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똑바로 얘기해. 앤지가 좋아, 아니면 엄마가 좋아?" 아내가 작은 놈을 다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이고... 무슨 애도 아니고, 엄마는 얼굴이 정말 정색이 되어 아이에게 느끼고 있는 '배신감'을 그대로 토로합니다. 어... 앤지 이야기구만. 저도 씰룩여지는 입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단지 저는 이걸 즐겁게 여기는거고, 아내는 아이에게 큰 배신감을 느끼는 성 싶습니다. 이야기인즉슨, 지원이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앤절린이라는 중국 소녀의 엄마에게 열심히 놀러가도 되냐고 조르던 지원이가 허락을 받아낸 겁니다. 지원이와 앤지는 항상 붙어다니는 '실과 바늘'같은 단짝인데, 둘 다 반에서 1-2 등을 다툴 만큼 공부도 잘 하고, 특히 지원이가 마구 까부는 성격인데 비해 차분한 앤지는 늘 지원이를 한 박자 쉬도록 만들어주는 자상함도 지녔다고 들었습니다(그것도 지원이 녀석 담임 선생님한테서 들은 이야깁니다). 아무튼, 둘은 학교에서도 '떼어 놓을 수 없는' 단짝이라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중평입니다. 아무튼, 이 녀석은 며칠 전부터 엄마와 아빠를 졸라 앤절린의 집에서 하루종일 놀고 싶다고 땡깡을 부렸고, 뜻을 관철시켜서 앤지네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앤지네 집에 느닷없이 전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앤지도 지금 저녁 먹을 시간이니까, 네가 전화를 하면 실례가 되는 거야"라고 했더니, 입이 비쭉비쭉... 그래서 엄마가 저렇게 물어본 겁니다. 그랬더니 애가 한참 생각을 하며 도리질을 치며... 그러더니, "앤지..." 라는 대답을 했고, 그 때문에 '꼭지가 돈' 애엄마가 아이를 다그치는데... 정말 자기를 배신한 연인에게 왜 자기를 버려야만 했냐고 따지는 신파조의 TV 드라마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볼만했다는 겁니다. 결국 엄마는 아이에게 "앤지가 그렇게 좋으면 지금 당장 앤지네 가서 살아!"라는 완전 어린아이 비슷한 최후통첩(?)을 던졌고, 작은아이가 아빠의 코치를 받자와 "앤지는 친구니까 좋고, 엄마는 엄마니까 좋다"는 대답을 하고 나서야 사태는 조금 진정됐습니다. 푸하하... 근데 이게 웃을 이야긴가.
휴우, 잠시 생각해봅니다. 뭐, 저만해도 어떻게 같은 민족 출신의 짝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때는 그게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생각해봅니다. 지원이가 저렇게 애타는 풋사랑으로 절절한(?) 앤지는 중국계 1.5세입니다. 지원이와 앤지는 영어로만 대화를 하지만, 앤지와 앤지네 엄마는 중국어, 그러니까 만다린으로 대화하는 것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의 2세들은 그 짝들을 민족사회 내부에서 만날 기회는 더 적어질 것입니다. 하긴, 지호의 가장 친한 여자친구 역시 러시아계의 예쁜 소녀이니... 우리에겐 이게 미래의 현실 문제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컬추럴 쇼크'를 어떤 식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가. 늘 코스모폴리탄이라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만, 실지로 제가 그 정도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마음자세'가 되어 있는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도 어쩌면 '내셔널리티'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 합니다. 물론 자유로울 수도 없을 터이지만.
"열 여덟살 되면, 앤지에게 데이트 하자구 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지원이를 보며 문득 저는 어렸을 적 좋아하던 여자친구에게 돌반지를 어디선가 꺼내어 끼워주던 제 모습을 봅니다 - 그 피가 어디 가겠어..- 그러나 여기에 '민족 문제'라는 것이 끼어들면서, 제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지는 듯 합니다. 그러나, 애들이 겨우 일곱살, 열살, 된 이 상황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더이상 고민하기엔, 아이들의 미래가 창창하기만 합니다. 하하... 이 녀석들을 위해 아빠는 더 많은 만남을 주선(?)해 줘야 할 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말로는 "타민족 며느리 보면 어떠냐, 그게 대세다"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안돼! 절대로 한국 며느리여야 해!'라는 쇼비니즘 비스무레한 것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인임을, 제 자신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듯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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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attle Story 원문보기 글쓴이: 권종상
첫댓글 음


가슴에 와 닫는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자상하고 멋있는 아빠네요




한국도 이젠 다민족 국가가 됐지요

농촌의 총각들이 장가를 못가서 일어나는 현상이죠

한국도 이런상황인데...외국에 있스면...더할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늘 바뀝니다...미리 걱정하지 마세요...주인공인 아이들에게 아빠는 조연으로서의 역할만 잘 하면 됩니다...대학 가기전에 진로도 몇 번씩...이상형도 몇 번씩..직업관은 그 나이엔 아예 없구요... 반듯한 부모의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걱정 붙들어 매도 됩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늘 바뀝니다.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Igualmente!!! I had many girl friends before. jajaja~~~
앤지 이쁘게 생겼네요.. 반할만 해요.. ㅎㅎ.
I think so, too



그러게요 아주 귀엽지요~잉? ㅎㅎ 부모님의 세심함이 아이들의 정서를 만들어 가겠지요? ㅎㅎ 그런데 앤지가..좋아 엄마가 좋아 ~ 하하 이건 좀...둘째녀석이 순진하길 다행이닷! 아~~~~~ㅋ
저는 독일계 첫 사위, 두째는 순수 불란서 사위~ 세째는 ? 나도 몰겄네요, 어떤 인종을 데려 올지...꼭 한국인이라야 된다는 게 그리 와 닿지를 안해서.. 유럽인과 혼혈을 하면 거대한 코카시안 Gene pool 을 열어 더하는 게 되니 좋지 싶은데...우리는 뼈도 너무 가늘고, 흉곽도 얇아 장기도 작고... 그런 점이 많이 보완 되는 것 같습디다.
다만 우리가 흡수되는게 아니라 공존을 해서 자식에게도 코리아 를 심어주면 더 좋겠지요.
나처럼...그치..언니..?
옳소!
온니만 같으면...
우성은 열성을 지배한다고 하니 자연에 맡겨 둘밖에요, 제가 한국에 산다면 모를 까, 후손은 제 갈길로 가겠지요...
지원인 핸섬~!하고 앤지는 귀엽고 이쁘고 귀엽네요...근데 부에노영감 말대로 열두번도 더 바뀌는게 아이들의 생각..울막내도 1학년땐 novia(애인?)이 7명이라고 했는데..지금은..없데요~~..ㅎㅎㅎ.....아이들이 이쁘게 친구와지내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보입니다~여러면에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