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그래도 살아야지 ●지은이_송종욱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6. 3. 3
●전체페이지_104쪽 ●ISBN 979-11-24212-03-5 03810/ ●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3,000원
진리를 탐구하는 삶의 운율과 음악의 시조
송종욱 시인의 첫 시조집 『그래도 살아야지』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1985년 『불교문학』, 198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이후 40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조집은 시인이 삶의 현실과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밤을 새우고 새벽에 작품을 완성”하며 삶의 희망과 기쁨을 길어 올린 시편들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조집에서 제1부는 접힌 삶 속에서 자작나무처럼 다시 일어서는 꿈을 그려낸다. 작품 「총알」에서 보듯 “언제쯤 총알 없이 부둥켜안고 살아갈까/야욕의 진흙탕에 아름다운 꽃 피어날까/총구멍 벗어난 총알 돌아올 수 없을까”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다시 터진 중동 화약고에서 세계의 평화와, 산업 현장에서 민주화를 외치다 쓰러진 인간의 존엄성을 그렸다.
접힌 꿈은 하늘 끝에 별이 되어 빛나는가/풀어놓은 어린 연어 하구(河口)에 멈칫 서면/갈매기 날 선 부리에 핏빛으로 출렁인다/연어의 아우성이 불길로 번져간다/갈매기 날갯짓에 긴 어둠이 묻어난다/강물은 바다 앞에서 돌아서지 않는구나/어린 연어 이리저리 내몰리다 짓밟히고/강을 덮은 갈매기 떼 허기진 배 채워 가면/하구는 복사꽃물로 붉은 강이 되는구나
―「울진 왕피천의 어린 연어」 부분
인간과 자연을 매개로 삶의 둘레를 뒤돌아본 제2부는 상처 속에서 다시 푸른 꿈을 꿈꾸는 자신을 담아냈다.
언제쯤 속살 가득 꽃불이 타올라서/눈보라에 흩어지는 까마득한 길을 열어/잠 못 든 마른 꿈들이 불을 물고 빛이 될까//볼 비벼 야윈 밤은 굽이 돌아 흐르는가/햇살 다 입 다물어 빈 가지로 뒹굴어도/쌓아 둔 무늬 키우며 바람으로 살겠네
―「사랑법 1」 부분
제3부는 시인이 네 명의 자식을 키우며 겪는 사랑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애틋하게 담고 있다.
꽃비 내려 어화둥둥 날이 짧아 아쉬운데/땅 위 나 혼자 남고, 나만 유독 아픈 날들/새벽녘 해는 뜨지 않고 하얀 눈만 쌓인다/푸른 하늘 등 돌려도 버티며 살아야지/해와 달이 뜨지 않아 어둔 밤이 이어져도/쌓아 둔 다짐 새겨 다시 한번 일어선다
―「그래도 살아야지」 부분
제4부는 아픈 삶 속에서 그래도 봄빛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되짚으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문학은 진리를 추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언급했지만, 문학은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한다. 송종욱 시인이 굳이 시조를 고집하는 이유는 시조가 음악의 선율로 우리글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과 세상을 향한 그의 시편들은 “야욕의 진흙탕에 아름다운 꽃”처럼 정제되어 피어나고 “어둠을 털고 날개 펴는 새벽 새”처럼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 봄빛 그 하늘빛 위해 당당하게 일어”서고 “그래도 살아야지” 토닥이는 마음이 따듯하면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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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도깨비바늘·13
일어서기 1·14
일어서기 2·15
일어서기 3·16
새해 아침·17
옥산에서 회재(晦齋)를 만나다·18
흥덕왕의 사랑·19
자작나무·20
청송 자작나무·21
총알·22
해고자 조규수 형·24
새벽 새·25
상추 잎에 돌가루가 박혀 있다·26
희망·28
주위에 사람이 사라진다·30
제비꽃·31
제2부
이사 가는 날·35
불타버린 봄·36
연꽃·38
반성·39
자화상·40
울진 왕피천의 어린 연어·41
사마귀·42
해바라기·44
밀림 숲속·45
보문단지 늦가을·46
벼 그루터기·47
억새풀·48
산을 오른다·50
늦가을에·51
동대봉산 억새밭·52
상처·54
제3부
결혼한다고 말하길래·59
라면 & 사랑·60
불국사 가는 길·61
사랑법 1·62
사랑법 2·63
한은주그룹·64
명품 백에 슬픔이 고인다·65
명태·66
5월, 들녘에서·67
아버지께·68
어머니께·69
외갓집·70
수업 시간·71
머리털·72
금령총 연가·73
제4부
봄꽃·77
벚꽃·78
탱자꽃·79
송홧가루·80
쇠비름 예찬·81
너를·82
개구리 소리·83
경주 주상절리·84
그래도 살아야지·85
기림사(祇林寺) 역사 편·86
차(茶)의 성지 기림사·88
성타 대종사·89
잔인한 사월·90
다시 사월에·92
다시 오월에·93
시인의 산문·95
■ 시집 속의 시 몇 편
어쩌다 너와 나는 앙가슴만 부풀었나
달빛 높은 겨울밤을 강둑길에 쏟으면서
아버님 못 살았기에 더 잘 살 수 있다는
그 확률의 높이만큼 물 젖은 속살 고여
한 보름 뒤척이다 차오르는 달빛 아래
뜨겁게 살아보자고 야윈 뼈가 터지도록
결국 살아야만 풀 수 있는 높은 하늘
보리 냄새 들린다며 두 눈 감는 이마 위로
자갈땅 이랑 이랑에 물오른다 봄 오른다
―「일어서기 1」 전문
가까운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수십 년 인연으로 알뜰살뜰 살았는데
어느 날 기별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가 그리 급했던지, 오고 간다 말도 없이
갑자기 없어져서 쌓인 추억 더듬다가
끝끝내 지켜주지 못해 마냥 슬픈 나날이다
소주 한잔, 국밥 한 그릇 나눌 시간 없이
술기운에 출근하면 안부가 부음이다
길 막고 어디로 가는지 소리 높여 묻고 싶다
인자하고 어질어서 극락왕생하셨겠지
베풀고 아름다워 하늘나라 가 있겠지
너무나 궁금해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다
봉안당 잘못 온 듯 어설픈 사진 앞에
애써 눈물을 참다 돌아서서 하늘 보면
허무한 짧은 인생이 벼랑 끝에 걸려 있다
―「주위에 사람이 사라진다」 전문
가도 가도 눈밭이다
갈 길 멀고 끝이 없다
조여 맨 언 발꿈치
선홍빛이 솟아난다
짝 잃은 산짐승 소리
야윈 팔뚝 뜯고 있다
달과 별 돌아누워
헛디디면 처박힌다
언 눈썹 앞을 막아
빛을 잃고 헤매이면
살아온 끈이 풀려서
바람 따라 날아간다
그래도 살아야지
흰 눈 속에 발 옮기면
하늘의 말씀들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마주한 벼랑 끝에서
불을 문 해 떠오른다
―「희망」 전문
언제 세끼 따신 밥을 맘껏 먹고 살았던가
허벅지 배에 붙여 긴 긴 밤을 뒤척여도
양지에 한 발 걸치는 더러운 짓 않았다
흰 눈 덮인 밤길에도 다른 길 찾지 않았다
벚꽃 활짝 핀 날 꽃잎 짓밟히는 꿈을 꾼다
외마디 비명 소리를 노을처럼 펼쳤다
손등 턱턱 갈라져서 핏물 고여 흔들리고
끝끝내 호명 없이 진흙탕에 뒹굴어도
어느 날 붉은 꽃 피워 어둔 세상 밝히리라
―「연꽃」 전문
■ 시인의 말
왜 21세기 인공지능(AI) 시대에 시조(時調)라는 정형의 틀을 고집할까? 시조를 써야 한다고 고집한 지 40년. 시조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갈망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그 틀 속에 갇히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다. 오히려 정형의 언어 구사는 더 시적인 언어를 이용해야 했다. 시조의 음절에서 시어의 선택은 좁지만 가장 함축적인 시어를 쓸 수밖에 없다. 시는 영혼과 가슴을 울리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특히 시집으로 발간할 만큼 시의 성숙도가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첫 시조집 『그래도 살아야지』를 세상 사람과 공유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생각난다. 혜임·지하·경주·주현이를 낳아 훌륭하게 키운 아내 한은주 씨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시를 쓰도록 지도해 준 배익천·조주환·김우연·이임수 선생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빛이 보이지 않던 어두운 시절과 꽃소식에 들떠 부둥켜안고 함께 살아온 모든 사람에게 이 시조집을 바친다. 특히 흰 눈 쌓인 겨울에 꽃을 피워 준 양문규 형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2026년 2월
송종욱
■ 표4(약평)
송종욱은 사랑의 시인이다. 그가 풀어놓는 노래에는 형산강에, 안강들에 배어 있는 숱한 곡절들이 복사꽃물처럼 돋는다. 신라 천년의 흥망성쇠가, 이 땅의 민주와 자유를 위해 쓰러진 사월과 오월의 넋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앗긴 해고 노동자의 선한 눈빛들이, 식구들의 소중한 일상들이 제비꽃으로 독새꽃으로 억새풀로 환치된다. 그러면서 시인은 “속살 가득 꽃불이 타올라서/눈보라에 흩어지는 까마득한 길을 열어/잠 못 든 마른 꿈들이 불을 물고 빛이 될까” 하며 끝없는 성찰로 몸살을 앓는다. 형산강이 빚은 안강들에 등 뉘이고 추수가 끝난 밭자락에 엎디어 보리 이삭을 갈무리하던 어머니의 어머니가 억척같은 손마디로 자식들을 건사했듯, 시인에게 노래는 ‘틀에 갇힌 정형의 언어’가 아니라 ‘푸르른 빛이 일어나 제 가슴에 안기는’ 운율과 운율의 결을 따라 흐르는 성찰과 자유이다. 무릇 자유는 반란 위에서 활짝 피어나는 것임을 시인은 “여기저기 상처가 늘어난” 자신의 모습에서 체득한다. 시인은 제 스스로를 벼리며 자신을 키워 준 형산강으로 안강들 어귀로 다시 나가 “속살을 드러내놓고도 부끄럽지 않구나/쌓아 온 사랑의 매듭도 풀어 헤쳐 펄럭이고” “살아온 날들을 스스로 추궁”한다. 시인의 노래가 형형함은 이 때문이다. 형산강을 휘돌아 안강들 어디쯤 따습고 따스운 바람 줄기 한 자락 만나면 시인의 노래인 것을._남효선(시인)
나는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 30년 넘게 한 직장 생활이 핑계였지만 지독한 게으름 때문이었다. 나보다 한참 바쁜 그는 가끔 술자리 끝에 편지처럼 시조 한 편씩을 호주머니 속에 넣어 주었다. 청춘의 시절에 우리는 만났다. 너무도 가난했던 날들, 허름한 술집 소주잔에 청춘과 사랑을 담아 마셨다. 그는 늘 단정하게, 바른말로 호소했다. 40년이 지났지만 한결같다. 40년을 시조만 써온 그는 말한다. ‘영혼과 가슴을 울리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라고. 그의 정신과 영혼은 한없이 맑다. 첫 시조집에 담긴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 그리움,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가슴을 파고든다. “잠 못 든 마른 꿈들이 불을 물고 빛이 될까”. 이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봄이 올 것이다. 새로운 봄 길 위에서 뚜벅뚜벅 걷는 그를 다시 만날 것이다. 부디 평안하시길._백규홍(시인)
■ 송종욱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불교문학』, 198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현재 뉴시스 대구경북취재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첫댓글 송종욱 시인의 첫 시조집 『그래도 살아야지』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