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시로부터의 자유 ●지은이_임근수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6. 3. 23
●전체페이지_128쪽 ●ISBN 979-11-24212-04-2 03810/ ●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3,000원
말을 비운 자리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시
임근수 시인의 시집 『시로부터의 자유』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 되었다. 이번 시집은 말로 설명하지 않고, 의미를 강요하지 않으며, 언어가 물러난 자리에서 세계가 스스로 드러나도록 둔다. 시를 붙잡지 않을수록 존재는 선명해진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오늘날, AI가 시를 쓰고 언어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오히려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란 무엇인가? 임근수 시인은 이 질문에 답하기보다,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자리까지 나아간다. 그곳에서 남는 것은 교훈도 결론도 아닌, 붙잡을 필요가 사라진 순간에 드러나는 가장 가벼운 자유다. 생성형 언어의 시대 속에서도 이 시집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과 의지, 그리고 구도의 깊이를 또렷하게 증명한다. 말이 멈춘 자리에서 시작되는 시, 그 고요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존재의 빛. 임근수 시인의 시는 다시, 시의 본질로 돌아가는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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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서문·05
제1부 순례
집을 떠나며·13
바람이 지나간 자리·14
룸비니에서·15
카필라성 동문에서·16
출가(出家)·18
낯선 시장·19
이름 없는 하루·20
라우리아 난당가르에서·22
갠지스강 강가에서·24
둥게스와리에서·26
네란자라강 강가에서·28
마하보디 사원에서·30
새벽 별·32
보리수 아래에서·34
사르나트 녹야원에서·35
기원정사에서·36
바이샬리에서 쿠시나가르까지·38
아난의 눈물·40
곤다역에서·42
귀가·44
제2부 도착
멈춤·47
경계가 멎는 자리·48
바위·49
무심(無心)의 자리·50
이미 와 있었다·51
보았다고 여긴 순간·52
물 위에 돌 하나·54
환상·55
공(空)·56
머문 자리·57
무명(無明)에서 명(明)으로·58
죽음 앞에서·60
『금강경(金剛經)』을 읽으며·62
임제·64
수행의 길·66
있는 그대로·67
몸·68
보름달 뜨는 밤·70
겨울을 벗다·72
바람으로의 여행·74
제3부 침묵
고요의 언어·79
말이 멎은 자리·80
나는 말하지 않았다·82
물음 이전·84
시·86
시인의 삶·88
가야 할 때·90
저녁 강가·91
바둑과 시·92
AI 시대의 시인·94
시가 떠난 자리·96
숨 쉬는 벽·98
할! 혹은 몽둥이 서른 방·100
빈 두레박·102
마지막 장·104
남지 않는 대답·106
말이 물러난 자리·108
이후·110
시의 빈자리·112
시로부터의 자유·113
발문│양문규·115
시인의 말·127
■ 시집 속의 시 몇 편
새벽은 아직 눈을 뜨지 않았고
발걸음은 침묵을 깨며 길을 나선다
배낭 안에는
옷 몇 벌과 접히지 않은 생각들
집의 온기는 멀어지고
먼지는 숨결과 섞인다
저 멀리 숨 쉬는 곳을 향해
몸은 한 걸음씩 옮겨진다
걷기와 허기, 바람과 빗줄기
떠남이 몸을 비워간다
남김과 놓임은 같은 방향이다
오늘, 한 걸음을 내놓는다
―「집을 떠나며」 전문
기계는 멈추지 않고
시를 생산한다
나는 시어마다
숨을 고른다
이미 준비된 말들 앞에서
나는 놓칠 준비를 한다
수정은 또 하나의 선택이 되고
선택은 집착이 된다
시는
속도가 아니라
머뭇거림의 기술
생성되지 않은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남는다
여백이 남고
시는 말없이 놓여 있다
―「시」 전문
돌은
말없이
제자리에 있었다
바람은
머뭇거림 없이
지나간 방향을 남겼다
불은
다만 타올라
어둠을 밝히다 사라졌다
사람은 오래
이 침묵을 따라 걸어왔다
말이 생기기 전
문자가 오기 전
시는 이미 건너와 있었다
전하려 하지 않을 때
가장 정확해졌고
한 줄 사라질수록
의미는 또렷해졌다
시의 역사는
남긴 말이 아니라
말이 물러난 자리였다
―「말이 물러난 자리」 전문
연필은 이미 버려졌고
구겨진 종이는 떠났다
단어들은 길을 잃고
나는 더 붙잡지 않는다
그리움은 밤에 고인 물
욕망은 모래 위의 흔적
스스로 녹아 사라진다
모든 소리 멎을 때
고요가 나를 세운다
길도 발자국도 없이
잠시 머물다
시도 나도 사라진 자리
하나의 숨결만 남는다
―「시로부터의 자유」 전문
■ 시인의 말
끝내기 위해 썼지만
끝낼 것이 없었다.
시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 침묵이 남았다.
침묵은 주장하지 않아
더 많은 것을 허락했다.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할 것이다.
다만 이제
시의 빈자리에서
시로부터 자유롭다.
2026년 3월
임근수
■ 표4(추천사)
임근수 시인은 수행적 세계관을 직접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바람, 물, 몸, 사물의 감각을 통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자리로 나아간다. 시는 의미를 쌓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덜어내는 형식이 된다. 이 시집은 결국 시의 완성이 아니라 시의 소진을 기록한다. 남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빈자리이며, 시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말 이후의 고요이다. 그 고요는 닫힌 침묵이 아니라, 세계가 다시 숨쉬기 시작하는 여백으로 남는다.
그래서 임근수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무엇을 말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설명은 점점 사라지며, 남는 것은 사물과 호흡과 시간의 미세한 울림뿐이다. 독자는 그 자리에서 해석자가 아니라 목격자가 되며, 의미를 읽기보다 존재의 흐름을 함께 따라가게 된다._양문규(시인 · 문학박사)
■ 임근수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994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네 꿈은 빨강우산을 쓰고 걷는다』, 『너의 길은 가야할 그곳으로만』 등이 있다.
첫댓글 임근수 시인의 시집 『시로부터의 자유』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