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 성경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10~11)
예수님께서는 마르코 복음 12장 10~11절에서 시편 118장 22~23절을
인용하셔서 그것을 당신 자신에게 적용시켜 예언하신다.
원래 시편 118장 22~23절은 곤경 속에 있었던 다윗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노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이 버려진 돌과 같이 사람들의 멸시를 받지만,
하느님의 자애로 다시금 돌아와 영광을 회복하게 될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신약에서 '모퉁이의 머릿돌'에 해당하는 '케팔레 고니아스'(kephale gonias;
the head of the corner; the capstone)은 줄곧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히브리
어법으로 사용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악한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를 마치시며, 당신 자신을 새로운
성소의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버린 돌이라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지상의 성전보다 더 크시고 높으시다(마태12,6).
사도행전 4장 10절과 11절의 '버림을 받음'과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심'이
나타내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예언도 역시 시편 118장 22절에서
찾는다.
그리고 베드로1서 2장 7~8절은 시편 118장 22절을 이사야서 8장 14~15절과
관련시켜 예수님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머릿돌'이 아니라 '차여 넘어지게
하는 돌과 걸려 비틀리게 하는 바위'가 됨을 상기시킨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지 않는 사람들은 집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돌에 걸려 넘어진다.
한편 '내버린'에 해당하는 '아페도키마산'(apedokimasan; rejected)의 원형
'아포도키마조'(apodokimazo)는 '~로부터'라는 뜻의 전치사 '아포'(apo)와
'시험하다', '분별하다', '증명하다'라는 뜻을 지닌 '도키마조'(dokimazo)의
헙성어로서, '완전히 시험한 후에 버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집짓는 이들(건축자들; the builders)과 포도밭의 소작인들로 비유된 산헤드린의
종교 지도자들은 나름대로 '예수님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숙고하고
철저히 검증하며 시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결론은 예수님을 제거하는 것이었고, 그러면 포도밭이 자신들의
것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면, 더 이상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고 이권을 유지하며(마르11,15참조),
종교적 위선을 숨기고 무지한 백성들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포도밭 주인의 아들, 곧 예수님을 죽여 버렸다.