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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초교 교사시절 수업 하던 모습. | “산 좋고 물 맑은 양양이라네/우리 자랑은 팔경이라네/앞에는 동해안 뒤에는 설악산 해안을 끼고도는 낙산사로다/에헤야 좋구 좋다/팔경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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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6학년 봄소풍 때 친구들과 함께 기념촬영. | 이 글귀는 송이와 연어의 고장 양양팔경가 1절의 노랫말이다. 어렸을 적 어른들로부터 구전으로 전해 들으며 배웠던 노래가 3년 전 중국 조선족학교 4학년 음악책에 수록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 양양에 대한 더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나는 양양하면 송이, 연어, 강한 자존심과 생활력이 떠오른다. 연어와 송이는 자연의 청정함과 연어의 모천회귀에서 비유되는 향수어린 고장, 인정 넘치는 고장, 다시 찾고 싶은 고장이라 생각한다.
양양은 예부터 강원도를 양강도(양양과 강릉의 첫 글자), 원양도(원주와 양양의 첫 글자)로 부를 정도로 영동의 큰 고을이었다. 그래서 양양인 들에게는 강원도의 중심 고을로서의 강한 자존심과 생활력이 체질화된 것 같다. 이러한 저력은 3·1운동 때의 격렬한 만세운동과 함께 도농통합, 핵 폐기장 건립에 대한 의견수렴 때 격렬했던 저항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애국과 청정의 고장에서 6·25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1952년 2월 12일 양양군 양양읍 송암리에서, 양양에 처음 이주해 오신 할아버지의 14대손,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누구나 겪었던 전쟁 후의 어려운 생활속에서 풀죽과 감자가 먹기 싫다고 쌀밥을 달라고 때를 쓰다 야단을 맞았던 철없던 기억이 지금은 부끄럽기만 하다.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께서 “남자는 도둑질을 빼놓고는 다 배워야 한다”고 하시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지게를 만들어 주셔서 삼태기에 감자거름을 지기도 했고 소를 이용한 밭갈이, 논갈이 등도 배워 제법 아버지의 일손을 돕기도 하였다. 방학 때면 리어카에 지게를 싣고 10㎞가 넘는 고노골, 한구렁, 살게골, 빨딱고개 까지 가서 땔감을 해 오기도 하였다.
이렇게 나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셨던 아버님은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봄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 후로는 어머니께서 이웃의 도움을 받으시며 농사를 지어 우리 5남매를 키우시고 가르치셨다.
어머니께서는 음식솜씨가 뛰어나 우리 동네뿐 아니라 이웃동네에서 잔치 등 큰일을 할 때 늘 뽑혀 다니셨고, 항상 정결하셔서 서낭당 제사 등 동네에서 지내는 제사의 준비를 맡아 하셨다.
내가 춘천교육대학에 입학하자 선생님이 된다고 매우 기뻐하시던 어머니는 내가 교직생활 때도 늘 함께하시다 교감 1년을 마치고 장학사를 막 시작하던 첫해 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고향생각을 하면 먼저 어린시절 동네 형들과 함께 넓은 남대천에서 소를 먹이며 비석치기, 콩찜, 감자찜, 과일서리 등을 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여름방학 때는 형들과 함께 남대천에서 송장을 끌며 뚜거리를 잡아 고추장물에 끓여 쌀밥이 없어 국물만 먹던 아름다운 추억도 생각난다. 겨울방학 때는 칡뿌리를 캔다고 남의 밭 언덕을 파헤치다 도망 다녔던 기억 또한 새롭다.
간식거리가 전혀 없어 봄에는 진달래 잎, 소나무 상순, 여름철에 야생 시금치 잎, 뽕나무 오디, 가을에는 밤을 주우러 다녔던 기억도 아련하다.
춘천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속초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고 햇병아리 교사생활을 시작해 양양초, 오색초, 조산초, 상평초 장승분교장, 남천초교 등 23년을 양양에서 근무하며 고향에 조금이나마 일 할 수 있었던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교감, 장학사와 속초 온정초등학교 교장 거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모교의 제29대 교장으로 재직하는 영광이 있기까지 사랑과 정성으로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주셨던 양양초교, 양양중·고등학교의 소중한 은사님들, 교직생활 하는 동안 모델링이 되어주심은 물론 항상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로 이끌어 주신 선배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모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지난 1년 동안 양양군의 지원으로 강원도에서 최고의 영어체험학습장을 만들고, 학교도서관에 영어 독서코너 운영,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영어교육 연구학교의 운영으로 영어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노력한 점도 보람으로 생각한다.
이제 모교의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배움 자리 백년 세계를 품은 현산학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성껏 준비하고 사랑으로 가르쳐서 미래사회에 대비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를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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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관흥 양양초등학교장 | ◇ 프로필
△ 1952년 2월 12일 양양군 양양읍 송암리 출생△ 양양초, 양양중, 양양고등학교 졸업
△ 춘천교대,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 양야초, 오색초, 조산초, 상평초장승분교장, 남천초 교사
△ 양구 죽리초등학교 교감△ 속초양양교육청 장학사△ 속초 온정초등학교 교장△ 양양초등학교 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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