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냄새, 군밤 맛 나는 사람 23, 10, 07 1, 10월의 첫 주말, 여행사를 따라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래킹을 다녀왔다. 여행사 일정은 주상절리길을 걸은 후 먼저 점심을 먹고 고석정 꽃밭을 보는데 우리 내외는 일행과 같이 행동하지 않고 철원에 사는 시인이요 믿음의 사람인 A 권사를 따로 만났다. 내 카페 사랑방 가족이 되어 오랜동안 소식을 주고받았지만 직접 대면하기는 처음이다. 축제 중인 고석정 꽃밭을 보는 대신 A 권사와 같이 맛깔나는 연잎밥으로 점심을 먹고 한탄강 은하수교를 걸었다.
전망이 좋은 카페에서 차도 한잔 하고.... 아내와 A 권사는 마치 오랜 친구같이, 자매같이 서로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돌아올 시간이 되어 일어설 때, 철원 동송산 참기름과 들기름을 선물로 받았다. 참기름처럼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사람이었다.
2, 저녁에 귀가하니 양평 문호리의 P 이사로부터 알밤이 한 상자 택배 와 있었다. 첫 직장에서 처음 만난 직장 상사였다. 조그만 실수라도 할 때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호되게 야단 맞았다. 직장 상사 이전에 마치 엄한 학교 선생님 같았다. 지나고 보니 그런 훈련 덕분에 일평생 오랜 직장 생활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직장 상사였다. 벌써 50여 년 전의 일이다. 두 사람 모두 퇴직한 어느 해 봄날, 철쭉이 마당에서 환하게 꽃 피운 그분의 집을 처음 방문했다. 그후 해마다 양평의 그분 집을 방문하다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몇 해 동안 방문하지 못했다. 가을이 되면 집 뒤안 커다란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을 주워 한 됫박 정도 보내오는데 올해는 그 양이 더 많아 두 되는 넉넉히 되어 보였다. 고마운 마음으로 전화드렸더니 올해는 밤이 풍년이라고..... 그런데 연세가 구순이 지나서 건강이 옛날 같지 않다고 했다. 누구나 가는 길이지만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소원한다.
3, 오늘은 철원에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양평에서 알밤에 실려 온 사랑을 선물 받았다. 금전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게요 분량이다. 일생을 사랑의 빚진 자로 살고 있다. 나도 참기름처럼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군밤 같이 맛있는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