라 세라.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을 가지는 것도 드물고 누구에게 딱히 좋다, 싫다
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드물다.
덕분에 학교의 친구들도 워낙 활발한 녀석들인데다
지민의 조용한 성격(물론 남들에게만 그렇게 보일뿐 - 사실은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거나 귀찮아서 대답하지 않는 것뿐이다.)
을 은근히 좋아한다거나 해서 스스로 친구가 되기를 원해
붙어다니다 보니 얼떨결에 친구가 된 것뿐. 지민이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싫어."
"뭐가?"
"너무..."
"너무?"
"완벽하잖아. 난 완벽한 놈들은 재수없어."
"......."
...여전히 할 말을 잃게만드는 엉뚱한 녀석.
"겨우.. 고작... 그 이유?"
"뭐가 더 필요해?"
"........"
그래그래. 니가 왕이지. 너 잘났다 - 하고 생각하며
지혁은 빠른 속도로 식사를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더 꾸물거리다가는 자신마저도 지각할 것이 뻔했기에,
지혁은 앞에 앉아 느긋하게 신문의 경제면을 바라보고 있는
지민을 힐끔 바라보고는 입안으로 밥을 빠르게
그야말로 '집어 넣었다'
"체한다."
신문에서는 여전히 눈도 떼지 않은 채로
지혁에게 조용히 말한 지민은 투명한 유리잔에 물을
따르라서 지혁에게 내밀었다.
이게 웬일인가 하고 바라보던 지혁은
오랜만의 동생다운 친절을 무시하고 싶지 않아 유리잔을 받았다.
"오늘 좀 늦을지도 몰라."
".....결론은 그거였구만."
또냐. 또!
요즘 지민은 이상했다.
아니, 원래 이상하긴 했지만 요즘은 특히 더 이상해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언제쯤일까. 한달 전- 인가... 갑자기 지민이 어디엔가 다녀오겠다면서
나갔다 오더니 다음날이 되서야 학교로 나타난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날 이후였을 것이다.
밤에 몰래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이...
처음엔 그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밤에 나갔다 들어와
학교갈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는 데,
어느날 밤, 수행평가를 채점하고 있다가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지민이 잘 자고 있나 방에 살짝 들어가봤는데 -
글쎄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 날은 정말이지 깜짝 놀래서
심장마비가 걸리는 줄 알았다.
"외박은 안되. 너무 늦게도 안되. 12시 이전에 들어와."
"노력해볼께."
....싫다는 거네. 하고 중얼거리며 지혁은
따라준 물을 벌컥 벌컥 원샷을 해버렸다.
도대체 무엇에 빠져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 지민이 나쁜 짓을 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데다, 제 앞가림은 잘하는 녀석이니 어련하겠어
하고 봐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기는 매 한가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겠지.
"지민아."
"...."
지민은 말하라는 듯 살짝 시선을 지혁에게 내던졌다.
"무슨 일을 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난 널 믿는다."
"....."
"하지만, 너 스스로를 다치게 하지는 마.
너의 그 인생관처럼 적당히 - 될대로 되게 하란 말이야. 알겠지?
...네가 다치면 내가 슬프니까. 알지?"
"닭살스러운 말은 애인들에게나 던져.
그러고보니 요즘 애인들이 많이 줄어든 것같더군."
".....지민, 어째서 이 오라버니의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흑..."
....다음에 지민이의 입에서 나올 말은 뻔했다.
"지랄."
....지민은 가끔 저렇게 입이 험하다는 심각한 문제점도 가지고 있었다.
"쇼하지마. 올라와."
"...이봐이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너도 지각이다."
"응?"
갑자기 뜬금없이 하는 지민의 말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으아악!!! 한지민!!!!"
"내 탓하지마.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던건 지혁이야."
"아...진짜. 또 교장이 뭐라고 할거 아니야!"
"내 알바 아니야. 소리지르지마."
".......너무.. 냉정해."
"알고 있었잖아."
"...아, 시혁군이라면 안그럴텐데. 그렇게 냉정하게 보이지만
시혁군은 굉장히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구."
"그럼 둘이 사귀던가. 어울리겠네."
".....제발 그런 말은 진지하게 하지마."
"별로.."
'그런 건 아닌데' 라고 말하며 그것이 꼭 진심이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듯 하는 지민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마지막 남은 한숟갈을 입에 넣고 오토바이 열쇠를 들고
빠르게 신발을 신었다.
"지민아, 태워줄테니까 얼른 나와!"
"별로...."
"안 그럼 너 학교 더 늦게 갈거잖아! 잔말말고 나와!!"
"...."
나즈막히 쳇하고 중얼거리는 지민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해 지혁은 조용히 웃음지었다.
누구보다 어른스럽지만, 또 누구보다 아이같이 순수한 사람...
그게 바로 인간 한지민이었다.
또 다시 화려하게 등장해버린 지혁을 뒤로 한채
가기 싫은 교실로 향했다. 귀찮긴 하지만 역시...
지혁에게 나쁜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수업은 꼬박꼬박 들어가는 편이었다.
나름대로 내가 지혁을 위하는 방식...이라고는 이런 것 밖에 없으니까.
"호오. 지민- 역시 오늘도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구나."
"......오늘은 얼마?"
"후후. 1/3이 네가 제 시간에 등교한다고 걸었지.
물론 난 이겼어! 나와 수연이만 네가 8시 50분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날 것이라고 걸었거든. 후후.."
"......"
"그런데 가끔 널 태워다 주는 그 의문의 사나이는 누구야? 애인?"
"야야- 생각해봐라. 이 성격에 애인은 무슨... 오빠야? 혹시 동생?"
"야, 동생이면 기껏해야 고등학생 더어리면 중학생이라구 -
그런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리가 없잖아!"
그렇다.
학교 학생들은 지혁과 내가 친남매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선생님들만 알고 있을 뿐.
지금껏 이렇게 비밀유지가 잘 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법. 언젠가는 밝혀지겠지 - 싶지만...
"비밀이야."
역시 밝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혁은 그 반반한 외모로 우리 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꽤 높다. 게다가 - 전공은 또 재수없게 미술.
잘생긴데 - 악기를 잘다루거나, 혹은 그림을 잘그리면
그것은 바로 로맨티스트로 둔갑.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떠하건간에 부드럽고 로맨틱한 신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마 저 남자가 아줌마같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를것이다.
잔소리에 또 잔소리를 거듭한다는 것도!
"...잠깐, 이야기 하고 싶은게 있는데."
그때였다.
한껏 신나서 떠드는 수연이와 소영이의 곁에서
내가 실컷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녀석이 그렇게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Written By. B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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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 괴 도 DARK ... ☞ #004. 한지민
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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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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