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주주클럽, 이승기, 현영
이 글에 앞서 - 나는 개인적으로 누나를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이승기의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 를 감상하다가,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시각이 확실히 시대가 예전보다 많이 변했음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면, 1996년 즈음
인가 혼성 록그룹 주주클럽이 내놓은 노래 <열여섯 스물>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당시만 해
도 연상연하 커플은 대세가 아니라 오히려 특이한 케이스로 불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사랑이라는 기준점 속에 '나이' 라는 한계가 어느정도 굳건히 자리잡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벌써 그 노래가 나온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나버렸고, 그 사이에 연상연
하 커플에 대해 읊는 노래들의 생김새도 점차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그 점을 주제로 글을
써내려가고 싶다.
주주클럽이 외친 "아야야야 쇼킹~ 쇼킹~"
대중들이 소화할 수 있는 발랄한 펑크록으로 무장한 혼성 록그룹 주주클럽은, <열여섯 스물>
이라는 곡 하나로 대한민국 전체를 들었다 놨다 했다. 비록 가요계의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곡 자체가 입때껏 우리나라 가요에서 볼 수 없었던 괴생명체 (?)
임에는 틀림없었다. 20살 여성과 16살 남성과의 잘못된 만남, 거기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그린 노래로써, 당연히 남자의 나이가 여성보다 많아야 정상적인 연인 관계라고 생각했던
1990년대 우리네의 군상을 완벽하게 배치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연상연하 커플
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것은 일반적인 추세가 아니었을 뿐이었다.
주주클럽의 리드 보컬 주다인의 비음섞인 발랄한 보컬이 <열여섯 스물> 의 인기를 대변하
는 것이었는데, 그녀의 보컬만큼이나 그 곡은 굉장히 '쇼킹' 스러웠다. 나는 남자친구가 필
요할 뿐, 어린 아이는 안중에도 없다고 당당하게 '선' 을 긋는다. 이 노래는 연상연하 커플
에 대한 '거부감' 이었고, 청자들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쏟아져나오는 누나에 대한 노래들
이후 1997년 댄스가수 유승준이 주주클럽의 <열여섯 스물> 에 답가라도 불러주듯, 그의
1집 West Side에서 <사랑해 누나> 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아직까지 연상연하 커플에 대
한 시선이 따뜻하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망설이고 가슴 졸였지만, 유승
준은 이런 것들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해 누나> 라고
제목부터 정면으로 '누나를 사랑한다' 는 메시지를 담고, 첫 단추를 단단하게 꿰었다. 당
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유승준도, 그렇지만 그 곡을 통해서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일반적인 '잘못된' 시각을 바꿔놓기란 부족함이 없잖아 있었다. 단지 사람들은 재밌는
가요가 또 하나 탄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유승준이 연상연하 커플을 구제 (?) 하지 못했더라도, 한국 가요계에서는 누나를
위한 노래들이 비록 간헐적이었지만, 쭉쭉 쏟아져나왔다. 대개 누나에 대한 노래들은
가사가 일단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연상의 여인에게 바치는 노래이기 때문에, 여타 사
랑 노래보다는 한번 더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세 번 정도 생각한 다음 노래를 읊는다.
그리고 가사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그래도' 라는 문장
이 많이 삽입되어있다. 분명 그녀를 사랑하지만, 연상이기 때문에 겁이 좀 난다는 뜻
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승기, 2004년 <내 여자라니까> 로 누나에게 공식적으로 프로포즈 성공
2003년, 발라드 가수 김형중이 1집에서 <세살차이> 라는 곡으로, 연상녀에 대한
감미로운 노래로 하여금 전국의 '누나' 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연상연하 커플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열정, 그리고 뜨거운 사랑을 제
대로 짚어주는 노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시각은 점점 긍정
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그렇게 바뀌어지는 절정의 시점이 바로 2004년이었다.
국민 가수 이선희가 발굴, 2004년 만 17세의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승기가 내
놓은 충격적인 곡 <내 여자라니까> 가 바로 그것이었다. 훤칠한 키에 굉장히 어린
나이, 그리고 보듬어주고 싶은 여린 외모를 지닌 남자 가수가 느닷없이 무대 위에
올라 "누난 내 여자라니까~" 라며 울부짖었다. 곡의 인트로 부분은 사람들의 귀를
한번에 사로잡을 강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로 시작하고, 소년 가수 이승기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텁텁한, 그러나 순수함 그 자체가 내포되어있는 보컬로 전국의 누
나들에게 공식적으로 프로포즈했다. "꽉 안아줄께", "너라고 부를께",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등 그동안 연하남들이 사랑하는 연상녀들에게 꼭 해보고 싶었던 말들
을 시원시원하게 쏘아붙였고, 연상녀들의 마음의 문이 차차 연하남들에게 열리기
시작했다.
이 곡을 기점으로 '누나 신드롬' 이 2004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고, 더불어 연상
연하 커플의 위상은 보통 '일반적인 연인들' 에 맞먹을 정도로 그 몸집이 굉장히
불려졌다. 이승기가 이 곡을 통해 굉장히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것이 제일 중요
한 것이 아니라, 더이상 우리나라에서 연하남들이 연상녀와 함께 사랑을 나누는
게 부끄럽거나 특이한 일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다양한 사랑의 방식,
그리고 나이차를 감안하지 않는 굉장히 개방적인 사랑이 <내 여자라니까> 라는
노래를 통해서 서서히 발을 붙인 것이다.
현영, 2년 뒤 답가로 <누나의 꿈> 을 불러제끼다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 소설, 영화를 통해 대폭 범위가 넓
혀졌다. 연상 남자와 연하 여자의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싫증이 난 사람들은, 묘
한 긴장감과 애틋한 감정이 삽입되어있는 연상연하 커플의 러브 스토리를 더욱
더 갈구하기 시작했다. 이때, 2004년 <내 여자라니까> 로 대한민국 연상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이승기에 답가를 부르기 위해, 절묘하게 만능 엔터테이너
현영이 <누나의 꿈> 이라는 곡을 들고 나왔다.
루마니아 출신의 유로댄스 그룹 오존 (O-Zone) 의 히트곡 Dragostea Din Tei
의 멜로디를 샘플링해서 생전 처음 들어도 마치 예전 생각이 나도록 중독성 강
한 노래로 포장한 <누나의 꿈> 이 2006년 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이 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긴 했으나, 현영의 보컬 실력이 형편없었을 뿐더
러 곡의 질적 수준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 와 비견
했을 때, 답가로써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질적 수준은 낮아도, 애교 정도로 봐준다면 <내 여자라니까> 에 대해
'귀여운' 답가임에는 틀림없었다. 봐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는
많은 누나들이 백배 공감하는 가사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이승기가 <내 여자라니까> 로 연하남들이 누나들에게 마음을 열어달라고 외쳐
댔고, 현영은 이후 <누나의 꿈> 으로 연하남들의 애정 공세를 굉장히 반갑게 받
아들였다. 이 절묘한 '기브 앤 테이크' 효과는 연상연하 커플을 '일반적인 연인
관계' 로 격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니, 어쩌면 현영이 <누나의 꿈> 을
발표하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연상연하 커플이 수면 위로 떠올라, 많은 이들
에게 다양한 사랑 방식을 전해줬을 것이다. 동갑내기 커플, 연상 남자 연하 여
자 커플이 대세였던 이 시대에 말이다.
첫댓글 유승준 사랑해누나도 있는데.. ㅋㅋ 그나저나 주주클럽은 정말 좋았었는데.. 주다인씨가 주식투자로 7억 잃었다는 기사보고 흠칫-ㅠ-;;
연상녀의 입장에서 연하남에게 보내는 박혜경의 <비밀>이라는 노래도 있었습니다. '이젠 누나라고 하지마~'로 시작하죠. 꽤 오래된. 개인적으로는 연상남에게는 '오빠'라고 하는게 일상인데 어째서 '누나'에겐 '너'라고 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또 누나들은 왜 연하남이 '너'라고 불러주길 바라는지도요. 여전히 서로 '누나'임을 부정하고싶은 마음일까요? 누나가 '동생 취급'을 하는 게 역시 싫은 걸까요? 그냥 나이가 어린 남자임을, 나이가 많은 여자임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분위기인걸까요?
남자들은 여자의 머리 위에 있길 바라는 본능이 있는듯...여자도 그거에 순응하고...이동건이 이효리보다 한살 어린데도 말놓는다는 말에 식겁했었죠...이효리도 그거에 신경쓰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