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봉축(奉祝)
사자후(獅子吼)의 지광(智光)이 사바세계를 두루 비치매
만고(萬古)에 변함없이 중생을 두루 이롭게 합니다.
부처님은 사정(私情)이 없어 구류사생(九類四生)이 모두 우러르고,
깊은 자비심의 교화는 온갖 만물이 감응(感應)하나니
이를 일러 법신(法身)이 온 우주에 충만(充滿)하다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의 공덕은 한량이 없어 이루 다 찬탄할 수가 없고
이익과 기쁨이 끝이 없으매 미래세상까지도 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만유 중생이 오늘 법계(法界)의 주인공이 되는 날입니다.
중생은 모두 부처의 아들이며 성인과 범부(凡夫)는 다 한 몸입니다.
사바세계의 온갖 어두움을 녹여 광명과 지혜를 밝히는 일은 천성(千聖)이 이미 밝혔거니
성인과 범부, 유정과 무정이 함께 들어가야 할 한 가지 문입니다.
마음을 맑히어 진실한 도리를 드러낸 이는 백세(百世)의 스승이요,
미혹(迷惑)에 가리어 법성(法性)이 원융(圓融)함을 감춘 자는
누대(累代)에 걸쳐 털어내야 할 마군(魔軍)입니다.
본래면목(本來面目)이 그대로 원성(圓成)이므로 뿌리 없는 칡 나무요
흙이 없는 동산이며 비 내리지 않는 봄날이라도
법수(法水)의 은혜를 입어 보리(菩提)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는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다만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보지만 그 몸이 꽃과 같은 줄을 알지 못합니다.
사람과 짐승이나 초목이건 그들은 모두 평등해 편원(偏圓)이 없습니다.
만물(萬物)은 하나이며 하나가 곧 만물이라는
동체(同體) 정신이 만개(滿開)될 때 세상은 평화로워집니다.
백흑(白黑)을 나누고 종교 간 대립하며 힘으로 약자를 억누르는 중생심(衆生心)이 앞서면
상생(相生)과 광명 대신 암흑과 살상(殺傷)이 지배합니다.
성난 파도에 밝은 달빛도 으깨어지듯 실로 여래의 심인(心印)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세간을 불태우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갑니다.
어떠한 이유와 명분으로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천 가지, 만 가지 괴로움만 안겨줄 뿐입니다.
요즈음처럼 업(業)의 불길이 기약 없이 타는 세태를 돌아보면
법유(法乳)의 은혜를 베풀어 근심을 덜어줘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미련한 중생도 수화(水火)의 핍박받을 때는 견원(犬猿) 불구하고 급히 손짓하는 법인데
하물며 절명의 위기에 다다라 고통받는 이들이 구원의 손길을 어찌 기다리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천백억화신(千百億化身)의 석가모니불이 오신 날입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제각각 그 직분에 살고 승속남녀(僧俗男女)가 그 성명(性命)을 바르게 가지면
부처님의 위의(威儀)와 덕음(德音)의 가피가 늘 함께 갑니다.
부처의 법신은 마치 허공과 같아 물속의 달처럼 물건에 따라 형상을 드러낸다고 하였습니다.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이치가 바로 이 속에 있으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규장을 열어 금구(金口)의 이택(利澤)을 누리도록 합시다.
불기 2547년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 통도사 영축총림 방장 月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