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룡산(騎龍山·해발 961m· 경북 영천시)
글 : 최원식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인터넷뉴스팀|입력 2014-12-12 | 영남일보 발행일 2014-12-12 제39면
北 주왕산·東 포항바다·西 하늘 닿은 황악산…정상에 서면 일망무제
겨울 건조기간·대설주의보 땐 입산통제 구간 많아져
반드시 확인하고 계획 세워야
기룡산, 대구에서 멀지않은 산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으로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용화리에서 낙대봉을 지나 기룡산 정상, 고깔산을 돌아내려오는 코스, 낙대봉이나 고깔산에서 올라 정상까지 산행 후 절골을 내려오는 코스, 승용차로 묘각사까지 오른 다음 정상을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 등 역량에 맞추어 다양하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소개한 코스는 약 9㎞이며 4시간30분이 소요되고 고깔산까지 잇는다면 약 12㎞로 5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첫눈이라고 하기에는 적은 양이지만 반가운 마음으로 산으로 향한다.
임고면 소재지를 지나면서 임고서원에 잠시 들렀다가 영천댐으로 향하는데 곳곳에 빙판길이다. 영천댐 옆으로 난 길은 차량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빙판길이다. 우여곡절 끝에 산행들머리인 용화리 경로당 앞에 이르자 이미 점심 때가 가까워졌다. 이러다 계획했던 산행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응달 도로는 빙판인데 비해 용화리 마을길은 눈이 다 녹아내리고 햇살을 받아 포근하다.
금강교, 반야교를 차례로 지나 절골 방향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운곡지 둑이 보이는 방향으로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잠수교처럼 반쯤 물에 잠겨 상류의 바윗돌을 타고 건넌다. 계곡을 건너자마자 입산통제 알림판이 서있다. ‘매년 11월1일~익년 5월15일까지’
사전에 영천시청 담당자로부터 입산통제가 없다는 확인을 해둔 터라 그대로 지나지만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적잖게 움찔거리게 만드는 알림판이다. 건조기간, 대설주의보가 내린다면 입산통제 구간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부분이다.
망부석이 세워진 무덤 옆으로 난 길을 오른다. 침목을 깔아 계단식으로 만들어 두었는데 낙엽 위에 눈이 남아 있어 신경이 온통 발밑에 가 있다. 그렇다고 꾸물댈 수도 없다. 다부지게 걸어야 해 떨어지기 전에 정상까지 이를 수 있겠다.
망부석과 비석이 세워진 경주이씨 묘를 지나고부터는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간혹 뒤돌아보면 나목 사이로 발 아래 운곡지와 용화마을이 내려다보이지만 확실한 조망 터에서 쉬어가기로 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겨울이긴 하지만 겉옷을 벗어도 땀이 맺힌다. 숲길은 바윗길로 바뀌고 절벽을 이룬 오른쪽 아래 절골 계곡에 산 그림자가 선명하다.
지도상 해발 524m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니 럭비공만한 자연석에 누군가가 펜으로 ‘낙대봉’이라 적은 표지석과 삼각점이 세워져 있을 뿐 조망은 별로다. 이후는 다소 완만한 숲길인데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를 이루며 자란다. 낙엽이 많이 쌓인 곳은 발목을 훌쩍 넘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851㎞ 봉우리 오르기 전에 용화 3.3㎞, 기룡산 1.6㎞, 묘각사 0.8㎞’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까지 오르면서 몇 개의 이정표를 만났지만 훼손되어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온전한 이정표는 처음 만나는 셈이다.
10여분 완만한 길을 오르면 지도상 해발 851m 봉우리인데 ‘기룡산 1.0㎞, 용화 3.9㎞, 묘각사 1.2㎞’ 이정표와 벤치를 설치해 두었다.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는 좋은데 사방이 숲에 가려 조망은 어렵다. 다시 완만한 숲길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탑전리 갈림길을 만나고 이후 정상까지는 아기자기한 바윗길이 이어진다. 그늘진 곳은 눈이 얼어 미끄럽다. 이쯤에서 아이젠으로 불리는 크램폰을 꺼내 착용한다. 중간 중간 로프가 있지만 정상까지 500여m 구간이 난코스다. 정상까지 오르는 구간은 이번 산행에서 최고의 조망터이기도 하다. 북으로는 영남 최대의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과 주왕산이 조망되고, 동쪽으로 운주산과 봉좌산, 도덕산이 도열해 있으며 맑은 날이면 포항 앞바다가 조망된다. 서쪽 방향으로 선암산, 화산, 조림산, 팔공산 주능선이 실금으로 늘어서 있고 그 뒤로는 금오산, 황악산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산불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훼손되었는지 철거를 한 것인지 카메라는 없고 구조물만 남아 있다. 그 뒤에 자그마한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처음 계획은 진행방향을 그대로 달려 고깔산(해발 737m)을 지나 자양초등학교(폐교)로 하산을 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오후 4시를 넘은 시각이라 묘각사로 바로 내려가기로 수정한다.
정상 바로 아래에 ‘고깔산 3.4㎞, 묘각사 0.9㎞’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묘각사로 향한다. 종일 볕을 받은 사면에는 눈이 녹아 진흙길로 바뀌어 미끄럽기도 하지만 등산화에 진흙이 달라붙어 몇 걸음마다 툭툭 털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10분 정도 내려서니 몇 개의 벤치가 놓인 쉼터다. ‘묘각사 0.6㎞’의 이정표 앞이라 마음이 한결 가볍다. 잠시 쉬는 동안 큰오색딱따구리 한쌍이 주위 나무들을 오가며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다. ‘또도독, 또도도독…….’ 20분 정도 내려서니 등산로는 묘각사 산신각으로 이어진다.
묘각사(妙覺寺)는 의상 대사가 묘각사를 창건할 당시 동해의 용왕이 의상에게 법문을 듣기 위해 방문했고, 동해 용왕이 말처럼 달려왔다고 해서 절이 위치한 이 산은 기룡산(騎龍山)이 됐다. 용왕이 의상의 법문을 들은 즉시 깨달음을 얻어서 하늘로 승천했다. 용왕이 승천하면서 지상의 가뭄을 해결해주기 위해 하늘에서 감로(甘露)를 뿌렸다. 이 비는 당시 극심했던 가뭄을 해소해 주었다. 용왕이 의상의 묘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묘각사라고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묘각사 앞마당에 서니 맞은편 능선에 해가 걸리고 용화리까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약 4㎞를 걸어 첫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가는길
대구를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따르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따라 북영천IC에서 내려 35번 국도, 28번 국도를 차례로 따르다 임고교차로에서 69번 지방도로를 따른다. 임고면소재지를 지나 영천댐 중간쯤에 용화교를 지나 좌회전으로 용화리 경로당에 닿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 영천시 자양면 용화리 296번지.(영천시 자양면 용화길 122) 용화리 경로당
볼거리
임고서원(臨皐書院)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역사인물인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을 추모하기 위하여 조선 명종(明宗) 8년(1533)에 노수(盧遂), 김응생(金應生), 정윤량(鄭允良), 정거 등이 창솔하여 부래산(浮來山)에서 창건해 이듬해인 1554년에 준공했다. 명종으로부터 사서오경과 많은 위전(位田)을 하사받은 사액서원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돼 선조 36년(1603), 현 위치에 이건(移建)하여 재사액(再賜額) 받았다. 인조 21년(1643)에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을 배향하고, 정조 11년(1787)에는 지봉(芝峰) 황보인(皇甫仁)을 추배했으며 고종 8년(1871)에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으나 고종 16년(1879)에 존영각(尊影閣)을 건립하여 영정을 봉안했다.
영천시 기룡산(騎龍山)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