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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치료법에 과학적 근거 이슈가 제기되는 이유와 나아갈 길
관리자 │ 2023-01-26
자폐 치료법에 과학적 근거 이슈가 제기되는 이유와 나아갈 길
앤드류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자폐 연구에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동료들과 함께 자폐스펙트럼장애 중재 방법 중 오직 소수만이 확고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한 후 그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논문 발표 후 몇 주 만에 여러 임상의, 치료사 및 관련 전문 기관이 화이트하우스 교수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거나 그의 상관에게 항의한 것이다. 화이트하우스 교수에 따르면 그 중 몇몇은 그의 가족까지 괴롭히며 안전에 위협을 주었다고 한다.
텔레톤소아건강연구소(Telethon Kids Institute) 및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소속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자인 화이트하우스 교수에게 이는 큰 충격이었다. 그는 “과학적 해석에 충실한 결과가 이렇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이런 경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화이트하우스 교수의 연구 결과가 크게 이단적인 것도 아니다. “프로젝트 AIM“라고도 불리는 2020년 자폐스펙트럼 중재 메타분석을 포함하여 지난 10년 간 발표된 다수의 연구가 대부분의 자폐 치료법에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임상 가이드라인과 재정 지원 단체들은 응용행동분석(ABA)과 같은 치료법의 효과를 강조해왔다. 특히 조기 개입은 여전히 진단 시 거의 모든 자폐 아동에게 추천된다.
프로젝트 AIM에 참여한 미국 보스턴 대학 특수교육학과 크리스틴 보테마 뷰텔 조교수는 이러한 주장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뷰텔 조교수는 “자폐스팩트럼장애 연구 분야에서 ‘증거 기반’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극도로 낮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상황 하에서 진행되는 치료 요법들이 실제로 주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확률은 매우 낮다”고 설명한다.
수십 년 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자폐 중재에 대한 양질의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한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충분한 증거’의 정의 대한 자폐 연구자들 간의 합치가 없는 것도 문제의 일부이다. 전문가들은 뿌리깊은 이해 충돌로 인해 ‘충분한 증거’의 기준이 낮게 유지되어왔다고 주장한다.
교실중심 중재를 연구하는 캔자스 대학교 응용행동과학과 브라이언 보이드 교수는 임상 전문가들은 매일 같이 자폐 스펙트럼 아동과 가족들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며 “과학이 발전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임상 전문가들에게도 중재의 안전성과 리스크를 고려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응용행동분석과 같은 치료 요법에 따른 신체적 또는 정서적 피해가 보고된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거의 추적되지 않는다.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이러한 논의는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속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몇몇 연구팀이 여러 치료 요법의 비교를 통해 참여자의 필요에 맞출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실험 방법을 연구 중이다.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스펙트럼 연구에 필요한 양질의 과학적 근거가 이제 막 수집되기 시작한 것”이라 덧붙였다.
자폐스팩트럼장애 중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연구가 시작된 1970~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초기 연구는 당시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지만 표본의 크기가 작았으며 통계적 결함이 있었다. 일례로 1987년 올레 이바르 로바스가 발표한 응용행동분석 연구는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이었으나 현재는 ‘준실험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참가자의 그룹 배정이 임의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기에 진행된 여타 연구들 또한 단일 사례 설계를 따랐으며 참가자 자신이 곧 본인의 대조군이 되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조나단 그린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치료 연구 분야에서 최적의 설계 방식으로 인정받는 무작위대조시험이 다른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에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중재 연구에는 적용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애초에 몇몇 연구자들은 무작위대조시험이 비윤리적이며 자폐와 같이 복잡한 장애의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린 교수는 이 같은 저항이 과학적 근거에 대한 기준이 낮아도 이를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린 교수는 부모 훈련 중재법인 PACT의 개발자이다.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관념이 아직까지도 바뀌지 않은 것”이라며 그린 교수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효과적인 중재법의 개발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는 “정말 안타까운 건 이런 문제 때문에 우리가 놓치는 게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AIM에 따르면 응용행동분석 관련 중재법의 효과를 실험한 연구 가운데 무작위대조시험을 적용한 연구는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또한 미국 내 임상의들에게 발행되는 국가보고서에 포함된 대부분의 연구가 단일 설계 방식을 취한다. 일례로 2021년 NCAEP(National Clearinghouse on Autism Evidence and Practice)가 발표한 보고서는 다수의 행동 중재를 포함, 총 28건의 치료 요법이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고 판단했으나 평가된 연구 가운데 85%가 단일 설계 방식을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2015년 발표된 NSP(National Standards Report;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스펙트럼 중재 보고서)는 소아청소년을 위한 효과적인 14가지 중재 방법을 선정했으나 전체 중재 방법 가운데 73%가 단일 설계 방식을 따랐다.
단일 사례 연구를 배제할 경우 중요한 정보를 잃게 된다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소속 시니어 연구원인 새뮤얼 오돔 박사는 말한다. 그는 NCAEP 평가를 공동 지도했으며 2015년 NSP 보고에도 참여했다. 오돔 박사는 연구진에게 무작위대조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방법론적 측면에서 너무 엄격하게 따지게 되면 적어도 발달심리학 분야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특수교육학과 마이클 샌드뱅크 조교수는 단일 사례 설계 연구가 집중 중재의 주요 목표가 되는 장기간 발달 변화를 추적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샌드뱅크 조교수가 이끈 프로젝트 AIM은 모든 단일 사례 연구를 제외시켰다. 그녀는 단일 사례 연구가 학교 일과를 익히는 등의 특정 기술에 대한 변화를 추적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단일 사례 연구만으로 이루어진 연구 문헌을 토대로 권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 뒤에는 밀접하게 꼬여 있는 이해 충돌 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그 역학 관계가 화이트하우스 교수의 연구팀이 중재 관련 연구 문헌의 허점을 폭로했을 때 강한 반발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 유지를 강제하는 아주 사악한 세력이 있다”고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말한다. 그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징후을 보이는 유아의 선제치료에 대한 무작위대조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 산업은 미국 내 수십 억 달러 규모를 이루고 있다. 전국적으로 스펙트럼장애에 보험이 적용되며 금융 기업들이 일부 응용행동분석 중재 제공자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고 이야기하지만 스펙트럼 치료를 이용한 수익 창출은 스펙트럼 연구 분야 내 양질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신념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말한다. 투자 펀드는 수익을 추구하는데, “수익과 양질의 진료 간의 긴장 관계에서는 늘 수익이 앞서기 마련”이라고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말한다.
보테마 뷰텔 조교수는 재정 문제가 부추길 수 있는 이해 충돌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이해 관계의 충돌이 증거에 대한 비판적 평가 과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 “서로 꼬이고 꼬인 이해 관계가 이미 너무 복잡해 갑자기 연구 진행 기준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보테마 뷰텔 조교수는 일례로 행동 기반 중재 연구를 다루는 학술지의 경우 대부분 편집위원회에 공인행동분석가(BCBA), 즉 응용 행동 분석 교육을 받은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 NSP 보고서는 ‘인정받은 중재 방법’ 목록에 행동 기반 치료를 포함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는 다수의 공인행동분석가의 참여로 작성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 전역에 응용행동분석 중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이 인스티튜트(May Institute)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일부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공인행동분석가들과 메이 인스티튜트의 개입 사실은 보고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만 그에 따른 이해 관계 충돌 가능성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보테마 뷰텔은 행동분석가들이 이 같은 연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해 관계를 명확히 표시하여 연구 검토 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메이 인스티튜트 응용행동분석부 시니어 부국장이자 국립자폐센터(National Autism Center) 센터장인 신시아 앤더슨은 NSP 보고서가 발행된 당시에는 연구 의제와 관련된 이해 관계 상충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녀는 주장한다. 앤더슨과 그녀의 연구팀은 스펙트럼 중재가 누구를 돕기 위해 고안되었는지 등의 질문을 탐구하는 새로운 보고서를 준비 중이며 메이 인스티튜트의 보고서 관련 자금 조달 사실을 명시할 예정이다.
오돔 박사는 응용행동분석 연구 경력이 있는 연구진 또한 NCAEP 보고서에 참여했으며 NCAEP 보고서가 다양한 행동 기반 중재 방법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치료 요법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연구진 중 누구도 금전적 혜택을 보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과학적 문헌 평가에 있어 편견을 두지 않으려면 행동 기반 중재이든 아니든 모든 형태의 중재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데이터를 따라가려고 끈임없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스펙트럼 중재 방법의 개발자가 곧 시험자가 되기 때문에 편견을 없애기 어려운 면도 있다. 개발자와 시험자가 겹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문헌에 명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JASPER라고도 불리는 놀이 기반 중재를 개발한 미국 UCLA 발달심리학과 코니 카사리 교수는 연구진들이 담당 분야 외의 중재는 독립적으로나 또는 복합적으로도 시험하고 싶지 않아 한다며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재정 문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카사리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 분야의 전망이 밝다고 이야기하며 “할 일이 많지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2018년 한 보고에 따르면 스펙트럼 연구 분야 내 시행된 무작위대조시험이 2000년 2건에서 2018년 4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은 2010년 이후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해당 보고에 포함된 무작위대조시험 가운데 12.5%만이 편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뱅크 조교수는 연구진이 자신이 개발한 중재 방법을 직접 시험하는 것보다 독립 재현을 시행하는 것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독립 재현의 경우 기존의 연구보다 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실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아동임상심리학과 토니 차맨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 분야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조군을 둔 단일 중재 실험을 넘어 다양한 중재 방법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연구의 목표가 스펙트럼 가족이 서로 다른 치료 방법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치료법의 상대적 효과를 다룬 연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응용행동분석 중재와 아동의 관심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자연적 중재 방법인 얼리 스타트 덴버 모델 간의 효과의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가 늘어날수록 어떤 중재 방법이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구진들은 중재 방식의 배열 방법 또한 시험 중에 있다. 예를 들어 카사리 교수와 그녀의 연구팀은 JASPER의 한 형태를 응용행동분석 중재의 한 형식과 차례를 바꿔가며 실험 중이다. 응용행동분석 중재와 같이 구조화된 접근법을 통한 초기 치료를 통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아동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JASPER와 같은 자연적인 접근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아동이 있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카사리 교수는 이 같은 SMART 연구(Sequential, Multiple Assignment, Randomized Trial)를 통해 개개인에 맞는 치료 전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자폐스팩트럼장애 중재를 진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 분야의 하향식 규제가 필요하다고 그린 교수는 이야기한다. 그는 “학술 평가 기관들이 해야 할 일도 많다”며 상당수의 스펙트럼 학술지가 연구 게재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 교수는 연구진에게도 독립 재현은 물론 SMART 연구와 같이 보다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 디자인을 장려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궁극적으로 자폐스팩트럼장애 연구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자 개개인이 다른 원인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직접 양질의 과학적 증거를 확보할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며 “문화를 바꾸는 건 어렵다. 하지만 스펙트럼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알릴 우리의 의무를 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본 자료는 함께웃는재단과 한국외대통번역대학원생들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출처: spectru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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