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8호에 탑승했던 미국 우주비행사 빌 앤더스가 탑승한 경비행기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주 바다에 추락하는 바람에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고인의 아들 그레그는 부친의 유해를 회수한 사실을 황망히 확인한다며 유족 성명을 발표했는데 "그는 위대한 파일럿이었다. 그를 지독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관리들은 앤더스의 비행기가 태평양 시간으로 7일 오전 11시 40분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교통안전청(NTSB)은 고인이 비치크래프트 AA 45(일명 T34)를 몰고 있었는데 존스 섬 해변에서 25m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추락 순간을 목격한 필립 퍼슨은 시애틀 소재 킹 TV에 문제의 비행기가 처음에는 선회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뒤집힌 뒤 바다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두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저 영화의 한 장면이나 특수 효과의 한 장면인 것처럼 보였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모든 것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추락 순간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비행기가 마지막 순간, 동체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처럼 보이다가 물 속에 처박혀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BBC 뉴스는 이 동영상이 진짜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968년 지구를 떠나 달에 도착하는 첫 유인 탐사에 참여한 고인은 성탄 전야에 우주에서 바라본 사진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Earthrise' 사진을 촬영했다. 달 탐사 모듈 조종사로서 달의 황량한 지평선 위에 해돋이처럼 떠오르는 지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나중에 우주 탐사 프로그램에 가장 의미있는 기여를 했다고 표현했다.
이 사진은 지구촌 차원의 환경 운동에 동기를 제공하고 이 행성 보호를 위한 행동과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지구의 날 제정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았다. 앤더스는 당시 "우리 모두는 이런 방식으로 달을 탐사해 왔으며, 우리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였다"고 말했다.
앤더스는 아폴로 11호와 제미니 11호 임무의 백업 파일럿이기도 했는데, 우주로 간 것은 아폴로 8호가 유일했다. 아폴로 8호의 우주인 셋은 1969년 7월 24일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딛는 지구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앤더스는 같은 해 우주 탐사 프로그램에서 은퇴, 몇십년 동안 우주항공 산업에 몸 담았으며, 1970년대 일 년 동안 노르웨이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앤더스는 생전 인터뷰를 통해 "사진 촬영 훈련을 약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우리는 달 궤도에 뒤집힌 채 뒤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여러 차례 레볼루션했을 때 우리는 지구를 보지 못했으며 그 때 우주선 방향을 돌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데 갑자기 내 눈동자 구석에 그 컬러(지구)가 들어왔다. 충격적이었다. 해서 한 방 찍었고, 찍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움직였다"고 돌아봤다.
전직 우주비행사로 현재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인 마크 켈리는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고인이 "나와 우리 세대에게 우주인과 탐험가의 꿈을 불어넣은 인물이다. 유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앤더스는 1933년 10월 17일 홍콩에서 태어났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당시 그의 부친은 중국 양쯔강 순찰 임무를 띤 미 해군 함정 파나이 호에 승선한 중위였다. 1955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 전투기 파일럿으로 복무했다. 나중에 원자력에너지위원회에서 일하며 핵융합과 분리를 위한 미국-소련 기술교환프로그램의 미국측 의장을 맡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전기에 따르면 제너럴 일렉트릭과 제너럴 다이내믹스에서도 일했다.
앤더스와 부인 발레리는 1996년 워싱턴주에 헤리티지 비행 박물관을 세웠는데 현재 벌링턴의 지역공항에 있으며 15대의 항공기, 여러 고전적인 군사 차량들, 도서관과 참전용사들이 기증한 많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두 아들이 운영을 돕고 있다.
부부는 1993년 산 후안 제도의 오르카 섬으로 이주했으며, 샌디에이고 고향마을에도 집을 두고 있고, 워싱턴주의 집은 아나코르테스에 있다. 여섯 자녀와 13명의 손주를 남겼다.
한편 1960년대와 70년대 NASA의 아폴로 탐사 계획에 따라 달에 다녀온 우주인은 모두 24명인데 이 중 여섯만 생존해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앤더스가 세상을 뜨기 몇 주 전 1969년 아폴로 10호와 1975년 아폴로-소유즈 테스트 프로젝트를 사령관으로 지휘한던 토머스 스태포드가 세상을 등졌다. 생존하고 있는 여섯 사람은 버즈 올더린(아폴로 11호), 찰스 듀크(아폴로 16호), 프레드 헤이스(아폴로 13호), 제임스 로벨(아폴로 8호와 13호), 해리슨 슈미트(아폴로 17호), 데이비드 스콧(아폴로 15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